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벚꽃이 피어나고 있다. 화사하고 청초한 소녀의 미소로 피어나고 있다. 벚꽃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의 온몸이 즐겁기만 하다. 봄의 화신을 맞이하듯 몸과 마음이 가볍다. 순천만을 잇는 동천 변은 벚꽃의 웃음으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벚꽃 피는 동천의 밤은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이 쌓여지고 있다. 어니다. 밤 벚꽃놀이터가 되고 있는 것이다.

강물을 보듬고

세월을 붙잡고

연분홍빛 그리움을 머금은

동천의 밤 벚꽃은 당신의 웃음 입니다

초저녁 불빛보다도 청아하고

깊은 밤 별빛보다도 총총하고

동천의 뚝방 길을 밝히는 꽃빛은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동천 속에 비치는 꽃잎, 꽃잎들

무수한 인연으로 피어나는 것을

연분홍 사연으로 맺어지는 것을

벚꽃 피는 밤은

별빛이 흐르듯이

동천이 흐르듯이

벚꽃이 머금듯이

(필자의 “벚꽃 피는 밤” 전문)

지난 주말이었다. 순천의 벚꽃 길은 인산인해였다. 상사호와 주암호의 호반 길은 물론 수변지역의 벚꽃 길은 수많은 차량행렬로 이어지고 있었다. 특히 도심을 가로지르는 동천 변의 벚꽃 길은 연인을 비롯한 가족과 함께한 나들이객들로 붐볐었다.

어쩌면 순천의 동천 변은 밤 벚꽃놀이터가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밤 벚꽃을 즐기는 사람들이 너도 나도 모두가 다함께 동천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사하게 피어나는 벚꽃을 바라보면서 걷는 발길은 보약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도심 속의 찌든 생활을 박차고 대자연의 품에 안겨 벚꽃과 함께 한다는 것은 환희의 도가니가 아닐 수 없다.

벚꽃은 무수한 인연으로 피어나고 화사한 추억을 쌓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기쁨과 즐거움을 더해주는 벚꽃은 장소를 불문하고 그리움을 몰고 온다. 어렴풋이나마 생각나는 풋사랑에서부터 잊을 수 없는 사연들을 떠올리게 한다.

순간, 동천의 벚꽃 길에서 맺은 부부의 이야기가 피어난다. 그들은 밤 벚꽃 놀이를 즐기다가 맺어진 잉꼬부부다. 처음으로 밤 벚꽃을 구경나왔었던 그들은 우연히 스마트폰사진을 촬영해주면서 벚꽃의 추억을 만들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폰 사진을 촬영하면서 주고받는 대화가 싱그럽게 다가오면서 정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즉, 벚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나는 당신 얼굴이 너무나도 예쁘고 아름답다는 표현에서 애정의 싹은 키워졌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일까? 순천 동천 수변공원이 개방됐다. 순천만 국가정원과 원도심을 잇는 생태축이 완성된 것이다. 시민들의 산책로는 물론 순천의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게 됐다.

당초 풍덕 조합은 2028년 도시개발사업 준공 시, 수변공원을 순천시에 기부채납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의 요청에 따라 공원 조성을 3년 앞당겨 올해 4월 벚꽃 개화시기에 맞춰 개방하게 됐다고 한다.

오천그린광장에서 출렁다리를 건너 또 다른 그린아일랜드를 연상케 하는 770m의 넓은 녹지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동천의 아름다운 수변을 감상할 수 있으며, 기존의 둑방 벚꽃 길과 연결된 이팝나무 산책로와 잔디밭이 조성됐다.

이외에도 동천 변의 벚꽃은 축제의 산지가 되고 있다. 제3회 서면 벚꽃축제를 비롯해 곳곳의 벚꽃축제로 동천을 밝히고 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서면 벚꽃축제는 서면우체국에서 서천수변공원으로 이어지는 약 3km의 만개한 벚꽃 길을 배경으로 펼쳐져 봄의 절정을 감상할 수 있다.

그 어려웠던 탄핵시국을 벗어난 지금, 벚꽃 피는 동천의 밤은 환희의 도가니다. 남녀노소 다함께 어깨춤이 절로 추어진다. 시민들의 쉼과 여유의 공간으로 자리한 동천수변공원의 역할도 제 몫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