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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9일, 박근혜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국민담화를 하는 결전의 날이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속담이 있다. 세월호 참사 앞에서 비탄에 젖어있는 유가족과 국민들은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의 특권<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 담화>을 예의 주시했다.
텔레비전 화면을 지켜본 국민들은 반신반의(半信半疑)했다. 대통령이 가장 애석해 한 대목은 골든타임을 놓쳐 인명구조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못한 일이라고 했다. 해상재난구조 임무를 다하지 못해 있으나마나한 정부조직으로 낙인을 찍은 해양경찰청을 공중분해 하겠다고 발표했다.
두 번째는 살신성인 정신이었다. 박근혜대통령은 자기를 희생하여 타인의 목숨을 구한 의사자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었다. 어린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탈출시키고 실종된 고 권혁규군,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주고, 또 다른 친구를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어 사망한 고 정차웅군, 세월호의 침몰 사실을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하고도, 라는 말을 할 때부터 목이 메인 대통령은 표정은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면서,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추모비를 건립하고, 4월 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지정할 것을 발표했다.
세 번째는 민관유착이었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끼리끼리 서로 봐주고 눈감아주는 비정상적인 고리를 끊겠다고 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입힌 악덕기업인을 엄벌에 처하고, 아예 문을 닫게 만들겠다고 했다. 범죄이익은 모두 환수하여 피해자들의 보상용으로 쓰겠다고 발표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눈물을 보인 것은 박근혜대통령뿐만이 아니었다. 1963년 그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과 그의 어머니 육영수 여자의 눈물은 더 뜨거웠다.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척박한 땅에서,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서독으로 광부와 간호사들을 파견한 그 이듬해였다. 뒤따라 서독을 방문했던 박정희대통령 내외분은, 그들의 손을 붙잡고 함께 눈물을 훔쳤던 것이다.
꽃이 진다고 밥을 못 먹나/ 꽃이 진다고 잠을 못 자나/ 꽃이 져서 저만 외롭다고 하고/ 꽃이 져서 저만 슬프다고 한다//꽃이 져도 밥만 잘 먹고/ 꽃이 져도 잠만 잘 자고/ 꽃이 져도 똥만 잘 싸고/ 꽃이 져도 꽃이 져도…// 꽃은 우리의 아들/ 꽃은 우리의 딸이다/ 꽃은 우리의 부모/ 꽃은 우리의 형제다// 꽃이 졌다고/ 누군가를 원망하지 말자/ 우리 모두 져버린 꽃에게/ 미안하다고 용서만 빌자// 꽃이 졌다고/ 누군가를 탓하지도 말자/ 내 탓으로 돌리며 져버린 꽃에게/ 잘못했다고 용서만 빌자// 이 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면서 쓴 ‘꽃’이라는 필자의 자작시이다.
세월호의 참사 앞에서 대통령의 특권은 서슬이 시퍼랬다. 대한민국의 수장이 지구촌 식구들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돌발 사고는 세월호참사보다 더 불행한 일이다. 지난 한 달 여 동안 우리 모두는 아팠고 슬펐고 괴로웠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탓하는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또한 어이없는 상처만 남겼다. 세월호 사건이 슬기롭게 마무리 되어,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순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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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2 08:4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