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연일 한파가 기승을 부린다. 청룡의 마지막 달인 12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언제나 세밑은 북적거리면서 왠지 모를 쓸쓸함이 번진다. 영하의 날씨 탓일까?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일까? 성탄절은 다가오는데 서민들의 겨울나기는 힘겹기만 하다. 특히 독거노인과 취약계층의 겨울나기는 얼음장처럼 차갑다. 어쩌면 이들에게 겨울나기는 외로움과 고독감 그리고 빈곤까지도 안겨주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순천은 작은 사랑이 전개되고 있다. 숲에서 온 따뜻함이다. 아니다. 사랑의 땔감 나누기다. 순천시 산림과는 산림을 가꾸면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사랑의 땔감으로 바꾸어 나눠주고 있다. 아마도 작은사랑을 나누고픈 사회운동 일환이 아닐까 싶다.

지난주였다. 노관규 시장은 겨울철 한파에 대비해 독거노인과 사회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2024년 사랑의 땔감 나누어주기’ 행사를 하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2주간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 행사는 시가 매년 진행해 온 겨울철 나눔 사업이다. 숲가꾸기와 임도 개설 등 산림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벌채 산물을 수거해 아궁이와 화목 보일러용 땔감으로 만들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활동이다. 올해는 총 56톤의 땔감이 준비됐으며, 28가구에 전달되고 있다.

순천시는 벌채 부산물을 활용한 재순환 시스템을 갖춰 산불 예방과 함께 산림을 정비하고 있다. 깨끗한 산림환경 조성은 물론 사랑의 땔감 나눔에도 적게나마 도움이 되고 있다. 더욱이 겨울철 난방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즉, 지역사회에 온정의 손길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이번 나눔은 산림 자원 활용과 나눔 문화 확산을 동시에 실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김효중 산림과장은 “한파와 독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독거노인과 취약계층이 사랑의 땔감 나눔이 작은 힘이 되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며 “작은 성의나마 숲에서 온 온기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게다가 김 과장은 “산림이 많은 순천지역에서 해마다 발생하는 산불 예방을 위한 산림 사업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벌채사업과 조림사업 그리고 병충해 방지사업은 필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겨울나기는 독거노인과 서민들에게 있어 큰 고욕으로 다가온다. 예부터 등따습고 배부르면 부러울 게 없다는 선인들의 말이 생각난다. 입고, 먹고, 자고의 3고의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게 인생살이가 아니던가? 다시 말해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삶을 행복의 제일 조건으로 생각했었다.

낙안면에 사는 한 독거노인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겨울나기의 땔감을 구하기 위해 산에서 살아야만 했다. 아침을 먹고 난 후에는 의례 것, 나무지게를 짊어지고 땔감을 구하러 산으로 가야만 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산이 없어서 주인 없는 산을 찾아서 땔감나무를 구했다며 자신의 삶을 술회했다.

무엇보다도 취약계층과 독거노인들의 겨울나기는 버겁다. 그들의 삶 속에는 구구절절한 애환이 숨겨져 있다. 자녀들에게 버림받고 홀로 사는 사람을 비롯해 말 못하는 사연들이 은폐돼 있다. 그들은 혹독한 추위 속에서 외로움과 그리움을 견뎌야만 한다. 그런 까닭일까? 그들은 시가 추진하고 있는 ‘사랑의 땔감 나눔’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특히나 탄핵이라는 어려운 시국에서 그들의 겨울나기는 무척이나 힘든 시간이다. 중, 소기업들이 줄줄이 도산되고 대다수의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고 있는 현실에서 초유의 경제난을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도 시 산림과는 ‘숲에서 온 따뜻함’을 전하고 있다. 아마도 작은 사랑의 열매가 열리는 성싶다. 잘 가꾸고 익혀서 알찬 수확을 거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필자의 졸시와 함께 겨울나기를 했으면 좋겠다.

엄니!

정재문 열어나 봐

장작개비 날라다가 군불을 때야 돼

아궁이 속에 묵은 재도 치워내고

장작개비 걸치고 불쏘시게 놓아서

불씨를 붙여야 돼

엄니! 엄니!

방고래 속으로 들어가는 불길이

붉다가 검붉다가 활활소리를 내

엄니방 구들장이 달궈지는가 봐

엄니! 엄니! 엄니!

오늘 밤은 작은 설, 동지라서

낮이 짧고 밤이 길고 긴가 봐

휘어지고 굳어지고 메말라진

몸과 마음을 눕히고 지져 봐

쭈글한 손발, 등허리 펴지게

내일부터는 낮이 길어지나 봐

엄니! 엄니! 엄니! 엄니!

활활대는 엄니방 붉은 군불씨가

거리로

광장으로

옮겨붙고 있나 봐

비둘기가 울어대고

큐피트 화살이 날아드나 봐

내일은

뜨끈뜨끈하게 달궈진

엄니방 구들장 위로

아버지가 누워 자고

우리도 누워 자나 봐

(필자의 “엄니방의 군불”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