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수 편집국장
청룡의 해인 음력설이 지났다. 세시풍속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하얀 설날아침이었다. 필자는 설날의 풍속도를 느껴보기 위해 순천만 갈대밭과 동천 변을 거닐어 보았다. 대대포구에서 밀려오는 파도소리가 정겹고 철새들의 지저귐도 사랑스럽다.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갯벌 밭과 갈대밭은 그 어느 곳과도 견줄 수 없는 장관이었다. 에스자로 흐르는 해수로의 곡선미도 빼어난 경관이었다. 그 곁으로 펼쳐지는 갈대군락이 지난겨울추위를 대변하듯 윙윙 울어대고 있었다. 게다가 갯벌 밭에는 흑두루미를 비롯한 철새무리들이 끼룩끼룩 소리를 내며 밀어를 속삭이는 듯했다.
문득, 어린 날의 하얀 설날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섣달 그믐밤을 설친 가족들은 새벽부터 부산했었다. 어른들은 성묘에 필요한 음식과 술 그리고 세배 돈 준비에 동분서주했다. 아이들은 설빔의 옷가지를 챙겨 입고 세배에 부푼 나머지 마냥 즐겁기만 했었다. 설날부터 삼일 후까지는 친지와 이웃어른을 찾아뵙고 세배를 하는 날이다. 아이들은 세배 돈을 받는 재미가 쏠쏠했었다. 또 아이들은 설빔으로 차려입은 때때옷과 새 신발을 신고 온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각종놀이를 즐기는데 시간가는 줄 몰랐다. 당시는 세배 돈을 많이 받은 아이일수록 예의가 바른 아이였으며 대가족의 힘도 과시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세시풍속은 너무나도 변했다. 성묘와 세배는 뒷전이고 그저 자신의 시간을 갖는 세시풍조다. 다시 말해 해외나들이나 국내일류관광지를 찾아다니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통상이 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순천만의 하얀 설은 낯설지 않았다. 가족친지들의 어울림과 성묘객들의 행렬은 줄을 잇고 있었다. 순천만과 상사면 그리고 별량면을 잇는 국도와 지방도는 성묘객들의 차량으로 교통체증을 유발했었다. 아마도 순천만의 하얀 설이 그려지지 않았는가 싶다.
어리디 어린
하얀 설날이
되살아나는 시간
설빔의 때때옷을 입고
흰 떡국을 먹으며 새해
새날을 맞이했었던
그날들이 다시 그립다
하얀 종이에 심상을
그리면 그림이 되는 것을
하얀 마음에 심상을
심으면 그리움이 되는 것을
하얀 가슴에 이미지를
담으면 사랑이 되는 것을
엄마도 아빠도 아니
누이도 오빠도 모르고
고향도 친구도 모르는 것을
순천만 갈대밭이 손짓하고
순천만 갯벌 밭이 눈짓하고
오천동 진디 밭이 발짓하고
하얗게 피어나는 그리움이
밀려오는 하얀 밤
주름진 귓바퀴는
까치소리에 흔들리고
순하디 순한
하얀 설날이
새 아기 눈동자에 그려지고 있다(필자의 “하얀 설”의 전문)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오천동 잔디광장 그리고 동천으로 이어지는 산책길은 잊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산처럼 쌓여가고 있다. 남녀노소의 힐링 길로써의 역할 뿐만 아니라 배려와 사랑이 움트는 장소가 되고 있다. 더욱이 희망과 추억을 연상하는 장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순간, “늙은이는 추억을 먹고 살고 젊은이는 희망을 먹고 산다.”는 문구가 떠오른다.
그래서일까? 순천은 3대가 함께 즐기는 ‘K-디즈니, 순천’을 실현한다고 했다. 디즈니는 OSMU(One Source Multi-Use) 전략을 가장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기업 중 하나다.‘OSMU’는 하나의 소재를 서로 다른 장르에 적용해 파급효과를 노리는 마케팅 전략을 의미하는 말이다. 디즈니처럼 하나의 원형콘텐츠를 애니메이션, 영화, 음반, 캐릭터 상품, 출판, 장난감 등 다양한 장르에 변용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콘텐츠 시장은 국내 148조, 세계적으로는 3,292조 원의 규모를 자랑한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K-문화콘텐츠 해외 수출액 역시 133억 달러를 돌파해 이차전지, 가전 수출액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밝혀졌다.
오는 4월 프리오픈을 위해 리뉴얼 작업에 들어간 국가정원은‘우주인도 구경 오는 정원’을 테마로 획기적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국가정원의 아날로그적 요소에는 완성도를 더욱 높여가는 한편, AI와 애니메이션 등 디지털적 요소를 가미해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국가정원으로 탈바꿈한다.
이제는 감상하는 정원에서 즐기는 정원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요소를 첨가한다는 것이다. 시크릿 가든 역시 체험 형 실감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서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들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따라서 유형익 정원도시소장을 비롯해 실무과장들은 만반의 준비와 함께 최선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방수진 운영과장은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3대가 찾는 새로운 순천만국가정원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또 송명선 시설과장은 디즈니를 가미한 새로운 시설을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아무튼 하얀 설을 그리는 순천만의 그림이 완성되길 기대해 본다. 아련하고도 참신한 그림위에서 그리움을 노래하고 사랑을 나눈다면 그 얼마나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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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9 09:15 송고
2024-02-19 09:16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