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닥 실을 꿰어
오천년을 거슬러 오른다.
우리아버지 우리할아버지
단군할아버지까지
수복강녕과 부귀다남이
안팎으로 수놓아진
주머니 허리춤에
달고 다니신다.
나를 낳고 길러주신
태(胎)를 찾아 나선다.
우리어머니, 우리할머니
삼신할머니까지
석류꽃보다 더 붉은
꽃물 속 것을 차고 다니신다.
우리 집 만복을 가져다 준
복주머니가 바로 너였구나!
오양심(1956~ )은 전라남도 여천출생이다. 1993년 박재삼시인의 추천으로 <페치카의 밤>등이 한맥문학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오양심의 대표 시는 <길><농부><궁상각치우><북어><금강산>등이다. 서편제 시인, 영혼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석류>는 주머니와 생김새가 흡사하다. 수복강녕(壽福康寧 건강하게 오래살고 부부가 백년해로 하는 것)과 부귀다남(富貴多男 많은 자녀를 얻고 부귀를 누리는 것)이라는 글자가 안팎으로 수놓아진 주머니를 허리춤에 달고 다닌 조상님들의 모습이 보인다. 또한 출산의 상징인 여자들의 속 것으로 만복을 불러들이는 의미를 담아내는 오양심의 세계관이 사회공동체적 출발점임을 인식시킨다. 사랑과 생명, 전통과 현대는 자연과 사람의 조화라고 단정 짓는다.
조상대대로 복주머니는 정월초하루 새해맞이 선물로 남녀노소 구분 없이 주고받았다. 복주머니를 차고 다니면 일 년 내내 좋지 않은 기운을 쫓고 만복이 온다고 하여 친척이나 자손에게 나누어 주는 풍습이 성행하였다. 조그마한 물건이지만 아기자기한 장신구이면서 부적과 같은 의미가 있어 매우 귀히 여긴 선물이었다. 복주머니와 생김새가 흡사한 천연식품인 석류 한그루 쯤 집안에 들여놓고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표현했을까?(송수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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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7 06:50 송고
2013-07-09 08:49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