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정원을 말끔하게 씻는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비껴간 인연을 잇고 잇는 동그라미사슬고리다/빗물처럼 흘러갔던 시간들/빗발사이사이를 끼어 다니고/잃어버린 정/잊었던 사람/비에 젖은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다/빗줄기 따라가고/빗줄기 따라왔던/동그라미는/천사의 눈물도/하늘의 슬픔도 아니다/어린 날 보았던 까만 눈동자다/촉촉하게 젖은 까만 눈망울에서/살며시 떨구는 눈물의 알갱이다/야윈 삶이/토막토막 이어지는 장터에서/가을비에 젖고 젖은 사람들이/빗방울처럼 동그란 동그라미 그리며/동전을 주고받다가 돈을 세고 있다/가끔씩/번개 불로 지져대고/천둥그물 둘러치며/수많은 동그라미 그리게 하는/부처도 예수도 하늘도 얄미운 동그라미다//

추석명절을 앞둔 가을비가 순천만정원에 쏟아지고 있다. 하늘이 컴컴해지면서 번개 불이 번뜩이고 천둥소리가 천지를 진동한다.

이런 날일수록 서민들의 마음은 심란하다. 명절은 다가오는데, 야위고 텅 빈주머니만을 만지작거리는 서민의 심정을 어느 누가 알 것인가? 폭등한 물가고에 한숨만을 내쉬고 있는 저소득층에 생활고를 위정자들은 알고 있는 것일까? 과연 돈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들로 머릿속은 복잡하다.

어쩌면 “오발탄”같은 삶을 살아가는 인생이 바보라고 느껴지면서 빨간불이 켜진 인생길목을 서성거리고 있는가 싶다. 특히 가을비 쏟아지는 길목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서민들의 심정은 동감이지 않나 싶다.

빨간불이 켜진 건널목에 멈춰선 그들의 생각은 오직 빈곤과 가난을 이겨내려는 괴롭고 힘든 긴 시간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네 정치권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당리당략에만 전념하고 있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딴 목소리를 내면서 서민들의 생활고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자신들의 집권야욕과 영달에만 급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세월호 특별법제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정치권은 국민들로부터 신뢰성을 잃었을 뿐 아니라 국회의원직을 없애버리자는 여론까지 들끓고 있는 사회분위기다.

무엇보다도 세월호 참사를 직접적으로 당한 유가족들의 심정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그 사고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받는 서민생활과 국민적 트라우마 상처는 어찌 하란 말인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정치현실이다.

아무리 정치철학이 없는 위정자들이라지만 해도 너무한 것이 아닌가? 오로지 정치는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과 그 길을 열어주는 매개체이기에 더욱 화가 치민지도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위정자들이“명량”이라는 영화를 감상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순신장군의 난중일기를 인용한다면 “忠”은 임금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백성을 섬기는 일로 “명량”이라는 영화가 대성공을 했다고 한다. 과연 우리의 위정자들은 그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그(忠) 뜻을 헤아리지 못했을까? 의아할 뿐이다.

이뿐 아니다. 서민들보다도 저소득층들의 삶의 편린들은 추석명절을 앞두고 더욱 더 고달프지 않을까 싶다. 월세가 밀리고 전기와 수도가 끊기는 삶, 그런 삶을 살고픈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가난은 대물림이다.”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현실에서 서민들의 삶은 지칠 대로 지쳐있다. 우리나라의 경제구조에서 부자도 빈자도 권세도 대물림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추석명절을 앞두고 가을비 쏟아지는 순천만정원 한국관길목에 섰다, 그 길목에서 서민의 애환을 그려본다. 언제나 빗방울로 그리는 연못위의 동그라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