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순천낙안에 취했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꽃에 취하고, 맛에 취하고, 멋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소리에 취하고, 풍류에 취한 상춘객들이 순천낙안에 취하고 있다. 특히 봄나들이를 나선 상춘객들의 첫마디가 “순천낙안에 취했다”는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순천과 낙안읍성 곳곳을 찾아들고 있다.

곡선의 아름다움과 느림의 철학을 알고 있는 듯 상춘객들의 관광개념도 변화되고 있는 것 같다. 쉼과 여유 그리고 건강으로 이어진 관광 상품이 개발되는가하면 미식주간 풍류상품까지도 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낙안읍성은 드라마 촬영장소로 유명하다. 옛 정취가 그대로 묻어나는 초가를 비롯해 성곽과 돌담길은 현대인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복잡하고 혼탁한 도심을 잠시, 잠깐이라도 떠나고픈 현대인들의 정서를 가만 한다면 오늘의 현실은 당연지사가 아닐까 싶다.

꽃샘추위가 물러나고 있는 4월이면 봄을 만끽하려는 상춘객들의 발길이 낙안읍성으로 옮겨지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순천시가 시행하고 있는 미식주간이 3월 31일부터 4월 4일까지 5일 동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축제행사에는 순천의 맛과 멋이 어우러진 대처를 경유하면서 낙안풍류를 즐기는 기행도 들어있다.

순천낙안의 봄꽃 구경을 나왔다는 일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볼까 싶다. 그들은 남해고속도로에서 승주로 진입하면서부터 정신이 맑아지고 숨통이 확 트였다고 했다. 그들은 곧장 선암사와 낙안읍성을 잇는 관광도로로 진입했었다. 가로수 벚꽃이 화려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도톰하게 머금은 꽃송이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맺혀있었고, 그 틈바구니를 비집는 꽃송이들이 제 먼저 피려고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조계산자락과 상사호 풍광은 극치였었다. 청둥오리무리가 듬성듬성 호수방석을 만들었고 푸른빛의 호수는 편안함을 안겨 주었다. 순간순간 도심 속의 욕심을 내려놓은 쉼과 여유의 시간으로 빠져 들었다.

잠시 후, 그들은 낙안의 주산인 금전산에 접어들었다. 오금재를 넘어서면서 금둔사 납월홍매화를 볼 수 있었다. 붉게 핀 홍매화의 화려함과 고고함에 취했었다. 문득, 강추위 속에서도 향기를 잃지 않는 매화를 좋아했던 선비정신이 떠올랐다. 난세에도 굴하지 않고 올바른 언행으로 백성과 나라만을 생각했었던 선비들은 어디로 갔을까? 라는 의구심이 솟았었다. 지금의 현실을 직감하면서 나라걱정을 해야만 했었다.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혼돈의 시간이 연속되는 지금의 사태가 언제쯤 수습될 수 있을 것인지? 매우 걱정스러웠다. 안개정국이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했었다. 더욱이 서민들의 일상은 피폐되고 공황장애까지 겪고 있는 실정으로 심각성을 느꼈었다.

목적지인 낙안읍성에 도착했었다. 넓은 주차장과 봄꽃들이 반갑게 맞이했었다. 주차장 내의 시골장터와 동문입구의 석구 상은 정겨움을 안겨 주었다. 팔진미의 주재료인 미나리를 비롯해 버섯, 무, 묵, 등 낙안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선보였었다. 게다가 털이 긴 우리나라 토종견인 삽살 견의 석구 상이 낙안읍성 동문을 지키고 있어 안도감을 주었다.

그들은 드디어 성문 안으로 들어섰다. 우리의 옛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초가와 돌담길 그리고 연못과 성곽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게 했었다. 고향의 아늑함과 부모형제, 친구의 정을 느끼게 했었다. 특히 복수초꽃, 영춘꽃, 개나리꽃, 살구꽃, 복숭아꽃, 진달래꽃, 배꽃, 목련꽃 등 봄꽃이 반기는 낙안읍성 마을의 살가움은 상춘객을 감성에 젖게 했었다.

인절미를 쪄서 절구통에 넣고 떡매로 찧어 만든 쑥떡과 콩떡은 우리의 옛날식감을 되찾게 했었다. 게다가 낙안에서 생산된 미나리와 파로 부친 전과 부친개 등은 봄의 향기와 기운을 담은 음식으로 별미가 아닐 수 없었다.

또 낙안풍류기행에 걸맞은 낙안 전통막걸리 체험은 낙안을 취하게 했었다. 낙안평야에서 생산된 낙안미를 쪄서 누룩과 함께 발효시킨 낙안전통주는 만사형통으로 이어주는 지름길이었다. 근심걱정을 잊어버리는 약주가 아닐까 싶다.

한편 낙안풍류 미식투어는 즐겁고 편안하게, 정취를 즐기며 먹고 마시고 듣고 음미하는 미식 낭만여행이다. 봄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맛에 취하고, 정취에 취하고, 소리에 취하는 오감을 느낄 수 있는 추억여행이다.

그렇다. 순천낙안의 봄은 낭만을 만끽하고 싶은 상춘객들이 찾아들고 있는 것이다. 소중하고 귀중한 사람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은 미식투어에 편승해 추억을 쌓는 것이다. 편안하고 즐겁게 감도 높은 로컬 테마 여행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낙안풍류기행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쉼과 여유가 있는 낙안풍류기행은 우리들의 정서적고향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건강으로 이어지는 편안한 시간, 순천낙안에 취하는 것이 작은 행복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