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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깎기 / 정홍순

2012-09-04 오전 8:26:05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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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이 명중으로 박혀든 것은

    한 삼십년쯤 됐을 거다

    벌어진 어깨 덩치는 소담했어도

    청년의 태가 엉성할 무렵

    겨울바람이 칼끝 같던 초저녁이었다

    문상 간 아버지 늦도록 찾아 헤매다

    억새포기에 꿩처럼 박혀 싸늘해진 몸

    들쳐 업고 산등성이 떡하니 오를 때

    목 놓아 울던 아버지 울음소리에

    소리 없이 울고 섰는데

    희뿌연 달이 가슴속으로 꽂혀들었다

    그 후 달은 박혀

    내 나이를 같이 먹기 시작하였고

    서러움 깎아내기 전

    아버지와 나는 서로 한 번씩 업혔다

    해미 당산 갈 때 내가 업혔고

    동사 직전 아버지 업어

    부자간에 단 두 번 월식을 이뤘다

    이제는 나 홀로

    알프스의 찬 달을 보고 있다

    많이도 따뜻하던 빛이

    내 속에서 끌려 나가는 지금

    덩실거리는 달빛 젖은 백조의 호수

    양떼들의 푸른 언덕에서

    울창한 삼나무 만년설위에

    안아도 추운 달 한 동이 기울어

    싸늘히 빛나는 밤

    마지막 한잔 권치 못한 내가 슬프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2-09-04 08:26 송고
    달빛 깎기 / 정홍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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