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1367930
2014년 4월 25일이다. 미국대통령 오바마가 한국을 찾아왔다. 그는 박근혜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16일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에게 애도했다.
그의 첫마디는 지켜보는 부모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나는 두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세월호 사건으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비슷한 나이입니다. 그 아이들이 공부했던 단원고에 백악관에서 가져온 묘목을 바치겠습니다. 이 묘목을 통해, 사랑하는 자녀를 잃은 모든 분들께 미국 부모가 느끼는 연민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제가 바치는 이 목련은 아름다움을 뜻합니다. 봄마다 새로 피는 부활을 의미합니다. 하고 말문을 열었다.
그랬다.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이 난 그날부터 우리 부모들은, 다리를 뻗고 잠을 자지 못했다. 자식을 낳아본 사람은 말을 하지 않아도, 두 눈 멀쩡하게 뜨고 서서히 죽어간 그 아이들에게 용서를 빌지 않을 수 없었다.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잘못 살아 왔다고, 마음속으로 용서를 빌면서 소리 나지 않은 울음을 울었다.
두 아이를 가진 필자도 ‘길이 끝나는 곳에/ 연잎이 살고 있었다/ 연잎이 살고 있는 곳에/ 새벽이 찾아 왔다// 해가 떠오를 때까지/ 이슬 한 방울 받아주지 않는다고/ 연잎은 먼 산을 바라보며/ 쓸쓸하게 웃었다// 먼 훗날/ 연잎의 그 웃음이/ 울음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미 연잎은 시들고 있었다// 잘못했다 잘못했다/ 진흙 속에서 연꽃을 피우기 위해/ 마음을 비우고 또 비우며/ 대궁 속에서 아프게 울고 있는 줄도 모르고// 아침이 오기를/ 기다렸다/ 꽃이 피기를/ 기다렸다//라는 ‘연잎이 우는 것은’이라는 시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언어가 달라도 피부색이 달라도 이 땅에서 살고 있는 부모 심정은 이심전심(以心傳心)이었다. 한국을 방문한 미국의 오바마대통령도 비행기 트랩을 내리면서 미소를 짓지 않은 엄숙한 표정이었다. 비록 대통령이지만 세월호가 침몰한 마당에서 니 자식 내 자식 가리지 않았다. 단원고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아이들을 생각할 뿐이었다.
우리는 부모가 되어,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잘못에 대하여 스스로 반성하고 자숙하고 자책했다. 다만 우리 아이들이 무사하게 돌아오기만을 수천 번 수만 번 기도하면서 온몸으로 온 가슴으로 잘못했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만나는 얼굴마다 어른이 된 것이 부끄럽다고 눈으로만 말했다. 세월호의 불상사는 우리의 책임이 아닌 나의 책임이라고, 구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후회를 했다. 바깥출입을 삼가고, 식음을 전폐하고, 살아서 돌아올 우리 아이들에게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식을 낳아보지 않은 사람은 가슴이 없었다. 입에 붙은 말로만 아이들을 걱정했다. ‘누구 때문에’ 세월호가 침몰했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누구누구 때문에’ 라는 핑계거리를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이 나라의 수장이 그랬다. 세월호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이 승객구조를 방기하고 홀로 대피한 것에 대해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살인과도 같은 행위라며, 승객들에게는 제자리를 지키라고 해놓고, 자신들은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을 했다. 이것은 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렇다. 선장으로, 선원으로의 의무를 저버리고 저희들만 살자고 탑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고쳐봐야지 침몰선박회사의 비리에는 속수무책이었던 박근혜대통령은 과연 선장과 승무원을 비난할 자격을 갖추었는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
또한 자식이 있더라도 오합지졸, 수장에게 빌붙어서 늑장대응을 하며, 무위도식한 측근들은 어떻게 용서를 해야 할까? 그들은 이구동성(異口同聲), 이번 세월호의 참사는 ‘나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나는 아니라고’ ‘나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 살아왔다고’ 발뺌을 하는데 수장보다 더 뻔뻔했다.
중국 송나라의 주자는 후대 사람에게 일생을 살아가면서 하기 쉬운 후회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열 가지를 제시해 주었다. ① 불효부모사후회(不孝父母死後悔)이다.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뒤에 뉘우친다. ② 불친가족소후회(不親家族疏後悔)이다. 가족에게 친하게 대하지 않으면 멀어진 뒤에 뉘우친다. ③안불사난패후회(安不思難敗後悔)이다. 편안할 때 어려움을 생각하지 않으면 실패한 뒤에 뉘우친다. ⑤ 불치원장도후회(不治垣墻盜後悔)이다. 담장을 제대로 고치지 않으면 도둑맞은 뒤에 뉘우친다. 등이다. 사람이 살아가려면 항상 때가 있고, 때를 놓치면 뉘우쳐도 소용없음을 강조한 말들이다.
세월호 참사 앞에서, 정부는 자랑스럽고 떳떳했는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이제 그만 정부도 무능함을 덮기 위하여 ‘누구 때문이라는’ 발언은 더 이상 하지 말고 책임감 있는 산뜻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선하디 선한 영혼들의 울부짖음이 귀에 들리고 있다면, 이제라도 ‘너 때문에, 너희들 때문에’라는 세월호 타령은 그만 접고, 잘못했다 잘못했다 대통령인 내가 잘못했다고, 머리 깊이 숙여 대국민 앞에 사과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4-04-30 09:0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