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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암산에 내리는 비 / 정홍순
2017-10-07 오후 5:34:18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초여름 비치고는 과하게 내리는 날

    임녀가 사는 절세한 암산 

    골짝에 선 미륵이 가만히 쳐다본다


    봄내 거들먹거렸을 벚꽃은 삭고

    검붉은 벚지 나무 아래로 지은

    측간에 떨어지는 것들

    굴참나무 이파리 한 장 덮어준다

    또 하나 비워둔다는 것

    계룡산과 쌍벽인 분청사기가마터

    수도암 아래 수 만평 땅 구웠던

    우리 아베들의 베적삼

    오늘 후줄근히 비는 그치지 않는다


    질탕하게 구워낸

    덤벙분청찻그릇 차 한 잔 달래주며

    파릇파릇하게 서서 배웅하는 임녀

    그녀의 산음이 깊고 깊다


    이 비 언제 그치나

    산이 칭칭 감아 누운 밤이 새고

    해거리 무논에 개구리들 목이 터졌다

    개구리가 업겠는가

    개구리가 안겠는가

    저 풋사랑의 비로 아베들의 사랑은

    언제 다 풀어놓을까싶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3-05-31 10:28 송고 2017-10-07 17:34 편집
    운암산에 내리는 비 / 정홍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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