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동천에 비가 내리고 있다. 단비가 내리고 있다. 그토록 기다리던 여름비가 내리고 있다. 비는 날마다 35도를 웃도는 고온을 식혀준다. 또 지쳐만 가는 생물들에게 생기를 돋게 했다. 더욱이 편안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비의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 특히 순천사람들은 옛날의 동천을 그리워하며 빛바랜 추억부스러기를 떠올리게 했다.

그 옛날 동천은 해맑다 못해 푸른빛을 토했던 동심의 놀이터였다. 여름철이면 철모른 아이들이 멱 감고 물장구 치고 수영하며 추억을 만들었던 장소였다. 철수와 영희 그리고 정다운 친구는 물론 바둑이까지도 무더위를 식혔었던 물놀이 쉼터였었다. 가끔은 그물망과 쪽대로 물고기를 잡아 천엽을 즐겼었던 어른들의 모습을 그린다. 게다가 그 뒤를 따라다니며 어죽을 얻어먹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무엇보다도 순천사람들은 동천에서의 추억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사시사철 변화를 가져다준 동천의 아름다움을 떠나 그곳에서 있었던 작은 사연은 있었으리라 믿는다. 봄이면 봄의 화신을 만나서 꽃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여름이면 물놀이를 하면서 물의 철학을 배웠었다. 아니다. 가을이면 가을산과 도심의 그림자를 찾아 마음속 그림을 그렸었고, 겨울이면 빙판위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미끄럼을 즐겼었던 놀이동산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필자역시 동천의 추억은 푸른빛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흐르는 동천 물을 붙잡을 수 없듯이 세월을 이기지 못한 아쉬움을 혼자 지닌 듯, 쓸쓸함과 허전함을 안고 있다. 그것은 많이도 변해버린 동천의 환경에서 낡은 추억만이 덩그렇게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세월의 흐름은 필자뿐만 아니라 모두가 동감일 것이다.

모 지인은 흐르는 동천 물을 바라보다가 빛바랜 추억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적셨다고 한다. 그는 어린 날의 추억을 되새기면서 잃어버린 시간 찾기에 젖어들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긴 머리소녀와의 순정이야기에서부터 이별이야기까지 흐름의 미학을 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동천의 수해를 겪은 탓인지, 악몽의 동천이야기도 함께 간직하고 있었다.

순천만국가정원이 들어선 동천끝자락 그곳에서의 추억담은 끝이 없다. 수몰민들의 설움과 아픔들이 산재해 있는가하면 희망의 씨앗들이 뿌려지고 있다. 수많은 수목과 식물들이 군락을 이루면서 순천만국가정원이 만들어 졌었고 치유산업까지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관광산업은 순천의 보고로 각광을 받고 있다.

가까운 예로 지난 11일에 개방된 ‘새 용산전망대’는 동천의 끝자락으로 생태치유관광의 거점이 되고 있다. 특히 세계가 인정한 순천만과 갯벌 그리고 갈대 등은 원시적인자연생태계의 보전과 함께 현명한 이용의 상징성이다.

새롭게 건립된 용산전망대는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2층 목재 구조물로 지어졌으며, 건축면적은 124.88㎡이다. 또한 고령자, 장애인, 영유아 동반 가족 등 이동약자를 위해 용산전망대 진입 구간 약 908m에 경사형 무장애 데크 길을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전망대에서는 S자 수로를 따라 펼쳐지는 갈대밭과 칠면초 군락, 낙조, 흑두루미 도래지 등 순천만의 대표 생태경관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서 생태해설, 철새 탐조, 명상 등 다양한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람사르길, 갈대숲, 흑두루미 도래지 등과의 연계를 강화해 자연기반 생태치유관광과 생태교육의 중심지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아마도 “동천의 추억”은 ‘대한민국대표 치유도시의 도약을 위한 밑그림이 아닐까 싶다. 지난 7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대한민국 대표 치유도시’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마련하고, 새 정부 국정과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업무보고회도 개최했었다.

보고회는 새정부 공약, 2030 미래비전, 정부 재정추이 분석 및 시 재정운영방향 브리핑으로 시작됐다. 간추린 내용은 ▲영호남 메가시티 실현 ▲남중권 新경제거점 미래첨단 산업벨트 구축 ▲세계적인 생태도시로 도약 ▲명품 정주환경 ▲민생경제·돌봄 등 5대 핵심 테마를 중심으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었다.

어쩌면 순천의 발전은 동천에서 시작되어 동천에서 꾀하는지도 모른다. 동천 물의 흐름 따라 세월강도 흐르고 흘러 푸른 추억담이 쌓아지지 않을까 싶다. 맑은 공기와 맑은 물이 상존하는 동천은 순천의 젖줄이기에 더욱 그렇다.

어김없이 흐르는 세월 뒤로

동천물이 따라 흐르고 있다

그 옛날

멱 감고 물장구 치고 물고기 잡았던 놀이터로

동심이 서린 동천

살 모래 속 모래무지 발바닥에 밟혀 꿈틀거렸던

그 촉감 그 느낌

잃어버린 지 오래

뚝방길, 그 길에서 만났던 긴 머리소녀 순정이야기

얼마쯤 쓰여 졌을까

무엇이 쓰여 졌을까

이길 수 없는 세월

멈출 수 없는 물결

지울 수 없는 추억

가슴속에 심은 채

바다빛 푸르름으로

하늘빛 푸르름으로

흐름의 곡선을 만들고 있다

(칠자의 “동천의 추억”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