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초승달 모양으로 살포시 구부러진 전남 순천시의 구동순천역과 그 주변을 보라. S곡선을 그으면서 여인의 몸매를 닮은 형상이 보일 것이다.
특히 그곳은 일급수가 흐르는 동천과 자연스럽게 구부러진 제방길이 있다. 그 길옆에는 죽도봉 공원을 오르는 오솔길과 힐링길로 널리 알려진 봉화산 둘레길, 그리고 원도심과 신도심을 잇는 터널길 등 여러 갈래의 길들이 곡선을 긋고 있다.
어쩌면 이곳 곡선들은 예술성을 비롯한 문화성까지 지니고 있어 곡선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담배연기가 그리는 곡선과 여성나체의 곡선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듯, 순천시 동천주변의 곡선은 삶을 위한 곡선들이다.
왜냐하면 이곳은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안겨주면서 사색할 수 있는 휴식공간을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삶을 생활전선으로 비춰 볼 때, 직선의 삶에서 곡선의 삶으로 바꾸어 준다는 것이다.
우리의 생에서 돈보다도, 명예보다도, 더더욱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그 건강을 가꾸는 첫 번째 비결이 여유를 갖고 곡선문화를 즐기는 일이 아닐까 싶다.
옛 선인들은 그랬었다. 곡선문화를 즐기기 위해 여유를 가졌었다. 여유라는 단어 속에는 수많은 곡선을 그릴 수 있는 함수가 숨어있다. 그 함수 중에서도 으뜸가는 것은 건강이었다. 그래서 선인들은 풍광이 아름답고 산자수려한 곳을 찾아다니며 시를 짓고 음주가무를 즐기며 여유를 가졌었는지 모른다.
동천주변의 밤은 아름답다. 특히 초승달이 뜨는 밤이면 더욱 아름답다. 까만 밤하늘에 초승달이 넘실거리며 봉화산과 동천주변을 비추는 풍광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의 극치다.
서울에서 왔다는 신혼부부의 일례를 소개해 볼까 한다. 순천만정원을 관광하고 동천을 따라서 이곳에 도착한 그들은 초승달이 떠오르는 광경을 지켜보았다고 한다. 초승달은 신부의 작은 눈처럼 언제나 웃고 있었으며, 새아씨의 파리한 뺨 같은 모양을 구름자락 사이에 드러내고 있었다고 한다.
또 그들은 새벽이 다가오자 흐르는 동천 수에 떠있는 초승달이 물결사이로 서서히 월몰하는 모습과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까지 들었다고 한다.
초승달에 얽힌 말과 이야기는 수없이 많다. 아름다워서 일까? 아님 처음으로 뜨는 달로 정성과 치성을 드리기에 안성맞춤에서 일까?
아마도 초승달에서 보름달까지의 윤회의 질서가 결국 완전성을 향하는 변모 과정이어서 수많은 이야기가 만들어 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관광객들은 말한다. 순천에서 가장 야경이 아름다운 곳은 초승달 닮은 동천이다고 말이다. 그래서일까? 사라진 동순천역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건축해 동순천역에 대한 향수를 예술적으로 승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주였다. 한 시민이 전해준 이야기는 참으로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그 이야기는 문화예술이 흐르는 “초승달 동천”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옛 동순천역을 기점으로 동천문화역과 죽도봉팔각정에 순천역사전시관, 초승달동천예술제, 동천벗꽃엔딩둑방길(동천야화),1962메모리얼 등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장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 모든 사람들은 건강한 삶과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싶어 한다. 그 소망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는 장소는 전남 순천시 동천주변일 것이다. 그래서 문화예술이 흐르는 초승달동천을 가꾸고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야한다.
아무튼 길과 길이 이어지고 힐링이 싹트는 장소로 심신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문화예술이 흐르는 초승달 동천을 가꾸는데 시민들의 힘이 모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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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9 08:4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