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낙안읍성에 비가 내리고 있다

빗소리에 젖어드는 판소리를 반기는 듯

낙안읍성 제11회 국악한마당을 새기는 듯

토닥이는 빗소리 장단을 맞추고

궁닥이는 판소리 가락을 들추며

소리로 엮어가는 삶의 무게를

빗소리에 담고 있다

구름 속을 헤집는 빗소리

낙안읍성객사에 스며들고

바람결을 구르는 판소리

명창고수 가슴에 젖어들고

빗소리 판소리 잘도 어우러진

울림소리는 성곽을 타고 있다

하늘 소리를 내 지른 소리꾼의 목소리도

땅의 소리를 두들기는 고수의 북장단도

박수치며 추임새 넣은 청중의 흥 소리도

모두 모두가 빗소리에 젖은 낙안판소리다

초가지붕집시랑 타고 흐르는 빗소리

비에 젖은 삶의 소리인 것을

낙안읍성 객사뜨락을 휘도는 판소리

판에 젖은 한국의 소리인 것을

(필자의 “비에 젖은 낙안판소리”전문)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성곽과 돌담을 타고 도는 빗소리와 판소리가 들려오는 낙안읍성객사는 큰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제11회 전국 국악대전이 순천낙안읍성에서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국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판을 벌이는 놀이마당은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마치 비오는 날의 대궐잔치를 연상케 했다. 하지만 주최, 주관 측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비로 인한 행사진행의 어려움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따라서 순천시와 낙안읍성 판소리보존회는 동분서주했으며, 우천 시의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객사내의 무대시설과 심사위원석 그리고 관객석의 비가림 시설 등을 철저하게 정비했었다. 게다가 우천 시를 대비한 행사장(낙민관)도 차질 없이 준비했었다. 특히 김서하 낙안읍성 지원 사업 소장은 사전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읍성안의 수목전정에서부터 미화작업에 이르기까지 세밀한 행사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또 김양남 낙안읍성 판소리보존회 이사장도 “오히려 빗소리에 젖어드는 판소리마당이 더욱 어울릴 것 같다”며 우천에 대비한 시설물과 그에 따른 준비물을 며칠 전부터 살피고 다녔었다.

사실,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모든 일이 중단되고 하던 일도 멈추게 된다. 하지만 예술은 비오는 날이 더욱 신명날지도 모른다. 감성이 풍부해지면서 감정이 저절로 이입되는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토닥토닥 소리를 내는 빗소리는 가슴을 후비고 어린 날의 추억을 더듬게 하고 궁닥궁닥 소리를 내는 북소리는 삶의 무게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빗소리에 젖어드는 판소리는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가며 삶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이 생각난다. 순천낙안읍성 전국 국악대전이 11년째를 맞고 있으며, 그 역사성이 깊어지고 있다. 오로지 국악의 순수성만을 강조한 순천시를 비롯해 (사)낙안읍성 판소리보존회는 한국의 국악발전에 온갖 힘을 쏟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전통이 살아있고 판소리가 살아 있는 낙안읍성, 그곳은 판소리의 고장임에 틀림없다. 국창 송만갑 선생의 생가가 있고 가야금병창의 오태석 선생의 생가도 있다. 따라서 김소희, 이화중선, 박초월 명창 등 다수의 명창명인들이 수학했었던 장소도 낙안읍성이다.

결승전이 치러지는 지난 16일이었다. 우중에도 많은 관중들이 자리를 메웠고 흥을 돋았었다. 성적의 우열을 가늠하기보다도 삶의 애환을 엿 볼 수 있는 행사였었다. 강형구 시의장과 김선순 문화관광 국장의 축하메시지와 함께 익어가는 관중들의 추임새소리는 낙안읍성 전국 국악대전을 성황리에 막을 내리게 한 방증이다.

낙안읍성은 전통이 살아있는 곳으로 옛 것들이 살아 숨 쉬는 유일한 장소다. 순천의 보물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보물이고, 세계의 보물이다. 모두가 아낌없는 관심을 갖고 사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친절과 배려의 문화가 형성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