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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담은 주암호와 모후산/ 김용수
2020-09-18 오전 9:39:30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김용수


    가을담은 주암호를 따라나선다. 새하얀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이름 모를 풀꽃들이 곳곳에서 피어나는 주암호주변이다. 한마디로 수채화가 아닐 수 없다. 한가롭게 노니는 오리 떼의 물놀이는 물방석을 연상케 한다. 더욱이 잔물결에 떠밀리며 배회하는 낙엽들의 움직임은 자유와 평화를 실어 나르는 일엽편주 같다.

    조계산과 모후산 줄기를 휘돌아서 담수되는 주암호는 전남지역민들의 젖줄이나 다름없다. 봄이면 봄을 담고, 여름이면 여름을 담고, 가을이면 가을을 담고, 겨울이면 겨울을 담아 사시사철 평화를 노래하는 평화의 호수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모후산은 고도 930m로 전라남도 순천시의 화순군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순천시 주암면 대광리, 송광면 삼청리를 거쳐 화순군 동복면과 남면에 걸쳐진 산이다. 산줄기가 남류하면서 하아산, 운월산을 거쳐 모후산으로 이어진다. 서쪽으로는 용문치, 동쪽으로는 남방재가 있어 산줄기가 십자모양으로 발달하고 그 사이사이로 하천이 흐르고 있다. 그래서일까? 모후산을 어머니 산이라고도 한다. 열십자를 표방하는 지형이야말로 선을 추구하는 종교관을 심어줄 뿐 아니라 어머니의 포근함까지 안겨주는 산이다. 
     
    예부터 모후산 지명은 고려 공민왕이 이곳 산에서 난을 피하여 덕이 어머니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또 산은 모구산, 무수산(無愁山)으로도 불리는데, 송광사의 한 스님이 어머니의 소원을 풀어주려고 수도를 하다 말고 수도과정에 나가 장원급제를 해 어머니의 근심[愁]을 없애[無] 주었기에 무수산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어딘가 모를 아픔을 지니고 있는 듯 가을담은 주암호와 모후산은 쓸쓸하다. 이파리를 물들이는 과정에서부터 울긋불긋한 단풍잎이 떨어지기까지의 고뇌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넘쳐나는 물줄기와 풍족한 물, 그 수면은 풍만함과 여유만을 보여줄 뿐이다.

    유역면적 1,010㎢의 주암호는 순천, 보성, 화순 등 3개 시군에 걸쳐 있다. 순천시 주암면 대광리에 높이 57m, 길이 330m 로 축조된 주암 본 댐의 담수로 생긴 호수다. 광주, 나주, 목포, 화순 등 전남 서부권에 1일 6천 톤의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어머니젖줄처럼 전남을 살찌우고 있다.

    1984에 시작해서 1992년까지 8년간에 걸쳐 완성된 주암호는 7억7만 톤의 물을 담수할 수 있다. 광주와 전남권의 용수조절기능 외에 145.5㎞의 호반도로를 끼고 있다. 특히 호남고속도로를 정점으로 국도 15호, 18호, 27호선이 송광사와 고인돌 공원을 연결해 주암호를 싸고돌며, 지방도 818호, 857호선으로 이어진다. 낙안읍성민속마을과 상사호로 이어지는 지방도로역시 조계산과 모후산자락을 감싸고돌아 아름다움을 안겨주고 있다.

    하지만 댐이 건설되기까지의 어려움은 헤아릴 수 없었다. 댐 공사의 어려움은 뒤로하더라도 고향땅을 버려야만 했던 실향민의 아픔과 지역민의 갈등은 컸다. 아마도 의견대립과 과거사는 주암호를 떠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사전에 타당성 검토와 지역민의 여론수렴을 거쳤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주암호를 둘러싼 지역민들의 갈등과 불만의견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농민들은 안개로 인한 과수와 곡물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댐 주변의 환경변화에 따른 피해가 적잖은 실정이다.

    세계인류가 자유와 평화를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현사회의 흐름은 평탄치 않다. 갑작스런 코로나 19의 재난처럼 언제 어떻게 또 다른 재앙이 닥쳐올지 모르는 현실이다. 따라서 자연환경은 인류에게 보물이 아닐 수 없다. 대자연의 재앙을 인류스스로가 재촉하는 환경을 조성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과학문명이 발달할수록 자연도 크게 변화되는 것 같다. 코로나와 태풍, 폭우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도 인류가 재촉한 재앙이 아닐까 싶다.

    예부터 “治山治水”를 잘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아마도 정치인들의 귀에 익은 소리일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산과 물을 잘 다스려야한다는 이치를 말로만 하는 것일까?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말로만 “자연을 보호하고 사랑하자”라고 외칠 뿐 행동은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정국 속에서 폭우와 함께 3번에 걸친 태풍피해를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 정치는 국민들에게 편안하고 희망을 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서라도 치산치수의 가르침을 배웠으면 한다.

    국민들의 관심사가 아닌 것을 관심거리로 여기며 시간 낭비하는 국회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의 정치사에서 악재로 나타나고 있는 당파싸움은 이제 진절머리가 날 때도 됐다. 어쩌면 물의 철학을 배워야 할 것만 같다. 제아무리 흩어져 있어도 뭉치면 하나가 되는 공동체의 삶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특히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줄기와 장애물을 피해가는 물의 철학은 서민의 삶을 어루만져 준다는 것을.

    가을담은 주암호의 물결이 푸른빛으로 짙어만 간다. 단풍으로 물드는 모후산도 올가을의 재난에서 허덕이고 있다. 시름을 달래주는 지도자는 없을까? 우리네 정치풍토에서 샛별처럼 빛나는 지도자가 그립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20-09-18 07:35 송고 2020-09-18 09:39 편집
    가을담은 주암호와 모후산/ 김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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