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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어지러울 때는 / 오양심 시인
2017-06-14 오전 10:23:56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noname01


    월드컵을 생각한다
    내가 나온 공(空)을 생각한다
    내가 돌아갈 공(空)을 생각한다
    공을 생각하다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공공이 두 개 붙은 2002년 월드컵이 열리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 
    광화문 광장에 나가서
    대애한~미인구욱 대애한~미인구욱이라는
    응원구호를 외치고 싶다
    대애한~미인구욱을 목청껏 불러놓고
    엇박자로 5번 손뼉을 치고 싶다
    그때는 공공 화장실에 가서 문을 두드리면
    엇박자 응원구호로 기별을 보내왔다
    차를 운전할 때도 경적을 울려주면
    클랙슨으로 5번 화답을 해왔다
    그 무렵 외국여행을 갔더니
    인도네시아에서 싱가포르에서 홍콩에서도
    한국인임을 확인한 순간
    대애한~미인구욱이라는 응원가를 불러주며
    엇박자로 손뼉도 쳐주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월드컵 4강으로  서울 상암 경기장에서
    독일팀과 한판 붙었을 때
    한국팀은 그야말로 붉은 악마가 되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공다운 공이 없었다
    잔칫날이나 명절 전날에
    마을에서는 어김없이 돼지를 잡았고
    돼지 오줌보는 온 동네 축구공이 되었다
    통통 튀고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풍선처럼 붕붕 뜨고
    남녀노소 구분 없이 축구공을 쫓아다니며
    박장대소하고 배꼽을 거머잡고 힘껏 내달리고
    발로 뻥뻥 찼던 일이 엊그제 같다

    할 수만 있다면
    다시 한 번 거리에 나가
    대애한~미인구욱을 크게 외치고 싶다
    붉은 악마와 손뼉을 치며 발을 굴리고 싶다
    허공에 대고 헛발질이라도 하고 싶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7-06-14 10:2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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