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name01
월드컵을 생각한다
내가 나온 공(空)을 생각한다
내가 돌아갈 공(空)을 생각한다
공을 생각하다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공공이 두 개 붙은 2002년 월드컵이 열리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다
광화문 광장에 나가서
대애한~미인구욱 대애한~미인구욱이라는
응원구호를 외치고 싶다
대애한~미인구욱을 목청껏 불러놓고
엇박자로 5번 손뼉을 치고 싶다
그때는 공공 화장실에 가서 문을 두드리면
엇박자 응원구호로 기별을 보내왔다
차를 운전할 때도 경적을 울려주면
클랙슨으로 5번 화답을 해왔다
그 무렵 외국여행을 갔더니
인도네시아에서 싱가포르에서 홍콩에서도
한국인임을 확인한 순간
대애한~미인구욱이라는 응원가를 불러주며
엇박자로 손뼉도 쳐주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월드컵 4강으로 서울 상암 경기장에서
독일팀과 한판 붙었을 때
한국팀은 그야말로 붉은 악마가 되었다
내가 어렸을 때는
공다운 공이 없었다
잔칫날이나 명절 전날에
마을에서는 어김없이 돼지를 잡았고
돼지 오줌보는 온 동네 축구공이 되었다
통통 튀고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풍선처럼 붕붕 뜨고
남녀노소 구분 없이 축구공을 쫓아다니며
박장대소하고 배꼽을 거머잡고 힘껏 내달리고
발로 뻥뻥 찼던 일이 엊그제 같다
할 수만 있다면
다시 한 번 거리에 나가
대애한~미인구욱을 크게 외치고 싶다
붉은 악마와 손뼉을 치며 발을 굴리고 싶다
허공에 대고 헛발질이라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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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4 10:2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