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수 편집국장
청룡이 날아가는 하늘 끝자락
핏빛 그리움을 껴안은 순천만
천돌이 그림을 그리는걸까
천순이 그림을 그리는걸까
갯벌의 주홍 빛 이야기를
갈대의 붉은 빛 서러움을
아무도 몰래 감추는 것을
머금다 못해 토하는 것을
천돌이는 보았는가
저기 넘어가는 청룡의 그림자를
천순이는 들리는가
여기 울어대는 오늘의 철새떼를
부르고 싶은 갯벌 노래를
불태우고픈 갈대 사연을
묵은 해도
지금 해도
새에 해도
순천만 해넘이로
하늘에 묻고 있는 것을
(필자의 “순천만 해넘이” 전문)
변화무쌍한 청룡의 해가 저물고 있다. 주홍빛 그리움이 번지는 순천만! 서쪽 하늘 끝자락에는 지난 시간의 추억들이 아련하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오늘과 내일 그리고 또 다른 시간을 그려보는 해넘이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순천만 해넘이와 해돋이를 지켜보는 시간을 갖는다. 갑진년이라는 묵은 한 해를 보내면서 그동안의 사연들을 헤아려도 본다. 자신이 걸어왔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용산 전망대와 대대포구의 선착장은 만남과 이별이 상존하는 장소다. 이별의 고동 소리를 들어야 하고 만남의 지저귐을 들어야 한다. 무정과 유정이 교차하는 변곡점으로 사랑의 노래가 흐르는 낭만 장소다.
그런 까닭일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순천만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마도 계절 따라 변화되는 순천만의 풍광을 즐기려는 사람들일 것이다. 연말연시를 틈탄 관광객들은 순천만 해넘이를 지켜보기 위해 전남 순천을 찾고 있다.
그들은 사랑이 있고 낭만이 있는 순천만의 해넘이를 지켜보면서 자신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생각한다고 한다. 칼바람에 흔들거리는 갈대군락을 바라보면서 인고의 세월을 연상하고, 갯벌 속에 살아 움직이는 미생물에서 생명체의 고귀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어쩌면 순천만의 해넘이는 인생의 황혼기를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푸르름을 안고 쉼 없이 뛰었던 청춘의 열매를 주홍빛 하늘 끝자락에 황홀하게 수놓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루를 불태운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속절없이 사라지는 광경은 우리 인생의 저녁 무렵일 것이다. 뭔가 아쉬움이 서린 일탈들이 저녁노을로 그려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하늘이 보내준 천돌이와 천순이는 타고난 귀인으로 순천을 상징한다. 그런 의미에서 천순이와 천돌이의 기상인 해넘이와 해돋이를 지켜봐야 한다. “변화무쌍했던 갑진년, 청룡의 해넘이를, 지혜롭고 영특한 을사년, 푸른 뱀의 해돋이를” 꼭꼭 지켜보아야 한다.
잠시,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용띠와 뱀띠의 기본적인 성격과 특성을 들춰볼까 싶다. 용띠는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며, 힘차고 진취적인 성향의 상징으로 전해진다. 또 뱀띠는 똑똑하고, 신중하며, 강한 직관력을 가졌다. 그래서 지혜롭고 영리하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가 있고 신뢰도가 높다고 한다. 따라서 관공서나 조직적인 사회단체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순천만 와온마을과 솔섬의 해넘이는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서울에서 해넘이를 촬영하러 순천만에 왔다는 익명의 사진작가는 ‘솔섬의 해넘이’가 으뜸이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은 년 말이 다가오면 순천만을 찾아 사진 촬영에 나선다고 했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올 해넘이 여행은 여기 어때요?” 관광객들의 물음표가 더해지고 있다. 순천 와온해변 ‘노월마을 전망대 해넘이’와 ‘솔섬 해넘이’ 그리고 ‘용산 전망대 해넘이’ 등 순천만의 해넘이 장소들이 관광객들로부터 회자 되고 있다.
외지에서 온 해넘이 관광객의 말을 인용해 본다. “생각대로 되지 않은 것이 삶이라는 걸 자연 속에서 다시 한번 깨달은 하루다. 늘 그리움으로 품고 사는 바다를 만나는 날은 그저 마냥 좋다. 올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날의 해넘이를 어디에서 만날까?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장소가 있다. 그곳은 곧 순천 와온해변 노월마을 전망대다”고 말이다.
한 해를 보내면서 묵은 것, 힘들었던 일들을 훌훌 털어버리는 데는 해넘이만 한 것이 없다. 해는 언제나 제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며 하루를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 바다, 갯벌, 갈대, 철새가 주는 풍경으로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시간을 가져보자. 모든 걸, 하늘에 묻어두는 해넘이를 순천만 와온해변에서 지켜보았으면 좋겠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24-12-30 08:5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