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요란한 봄비가 내리고 있다. 여름을 맞이하려는 봄비치고는 어수선하고 시끄럽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농촌의 일상과 도심 속의 서민생활이 떠오른다. 이들에게 있어“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로 비설거지를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순천시는 생태도시와 도농복합도시로써 비설거지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농촌은 농촌대로 도시는 도시대로 살아가는 모습은 별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삶의 양과 질에서는 차이가 있다. 농민은 농사와 더불어 사는 짐을 짊어지고, 도시민은 상공업과 더불어 사는 짐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따라서 이들에게 있어‘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유행하는 알바시간에 따른 돈이 사라지기에 더욱 그렇다.
언제인가 필자는 지인과 함께 인생의 짐을 논할 때가 있었다. 특이하게도 가벼운 짐과 무거운 짐 그리고 적당한 짐으로 분류해보았다. 짐의 내용물과 가치관을 논하면서 어떤 짐이 적합한가에는 답이 없었다. 게다가 무겁고 가벼움을 떠나 적당한 짐을 어떻게 지고 가야 하는가를 깊이 있게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래도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너의 봇짐은 파랗고
나의 봇짐은 푸르고
우리는 참살이 봇짐에서
헤어날 수 없고
벗어날 수 없다
세상 빛을 보는 순간부터
소소한 봇짐을 이고지고
굴곡진 삶의 길
걷고 또 걷는다
저마다 짊어진 참살이 짐을
아무 곳에나 부리지 못하고
밥그릇 되 엎을 때까지 함께
가야할 그 무게
헤아릴 수 없고
가늠할 수 없다
가벼운 봇짐 속에는황금 이야기가 담겨 있고
무거운 봇짐 속에는소금 이야기가 담겨 있고
참살이 봇짐 속에는지금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언젠가 느낄 것이다
참살이 짐의 무게를
등산길, 배낭의 무게만큼
여행길, 동반자의 정 만큼
인생길, 반려자의 사랑만큼
(필자의 졸시“참살이 봇짐”전문)
순천만국가정원을 비롯해 낙안읍성 그리고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곳곳의 순천관광지를 가꾸고 관리하는 것도 순천의 짐이다. 아니다. 쓰레기소각장과 의대유치도 순천의 큰 짐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짐은 지고 가야 한다. 시와 시민을 위한 짐이라면 아무리 무거운 짐이라도 지고 가야 할 것이다.
혹자는 순천을 생산성이 없는 소비도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쩌면 큰 공단이나 산업시설 등이 없어서 그렇게 말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굴뚝 없는 생산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다시 말해 관광도시로써 지구촌의 세계인들이 찾아들고 있는 도시가 되고 있다. 이것 역시 가꾸고 관리하는 데 짐이 아닐까 싶다.
그런 까닭일까? 올해 가족여행지선호도 국내 1위는 순천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디지털여행 플랫폼인 부킹닷컴에 따르면, 올해 국내가족여행객들 사이 전년대비검색 량이 급증한 국내여행지 1위는 순천으로 선정됐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한국인 및 전 세계여행객들이 올 여름 숙소와 항공편을 검색한 데이터를 전년 동기와 비교 분석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선정된 지역다수가 근처에 시원한 바다가 있는 여행지라는 점에 비해 순천이 1위로 오른 것은 이례적이 아닐 수 없다.
시에 따르면 여름정원은 덥고 걸어 다니기가 힘들다는 고정관념을 깨버린다는 비결로 그늘과 같은 시원함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시는 올해 순천만국가정원의 야간콘텐츠를 강화하고 3대가 손잡고 즐길 수 있는 정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즉, 미디어 콘텐츠로 이어진‘스페이스 브릿지’, 4D 영상을 볼 수 있는‘시크릿 어드벤처’, 정원의 밤을 밝히는‘두다하우스’등 야간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가득 채웠다.
또, 시는 선선한 순천의 정원과 도심을 즐길 수 있는‘나이트 가든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나이트 가든 투어’는 전문해설사와 함께 순천 도심 곳곳을 둘러보고 온전한 국가정원의 밤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주말 예약이 매진될 정도로 흥행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느림의 미학을 담고 있는 낙안읍성과 불교역사를 품고 있는 송광사와 선암사 그리고 주암호와 상사호의 여름은 관광객들에게 수많은 추억을 쌓게 할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더욱이 바다를 안고 있는 순천만국가정원의 여름은 화려하면서도 시원함을 선사할 것으로 믿는다. 아마도 이 모든 것은 순천의 짐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 봇짐에서부터 큰 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순천의 짐은 산재해 있다. 민과 관이 힘을 모아서 목적지까지 무사히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순천의 짐은 가벼운 짐이나 적당한 짐은 없다. 모두가 무거운 짐이다. 힘든 일일수록 피와 땀이 묻어나듯 무거운 짐일수록 그 무게에 따른 가치관은 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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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7 07:18 송고
2024-05-27 07:24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