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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청소골 정혜사 길에는 / 김용수
2016-07-05 오전 11:19:47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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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먼먼 옛날
    천 년 밖의 이야기가
    귓바퀴에 걸릴 듯 걸릴 듯
    걸리지 않고 옛정 끈적이는 길
    파르스름하게 돋아난 이끼 낀 길
    폭포수 떨어지는 새하얀 물기둥 길
    계족산에서 불어대는 소슬바람 길
    지네등성이를 누르고 있는 비석 길
    황금 닭이 알을 품고 있는 둥지 길


    빛바랜 얼굴에다 분칠하고
    썩어가는 뼈마디에 뺑끼 칠해
    천년기와 덮어쓰고 버겁게 선
    정혜사대웅전이면 어쩌랴
    보물 804호 되면 뭣하랴
    빌 空자 공하나면 될 길을
     
    도토리 나뭇가지 줄타기하듯
    익살스럽게 곡예 하는 암 다람쥐는
    비슬비슬 먹이 찾는 숫 다람쥐 찾아
    돌 틈 뒤집고 헤집다 폭포수에 떠밀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산문을 넘는 길
     
    무심코 찾은 정혜사 길은
    썩은 지푸라기라도 잡고픈 풋정이
    삭은 동아줄이라도 매달리고픈 옛정이
    끈적끈적 엉겨 붙는 청국장 삶으로
    등기 없이 덤으로 살아가는 길이다 (필자의 정혜사 길 전문)
     
    무심코 찾은 정혜사는 많이도 변해 있었다. 보제루를 비롯해 종루, 삼성각, 요사동 등의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특히 썩어가고 퇴색된 대웅전(보물 804호)이 단청까지 마쳐, 새롭게 단장됐었다.
     
    게다가 대웅전에서 20여 미터 떨어진 산신각 주변 터는 조선대학교 발굴조사팀을 통해 고려 전기유물이 발견된 곳으로 천년사찰임을 방증했다.
     
    닭발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계족산, 불교에서는 가섭존자가 나타난다는 계족산, 그 계곡 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노라면 세상사 모든 잡념을 내려놓게(放下着) 한다.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너럭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폭포수소리, 산등성이서 불어오는 바람소리는 도심에서 찌 들린 삶을 송두리째 부리게 하는 길이다.
     
    봄은 봄대로 연녹색 이파리들이 솟아나고, 여름은 여름대로 하얀 폭포수를 쏟아내고, 가을은 가을대로 온 산이 붉게 물들고, 겨울은 겨울대로 하얀 눈발이 나목에 내리는 풍광은 극치다. 즉, 사시사철 대자연의 변화를 보여주면서 인생의 춘하추동을 느끼게 하는 건강길이다.
     
    20년 전 일이다. 필자는 이곳 산세에 반해 보금자리를 마련했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지난 삶의 조각들이 아려온다. 그중에서도 각인된 사실이 하나 있다. 가난의 상징인 글쟁이, 그중에서도 시를 쓰는 관계로 가정빈곤은 늘 따라다녔다. 하지만 여수mbc 방송프로인 “남도 사람들”에 출연한 대가로 ‘늦깎이 시인’이라는 칭호를 얻게 됐었다.
     
    10여년의 그곳생활은 다사다난했었다. 계족산 어딘가에 황금 닭이 알을 품는다는 金鷄抱卵(금계포란)형이 있다는 풍수설을 상기하면서 그 정기를 받기 위해 계족산 정혜사 길을 수없이 오르내렸는가 하면 글쓰기를 비롯해 경제난을 타파키 위한 음식업도 했었다.  
     
    그 당시, 이곳도로는 순천시내에서 북쪽으로 위치한 고속도로터널을 통과하는 청소골입구까지만 포장된 도로였고 그 외 간선도로는 거의가 비포장도로였었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다수의 사람들은 정혜사를 오래된 절(고사)라고 불렀으며, 쉽게 찾는 곳이 아니었다. 불심이 깊은 신도들이나 고시 공부하는 사람들 외에는 정혜사 길을 찾지 안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생각해 보면 전국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너무도 아름다운 동화속의 길이 아니었나 싶다. 글자그대로 물 맑고 공기 맑은 청소골 마을위로 계족산자락 너럭바위가 펼쳐진 계곡 길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하늘나라 선녀들이 목욕하고 나들이하는 장소라며 입소문이 파다했었다.
     
    더욱이 정혜사 길은 淸所골짜기를 경유하기에 그곳 지명처럼 맑고 깨끗한 장소가 아닐 수 없다. 여름철에는 발 디딜 곳이 없을 정도로 계곡마다 사람들이 들어차 무더위를 식히는 피서장소로도 유명하다.
     
    순천만국가정원1호가 탄생된 지금, 날마다 동분서주하는 현대인들의 일상생활에서 최고의 힐링 장소로 떠오르는 곳이 있다면 아마도 정혜사 길이 아닐까 싶다.
     
    현 주지인 “덕림” 스님은 불교의 역사와 문화를 개방해 시민들에게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덕림 스님은 계족산 등산과 함께 매주 일요일 12시에는 무료로 국수 공양도 먹을 수 있게끔 하는 생활불교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특히 덕림 스님은 정혜사를 찾는 사람들에게 보제루의 감로차를 대접하면서 “종교는 평화를 위한 것이기에 봉사와 헌신이 따라야 되며 종교지도자들이 바른 가르침과 어두운 곳의 등불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종교철학을 설파하고 있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6-07-05 11:18 송고 2016-07-05 11:19 편집
    순천시 청소골 정혜사 길에는 / 김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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