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시인

“말과 글은 아름답게 사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던 k선생님이 생각난다. 그 선생님은 자신의 자녀들의 가르침에서부터 학생들의 가르침과 사회인들에까지도 아름다운 말과 글의 사용을 권장했었다. 고운 단어와 아름다운 말을 사용함으로써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친절함이 묻어나고  상쾌함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옛날 말에 말 잘해서 뺨맞은 일 없다고 했다. 가끔 아름다운 말씨와 고운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면 향기가 나는 듯 품격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말과 언어를 가능한 곱고 아름답게 사용한다. 아마도 상대로 하여금 불쾌감을 주지 않으려는 마음과 언어의 온도차를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난 추석연휴 때다. 긴 연휴에서인지, 관광지를 찾는 사람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연인끼리의 관광객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가족을 동반한 나들이였다. 특히 부모를 모시고 어린아이들까지 동반한 3대가 한데 어울린 나들이가 종종 눈에 띄었다. 아니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손자까지 4대가 동반해서 관광을 즐기는 관광객도 보였다.

관광객의 행렬에서 오직 토속적인 지방사투리와 함께 욕을 섞어가며 싸우는 듯 이야기하는 일부관광객도 있었다. 주위사람들은 그들의 이야기가 한심하기 짝이 없었는지, 그들 곁을 슬금슬금 피하면서 “에이 몰상식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여러 사람들이 모인장소에서는 말소리도 작게 하고 욕설은 하지 말아야지.”라고 투덜거렸다.

또 다른 일면은 일곱 살 아이와 다섯 살 아이를 데리고 온 어머니의 언행이 참으로 아름다웠으며 본이 됐었다. 고분고분하고 상냥한 말씨로 아이들에게 공중도덕을 가르치고 있는 그 모습은 현모양처 상이었다. 다시 말해 그 어머니는 다섯 살 난 둘째 아이의 말끝이 없고 흐리는 지적과 함께 휴지를 아무데나 버리는 그릇된 습성을 바로잡는 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즉 “윗사람에게 말을 할 때는 존댓말을 사용해야 해요. 언제나 공손한 어투로 고운 말을 사용해야 해요. 또 휴지를 버릴 때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해요.”라고 훈육했었다.

자신의 아들에게도 존칭어를 사용하면서까지 각별하게 훈육을 하는 30대 젊은 어머니의 언행은 반듯했고 본이 됐었다. 요즘에도 저런 어머니상이 있다니 필자의 눈을 의심케 했다. 사실 요즘 세대들의 예의범절과 공중도덕론은 한마디로 엉망이다. 부모들의 가정교육에서부터 학교교육 사회교육 대부분이 이기심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30대 어머니의 그 모습은 산 교육으로 비쳐졌다. 

그렇다. 요즘 베스트셀러가 된 “언어의 온도”는 이를 방증케 한다. 이기주씨가 쓴 에세이로써 현 사회의 흐름을 바꾸어 놓고 있다. 그는 말과 글의 사용에서 언어에는 따뜻함과 차가움, 적당한 온기 등 나름의 온도가 있다고 했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어떤 이는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기도 하고, 어떤 이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건네는 문장으로 위안을 얻는다. 이렇듯 ‘언어’는 한순간 나의 마음을 꽁꽁 얼리기도, 그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을 녹여주기도 한다.

그는 또 “엿듣고 기록하는 일을 즐겨 하는 사람이다. 그는 버스나 지하철에 몸을 실으면 몹쓸 버릇이 발동한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저자가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 단어의 어원과 유래, 그런 언어가 지닌 소중함과 절실함을 농밀하게 담아냈다.

반듯이 말과 글의 사용에는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가능한  고운언어와 아름다운 말을 사용하는 것이 격을 높이는 삶이 아닐까 싶다. 같은 말과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양질의 삶을 살아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다음과 같은 시상이 떠올라 게재해 볼까 싶다.

스마트폰에서 언어 꽃이 피었다
“당신은 몸매도 예뻐”
그 한마디에서 싱글벙글
따스한 훈기로 하루가 짧다

스마트폰에 얼음 꽃이 피었다
“당신은 몸매만 예뻐”
그 한마디에 삐죽삐죽
차가운 냉기로 하루가 길다

잠시
스마트폰을 도배하듯
수많은 언어들이 잡초처럼 무성하다 

도와 만의 온도차로
웃음이 절로 번지며
언어 꽃이 절로 피는
스마트폰액정 위로 온도가 뜨겁고

만과 도의 온도차로
짜증 섞인 목소리는
말꼬리까지 흐려지며
스마트폰스피커로 온도가 차갑다

옛날에도 그랬듯이(“말과 언어의 꽃”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