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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속의 봄 이야기 / 송준용 시인
2017-01-18 오전 9:37:22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봄을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지만 벌써 내 마음 속에는 봄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그것은 성급한 기대나 열망에서가 아니라 봄은 기다릴 만하고 그리하여 향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봄이 오면 세상이 화사해질 뿐만 아니라 억눌렸던 마음마저 모든 제약으로부터 풀려난 듯한 홀가분함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나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1세기 전, 충남 천안의 아우내장터의 겨울을 연상할 때가 있다. 아니 이 나라의 겨울을 생각할 때가 있다. 억압과 탄압의 시기와 맞물려 있던 그 시절의 겨울은 더 추웠을 것이라고 연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가 되면 지층을 뚫고 올라오는 봄기운을 그 누가 막을 수 있었으랴. 아무도 막을 수가 없었다. 그 취지는 독립선언서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는 하늘의 명령이며 시대의 추세이며 온 인류가 더불어 같이 살아가야 할 정당한 발동이기에 하늘 아래 그 누구도 막고 억누르지는 못 할 것이다…”
      그러니까 기미년의 독립만세 사건은 겨울이 가고 나면 봄이 오듯이 시대에 부응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에 그 누가 토를 달아 첨언할 수 있겠는가? 인위적인 현상이 아님을 엄숙하게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1960년 마산의 겨울을 생각해 볼 때가 있다. 기미년의 그것처럼 탄압의 총칼에 시달리지는 않았다 해도 마산의 겨울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얼음장 속에서 미나리 새순이 돋아나듯이 서서히 봄의 기운이 싹트고 있었으니 일인 독재체제에 항거하여 싸웠던 그 봄의 기억도 생생하다.
      “부정 선거가 웬 말이냐! 독재정권은 물러가라! 민주주의는 살아 있다…!”
      그때 외쳤던 학생들의 피묻은 구호를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짐작컨대 이러한 구호의 물결이 거리를 휩쓸고 넘치지 않았을까. 그런데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시위의 와중 속에서 실종되었던 ‘김주열’ 열사가 마산시 중앙동 앞바다에서 참혹한 주검이 되어 떠오른 것이다. 그것을 본 마산의 학생들과 시민들은 참지 않았다. 독재정권에 맞서 끝까지 싸움으로써 분노의 물결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에 이른 것이다. 그 사건이 바로 4.19의거의 도화선이 되었던 ‘마산 학생의거’ 인 것이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이 글은 일제 강점기에 쓰여진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의 제 1련이다. 시인은 주권과 국토를 빼앗긴 참담한 조국의 현실을 노래하고 있다. 시인은 들을 빼앗겼기에 봄마저 빼앗길 것이 아닌가 하고 갈등하고 있다. 이 얼마나 억울하고 또 억울한 일인가. 우리의 말, 우리의 문자까지 빼앗겼으니 말이다. 그래서 시인은 봄이 오는 민족의 들판을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고 노래하고 있다.
      이렇듯 봄 이야기는 참혹하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무엇인가 커다란 사건이 일어날 듯한 예감에 심장의 박동이 빨라진다. 그리고 아우성, 항거, 무력충돌, 심장을 뚫는 총소리, 유혈사태, 붕괴… 등 실로 복잡한 어휘들이 메아리처럼 내 귓바퀴에서 맴도는 것을 느낀다.
      아직은 겨울이다. 땅과 하늘과 스산한 거리의 풍경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겨울을 사수하고 있다. 그러나 어쩌랴.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이 때가 되면 그 어떠한 철옹성(鐵甕城)도 무너지고 마는 것을. 나는 찬란한 그 봄맞이를 위하여 마음의 빗장을 풀어야겠다. (―)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7-01-18 09:37 송고
    겨울속의 봄 이야기 / 송준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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