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가끔 사람들은 지난세월의 발자취를 더듬을 때가 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생각으로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삶의 물음표를 자신도 모르게 던지고 있다. 아마도 삶의 흔적을 찾아 보다나은 미래를 구상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문화유산이 많은 순천지역민들은 역사속의 인물은 물론 서민들의 삶과 그들이 남겨 놓은 유적유물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산과 들, 호수와 바다, 습지까지 품고 있는 순천은 선인들의 깊은 삶을 엿볼 수 있는 문화유산의 도시다. 왜냐하면 순천지역 선조들은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흔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문화유산’은 보존가치가 있는 흔적들을 일컫는다. 유네스코 협약에 따르면 ‘유산’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현재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고 미래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자산’으로 정의하고 있다. 게다가 국가유산기본법에서는 국가유산을 ‘인위적이거나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가적, 민족적 유산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역사적, 예술적, 학술적 또는 경관적가치가 있는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으로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 “문화유산”은 우리역사와 전통의 산물로 문화의 고유성, 겨레의 정체성 및 국민생활의 변화를 나타내는 유형의 문화적 유산이고, “자연유산”은 동식물, 지형, 지질 등의 자연물 또는 자연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조성된 문화적 유산이다. 또 “무형유산”은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돼 공동체집단과 역사,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끊임없이 재창조된 무형의 문화적 유산이다.

따라서 순천은 구석기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유산을 지니고 있다. 더욱이 주암댐을 조성할 때 많은 고인돌이 발굴돼 그 옛날의 역사를 짐작케 했다. 그 중에서도 송광면 우산리 유적은 50여 기의 석실이 몇 개의 열을 짓고 있었다. 내용물은 비파형 동검, 돌칼, 돌화살촉, 홈자귀, 삼각형 돌칼 등의 석기류와 민무늬토기, 붉은간토기, 가지무늬 토기 등의 토기류, 곱은 옥, 소옥, 대롱옥 등의 장식 옥 등 다양한 유물이었다.

성곽으로는 임경업 장군과 관련이 있는 낙안읍성(사적 제302호)을 비롯해 신성리성, 검단산성(전라남도 기념물 제157호), 순천읍성, 인제산성, 매곡산성, 해룡산성, 미합산성 등이 있다. 유명사찰로는 송광사(전라남도 문화유산자료 제43호), 선암사(전라남도 문화유산자료 제42호), 정혜사, 동화사, 향림사 등이 있다.

송광사와 선암사에 있는 문화유산은 불교적 유산으로 76점이나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유교문화유산인 향교를 비롯해 옥천서원, 옥계서원, 용강서원, 청수서원, 오천서원, 율봉서원, 이천서원 등이 있다.

게다가 순천은 이순신을 모신 충무사를 비롯해 김굉필의 경현당, 장윤의 정충사, 허일의 충렬사 등이 있다. 정자로는 상호정, 양벽정, 사휴정 등이 있다. 이외에도 수많은 문화유산과 천연기념물 등이 산재해 있다.

무엇보다도 세계문화유산이 된 선암사와 순천갯벌은 순천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선암사는 한반도 남쪽지방에 자리한 7개 불교산지 승원으로 통도사, 부석사, 봉정사, 법주사, 마곡사, 선암사, 대흥사로 이루어져 있다.

또 순천갯벌은 금강에서 시작한 갯벌 퇴적물이 모이는 곳으로 넓게 발달한 염습지와 뛰어난 염생식물 군락을 보여주고 있다. 또 멸종위기종인 흑두루미의 최대 월동지이며, 노랑부리저어새 등 25종의 국제 희귀조류와 220여종의 조류가 찾는 등 생물학적 가치가 큰 갯벌로 평가되고 있다.

순천의 선암사와 갯벌이 세계문화유산과 자연유산에 각각 등재됨에 따라 한국에서 유일하게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보유한 도시가 됐다. 따라서 순천은 세계적 문화유산도시로써 진면목을 갖추고 있는가하면, 그 관리에도 신중을 기하고 있다.

그런 연유에서일까? 순천출신인 허민 신임 국가유산청장은 취임사를 통해 “전 세계인이 언제 어디서든 우리 문화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우리가 만든 'K-헤리티지', 'K-컬처'를 국민은 물론 세계인이 감동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기술과 감성의 균형 위에서 세계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 국내유산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이후 14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순천시는 1990년대 후반부터 시민들과 함께 민, 관, 학 거버넌스를 구성해 전신주를 지중화하고 흑두루미 희망농업단지사업을 추진하는 등 순천만을 보존하는 데 주력해왔었다. 시민이 함께 순천만을 보호한 결과, 2018년에는 람사르 습지도시로 인증됐고 순천시 전역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었다.

당시, 허석 순천시장은 "생태를 보존하고자 했던 시민들의 순수한 노력이 갯벌처럼 겹겹이 쌓여서 '순천만'이라는 순천의 정체성이자 최고의 자산을 만들어냈다"며 "소중한 자연유산이 안전하게 보존관리 되도록 더욱 힘쓰고,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진 순천의 생태환경을 통해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아무튼 세계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보유한 순천은 소중한 문화자연유산을 물려받은 후손으로써 그 가치관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울러 문화순천시민의 긍지를 갖고 문화유산보호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