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순천의 호반 길에는 참살이가 있다. 청초하게 살아가는 동식물을 비롯해 웰빙을 추구하는 인생길인지도 모른다. 건강과 함께 인생을 가꾸는 호반 길, 그 길에는 맑은 물과 공기 그리고 푸른 숲이 있다.

호반의 도시로 널리 알려진 춘천시 보다도 더욱 아름답고 풍요로운 순천시의 호반 길을 탐방해 볼 필요가 있다. 알다가도 모를 감탄사가 절로 나올 것이다. 왜냐하면 생의 근원이 있고 삶의 철학이 있으며 행복의 가치관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네 인생길에서 우여곡절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희비의 쌍곡선을 그려가면서도 살아가야하는 인생들이다. 숙명이랄까? 운명이랄까? 저마다 타고 난 삶 속에는 크고 작은 불행과 행복이 교차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참하고 진솔한 마음을 행동으로 옮겨주는 호반 길은 행복길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 우리네 인생길에서 건강한 삶을 추구한다는 것은 크나큰 행복이다. 주암호와 상사호를 끼고 도는 순천의 호반 길을 둘러보면 자신도 모르는 행복감에 젖어든다. 상사호 주변 길은 천년사찰 선암사를 깃 점으로 상사면사무소와 쌍지를 거쳐 노동마을, 석정마을 등을 순회하는 호반으로써 풍요롭고 아름답다. 특히 주암호 주변 길은 송광사를 깃 점으로 쌍향수가 있는 천자암과 송광면사무소를 거쳐 주암면사무소, 광천마을 등을 순회하는 호반으로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무엇보다도 순천의 호반 길은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길이다. 그는 송광사 불일암에 기거하면서 수많은 수필과 칼럼을 썼었다. 더욱이 그는 조선일보에 자신의 칼럼을 기고할 때마다 호반 길을 걸으면서 깊은 상념에 잠겼다고 한다. 게다가 불일암 무소유 길은 법정 스님이 자주 걸었던 길로, 대나무 숲을 비롯해 아름드리 삼나무, 편백나무, 상수리나무 등 다양한 식물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그런 연유에서일까? 호반 길을 걷노라면 이 생각, 저 생각 끝에 뒤끓는 번뇌를 내려놓는다. 빛과 소리에 무심한 마음이 절로 열린다. 따라서 잔잔한 평안과 기쁨이 그 안에 깃들 게 된다.

법정 스님은 말했다. “행복은 결코 많고 큰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것을 가지고도 고마워하고 만족할 줄 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 여백과 공간의 아름다움은 단순함과 간소함에 있다. 게다가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놓음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용서이고 이해이고 자비이다.”라고 말이다.

며칠 전이다. 필자는 낙안읍성에서 옹기와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철선씨와 함께 호반 길을 드라이브 했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은 상사호를 끼고 도는 호반 길이라고 했다. 그는 검소하고 근면한 생활 속에서 우리고유의 민속품과 야생화, 화목류 등을 가꾸는 생활철학을 지니고 있었다. 틈나는 대로 호반 길을 탐방하면서 수변구역의 생태계를 관찰하고 소소한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봄기운을 가득 실은 상사호는 풍요롭다. 만수된 물결이 찰랑거리고 겨울을 이겨낸 수목들의 푸르름이 싱그러운 햇살을 맞이하고 있다. 승주읍에서 선암사 초입으로 이어지는 상사호반 길에서 낙안읍성을 따라가 보자. 그 호반 길은 연인의 길이다. 낭만의 길이며 추억을 쌓는 길이다. 소원이 이뤄지고 사랑이 맺어지는 길이다. 희망이 샘솟는 곳이며 행복이 넘치는 느림의 길이다.

순천의 호반 길에서 생각나는 시책이 떠오른다. 그것은 익어가는 청춘의 이야기다. 100세 시대에 돌입한 노령시책이다. 평균 수명의 연장은 전체 인구 대비 노령 인구의 비율이 높아지는 고령화로 이어지고 있다. 순천시의 65세 이상 인구는 지난 2월 말 기준 53,886명으로, 시 전체 인구 중 19%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시민 5명 중 1명은 노인이라는 뜻이다.

100세 시대에 발맞추어 ‘노인’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 기준에서는 시는 2025년 중 초 고령사회 진입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는 길어진 노후 생활이 부담이 아닌 축복이 될 수 있도록 건강하고 활기찬 고령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순천의 호반 길은 대자연의 길이며 낭만과 사랑이 접목된 인생길이다. 가파르고 굽어진 산세를 휘 돌면서 담수된 수자원은 엄청난 보물이 아닐 수 없다. 남녀노소가 즐겨 찾는 아름다운 산책길로써 힐링의 장소다. 정담을 주고받으며 행복감에 젖는 추억을 쌓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