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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귀농, 귀촌의 삶/ 김용수
2020-01-06 오전 9:18:27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놀빛이 곱다. 일출의 노을빛과 일몰의 노을빛이 곱게 물들 듯 우리네 삶도 저러했으면 좋겠다. 더욱이 귀농귀촌의 삶들이 노을처럼 물들어 도시민들이 선호하는 아름다운 농촌의 이미지가 그려졌으면 한다.


    노을빛처럼 아름다운 색채는 없을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노을빛을 바라보면서 아름답다는 감탄사를 곧잘 쏟아낸다. 아마도 황홀경에 빠지게 한 붉디붉은 그 색채에 반한 감정표현이 아닐까 싶다. 놀빛은 그 많은 색채 중에서도 유일하게 사람의 마음을 빼앗을 뿐 아니라 그리움을 낳게 하는 감성의 온천과 같다.


    해마다 해넘이 해맞이 인구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내는 마음과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면서 자신들의 고뇌와 소망을 기원한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은 일몰과 일출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면서 새로운 삶과 꿈을 연상할 것으로 믿는다.


    해넘이, 해맞이를 나선 사람들의 마음을 헤라려 본다. 그들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근심걱정을 해넘이에 묶어 보내고, 새롭게 떠오른 해의 기운을 받아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려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2020년 1월1일이었다. 필자는 전남 고흥군 남양면 월정리 선정마을 입구에서 해맞이를 했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일출역시 장관이었다. 여자만을 껴안은 바다 끝, 산자락 밑에서 떠오르는 햇덩이가 검붉은 파도와 함께 두둥실 솟아나는 광경이야말로 일품이었다. 해맞이 나온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울리는가 싶더니 우와! 하는 함성까지도 선정 숲을 뒤 흔들었었다.


    우리 일행은 스마트 폰으로 몇 카트의 사진을 촬영하고, 선정마을에 귀농한 지인 집을 찾았다. 그는 은행가에서 정년하고 곧장 귀농귀촌 했다고 한다. 선정마을에 온지도 꾀 오래됐는지, 눈썹 같은 집을 짓고 알뜰살뜰히 살고 있었다. 황토벽돌로 아담하게 지어진 집안에는 편백나무로 내장을 곱게 한 눈썹 닮은 집이었다. 지인은 그 눈썹 집에서 아내와 단둘이서 살아가고 있지만 집안곳곳에서 따뜻한 온기가 뿜어나고 있었다. 온화한 말씨에서부터 나눔의 마음까지 모두가 따스함이 배어있었다.


    젊은 날의 화려함은 추억으로 묻어두고, 귀농, 귀촌을 서둘렀던 그들의 삶은 아름다웠다. 황혼 즈음의 아름다운 색채를 띤 것이다. 귀농, 귀촌의 삶, 그 자체는 늘 로망이었는지 모른다. 농사를 지으면서 흘렸던 피와 땀은 그들의 로망을 살찌웠지만 사람관계의 로망은 아직도 미지수로 남아있다고 한다.


    실지로 귀농, 귀촌의 애로사항은 부지기다. 농사일의 어려움이 아니라 주민들과의 소통과 어울림이 난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소위 토박이주민들의 ‘텃세’가 심해 귀농했다가도 다시 떠나야 하는 귀농, 귀촌의 삶이라고 한다.


    언제인가 필자에게 하소연한 귀농, 귀촌자의 말이 생각난다. “푸른 꿈을 안고 귀농, 귀촌 했지만 그곳에는 메마른 인정만이 도사리고 있었다.”고 말이다. 산산조각 난 자신의 푸른 꿈을 접어야 했던 그는, 토박이주민들에게 나눔과 사랑 등으로 인정사정도 베풀었지만 ‘텃세’는 여전했었다고 했다.


    농촌인구의 감소가 심각하다. 정부에서도 농촌인구감소에 최선책을 펴고 있다. 귀농귀촌정책을 떠나서라도 농촌의 활성화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별 효과는 없는 성 싶다. 그것은 우리나라 농촌현실과 농민들의 생각을 진지하게 파고들지 못해서일 것이다. 귀농, 귀촌정책보다도 더 좋은 정책을 구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농촌지역 주민들의 일괄된 생각을 타파하기란 쉽지 않다. 그들에게는 대대로 이어진 향토성과 풍습 등으로 외지인들을 받아들이는 것을 싫어한다. 아마도 전통성을 내세우면서 외지인과의 소통을 꺼려할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대한민국에서 삶은 다 똑같다. 도시와 농촌! 농촌과 도시! 행정구역만 다를 뿐이다. 집단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수가 적고 많은 숫자의 개념차이다. 도심에서 열심히 일하고 귀향과 더불어 귀농, 귀촌하는 사람들에게 온화함을 보여줘야 한다. 그들도 촌사람들이다. 원래부터 도시가 형성되지 않았다. 촌에서부터 시작되어 도시가 형성됐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촌사람인 것이다. 귀향, 귀농 귀촌하는 사람들도 토박이주민들도 모두가 촌사람들이다. 서로가 인정을 베풀면서 소통의 길을 열어야 한다.


    하늘아래 산 아래
    언덕길을 굽어 돌아
    갯바람 마중하는 눈썹 집

    미향냄새 물씬물씬 풍겨나고
    상열텃밭 파릇파릇 돋아나는
    해 돋는 눈썹 집에는
    인정이야기 구수하다


    2020년
    해맞이 길에서 만난 사람들
    한해를 살찌우고
    덕담을 살찌우고
    햇빛웃음 하하 호호

    황토벽돌로 아름을 새기고
    편백나무로 다운을 부르는
    넓디넓은 거실 창으로
    팔영 산이 뭉치고
    선정 숲이 춤추고
    갯벌 밭이 비친다


    바다를 펼쳐두고
    햇빛이 드나드는
    언덕 빼기 눈썹 집
    그곳에는
    노을빛 미향이 있고
    황토빛 상렬이 있어
    언제나
    시들지 않는 사랑꽃이 벙글고 있다.
    (필자의 눈썹집“蛾眉 家”의 전문)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20-01-06 09:1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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