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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 비렁길 / 정홍순
  보리수 익는 날에 남쪽 바다 금오도 비렁길에 간다
2012-03-28 오전 7:33:59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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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수 익는 날에 남쪽 바다 금오도 비렁길에 간다

    돌담에 치켜 든 담쟁이 손을 잡고 무심무심 걷다가

    아, 하고 걸음을 멈춘다


     

    내 한숨쯤은 아무 일도 아니다

    벼랑 아래 질러 논 눈부시게 아픈 바람이

    절명한 소리로 몸부림치는 바다와 살고 있음을

    내 감정으로는 사설을 댈 수가 없다


     

    처처히 흐르고 살아온 그의 진실 생이라는 힘을

    파문에 써놓는 바다 한 장씩 뜯어보러

    금오도 섬에 간다


     

    돌미역 춤추는 날에 남해 약 달이는 금오도에 간다

    굽이굽이 한 채비 잘 장만한 방풍, 머위

    은은한 봄 불로 하루 종일 흥겹다


     

    내 무상한 병인이 닿는다

    뭍으로 보낼 해묵은 짐 보따리 풀어

    섬 아이가 자란 푸른 대부산 잡아당겨놓고

    겨우내 달고 살던 고뿔, 어질하던 풍기 되작이며


     

    누릅나무껍질 같이 단단히 눌어붙어 생피 움돋는

    수달피벼랑 끝에서 한 사발 쌉쌀하게 마시러

    금오도 배를 탄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2-03-28 07:33 송고
    금오도 비렁길 / 정홍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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