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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가득 지고서 / 정홍순

2014-05-23 오후 11:49:14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7면초_scd-h

     

     

    황토 사래밭 북적지서

     

    고구마 캐다 섬뜩

     

    발 없이 달려 나오는 놈을 만났다

     

    보리 거두고 심은 효자마가

     

    잘라진 마디에 전분 찍어 바르며

     

    병상 채 누운 것을

     

    가을을 빌미로 감행하고 말았다

     

    여적지 황토에 엎어지면

     

    서리치는 몸 어찌 간수하려했을까

     

    몇 마디

     

    길어봐야 세 뼘쯤

     

    각설하고 건네던 길, 나는

     

    긴 사리 고랑에 털버덕 주저앉아

     

    담담히 멈추고 선

     

    누런 바람의 얼굴을 쥐어뜯었다

     

    길었던 장마 폭염의 고비 중에서

     

    붉은 흙에 파묻었던 발가락

     

    두 다리 쭉 뻗고 신발 털며

     

    오열 한바지게 짱짱하게 짊었다

     

    울음이 첫 숨이 된 놈

     

    첫 숨이 울음 된 사내자식

     

    발가락 만져 기뻤을 어머니 손이

     

    이 따뜻한 흙이 젖고 있다

     

    걸어서 죽기까지다

     

    오기 깨문 어금니가 부르르 떨린다

     

    응등그러진 무르팍 세워

     

    붉은 노을 한 지게 지고 일어섰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4-05-20 07:33 송고 2014-05-23 23:49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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