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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소리 들려주는 조계산숲길/ 김용수
2020-09-07 오전 7:16:15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구월이다. 어딘가 모를 쓸쓸함이 번지는 계절이다. 오곡백과가 익어가는 풍요로움과 곱게 물든 단풍잎은 가을의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구월이오는 소리”와 “시월의 마지막 밤” 같은 노래 소리는 가을을 타게 하는지도 모른다.

    가을타는 사람들이여! 높고 푸른 하늘아래 우뚝 솟은 순천조계산숲길을 걸어보자. 그 길은 풀벌레소리와 새소리, 물소리, 불심소리, 마음소리 등 농익은 가을소리를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을타는 사람들의 휴식처다. 
     
    조계산숲길, 그곳에는 천년역사를 간직한 양대 사찰인 선암사와 송광사가 조계산 양편으로 자리하고 있다. 특히 조계산숲길 중간지점에 자리한 천자암은 천연기념물 제88호인 쌍향수가 자라고 있어 우리의 얼을 되새기고 있다. 이 쌍향수는 800년의 세월과 흔적을 고스라니 짊어지고 사제지간의 예를 표하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우리나라 특유의 향기를 품은 곱향나무 2그루가 꼬이면서 자라는 모습은 용트림을 하는 수형이다.
     
    최근 천자암 법웅 스님은 송광사 주지스님과 함께 쌍향수 보호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한다. 관광객들이 오르내릴 수 있는 도로와 쌍향수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시설 등 천자암의 애로사항을 건의한 것이다. 특히 불교문화를 소중히 여긴 법웅 스님은 순천시 문화예술과를 수차례 방문하는 등 그곳을 통해 문화재청까지 건의서를 올렸다고 한다. 그 결과 천자암 도로와 천연기념물 88호인 쌍향수 안전보호시설까지 내년도 예산에 반영됐다고 한다. 아마도 가을소리 들려주는 조계산숲길소리가 아닐까 싶다.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천연기념물인 쌍향수는 대한민국을 떠나 지구촌의 천연기념물로써 그 가치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여겨진다. 더욱이 우리나라 고유품종인 곱향나무는 그 향이 진하고 향긋해 제를 지낼 때 향불로 사용하고 있으며, 수형 또한 아름답기로 으뜸이다.
     
    890고지의 조계산 동쪽기슭에는 천년고찰 선암사가 자리하고 있다. 초입은 아름드리 수목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으며, 맑디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또 2키로 미터의 비포장 길은 우리나라 아름다운 숲길로 선정돼 수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숲길이다. 게다가 선암사는 삼층석탑(보물 395), 아치형 승선교(昇仙橋:보물 400) 등 문화재가 많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록돼 있다.
     
    장군봉 정상을 깃점으로 서쪽 기슭에는 삼보사찰인 송광사(松廣寺)가 자리하고 있다. 승보사찰로 널리 알려진 송광사는 그 사찰에 따른 천자암을 비롯한 법정스님이 기거했었던 불일암을 등 작은 암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곳에는 목조삼존불감(국보 42호), 고려고종제서(高麗高宗制書:국보 43호), 국사전(국보 56호) 등의 국보와 12점의 보물, 8점의 지방문화재가 있다.
    조계산 정상은 높이가 887m이다. 소백산맥 끝자락에 솟아 있다. 고온다습한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아 예로부터 소강남(小江南)이라 불렸으며, 송광산(松廣山)이라고도 한다. 피아골·홍골 등의 깊은 계곡과 울창한 숲, 폭포, 약수 등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1979년 12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동쪽의 계곡 물은 이사천(伊沙川)으로 흐르고, 서쪽의 계곡 물은 송광천으로 흐른다. 따라서 이곳 비룡폭포는 유명세를 띠고 있다.
     
    이뿐 아니다. 승주읍 평중리의 이팝나무(천연기념물 36) 등이 유명하고, 선암사의 고로쇠수액과 송광사 입구의 산채정식 등은 먹을거리로 손꼽힌다. 또 등산로를 따라 큰 굴목재와 작은 굴목재를 넘다보면 보리밥집이 나온다. 그 보리밥집의 막걸리와 파전 그리고 보리밥식사는 꿀맛으로 소문이나 있다. 게다가 선암사측백나무 숲에서 송광사로 넘어가는 등산로는 4시간이 소요되는데, 계곡을 타고 오르다보면 숯을 굽는 가마터와 호랑이턱걸이바위 등 곳곳의 명소가 일품이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로 답답한 마음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는 “가을소리 들려주는 조계산숲길”이 안성맞춤일성 싶다. 다시 말해 그곳을 걷노라면 세상시름이 모두 다 잊혀 지거나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렇다. 조계산숲길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를 비롯한 동식물들이 산재해 있다.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구절초와 쑥부쟁이 군락은 물론 계곡사이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다람쥐와 나뭇가지에서 지저귀는 새소리 등은 가을서정을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구월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필자의 스마트 폰 카톡을 통해 들려오는 노랫소리는 가을을 의미하는 쓸쓸한 노래였다. 패티 김의 “구월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조계산숲길을 찾았다. 역시나 그곳에는 가을 냄새가 물씬 풍겼으며 가을소리를 들려줬다. 가을을 타는 필자는 금방이라도 조계산숲길을 걷고 싶었다. 그리고 구월이 오는 소리를 따라 불렀다.

    어쩌면 패티 김의 “구월이 오는 소리”와 신계형의 “가을사랑”은 조계산숲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가을소리를 들려주는 노래일지도 모른다. 노랫말까지도 가을소리를 전해주면서 빛바랜 추억을 더듬는 마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오늘은 오양심 시인의 “송광사에 가면 무언가 있다”라는 시 한편을 음미해볼까 한다. 
    일주문 앞 나무기둥에 무언가 있다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와
    생사(生死)를 함께한 죽어서도
    죽지 않은 거목이 있다
     
    박물관 목조삼존불감에도 무언가 있다
    떼로 몰려다니는 삼청교 토어에도
    사천 그릇의 밥을 담아 두었다는
    비사리구시 그 안에도 있다

    천자암 쌍향수에도 무언가 있다
    칭칭 동여맨 하늘가는 두 길이
    어디서 왔느냐고 묻지를 않고
    어디로 가느냐고 묻지도 않은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20-09-07 07:16 송고
    가을소리 들려주는 조계산숲길/ 김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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