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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선을 타고

달리는 차창밖 내다볼 사이도 없이

그렁저렁 이야기 나누다 보면

문득 닿게 되는 순천역

살다보면 어디 쯤 가고 있는 지

자신의 주위를 살펴보듯이

궁둥이 들어 서너번 쯤 자리를 고쳐 앉다보면

순천역에 닿는다

떠날 사람들은 다 떠나고

남을 사람들만 남아 삶의 터전을 이룬 곳

아부지, 어무니, 날 찾지 마시오

성공하기 전에는 안 올랑께요

큰 소리 치며 떠났던 무단가출의 세월도 가고

이웃동네 삼식이가 성공했다네

큰 돈 벌었다네

바람결에 들었던 소식이 궁금해

서성거려 보기도 했던 순천역

더러는 참으로 큰 돈 벌어

연자루 팔각정을 지어주기도 했다더라만

꿈에 용보기로나 남은 기억

인생은 막차 떠난 대합실처럼 쓸쓸하지만

순천역은 당신을 기다려

위무의 손길로 맞아주었다

심야의 가로등처럼 거기 서서

당신을 기다려주던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