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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생가 / 송준용

2015-04-10 오전 10:42:34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송수권시인의 생가를 찾아갔더니

     

    시인도 시인의 아버지도 없이

     

    마당 한 가운데 잡초만 한 상 그득히 차려져 있더라

     

    한때는 이 곳이 마루

     

    한때는 저 곳이 안방

     

    한때는 그 곳이 부엌이었음을 짐작케 했지만

     

    모두 다 시효만료로 끝나고

     

    그 옛날 고흥에서는 알아주던 기담이 송샌

     

    판소리 한 가락도 없이

     

    어느 봄날 까닭모를 슬픔에 생을 작파해

     

    산을 넘었다는 아우의 상여소리도 없이

     

    적요한 마을을 먼 발치로 바라보고 있자니

     

    젊은 날 시인이 바리떼를 든 여승과 조우해 뒤를 따르다가

     

    헤어졌다는 동구밖이 보였다

     

    누가 이처럼 단단한 시간속의 기억들을

     

    지워버릴 수 있겠는가

     

    혼불이 되어 흐르는 남도의 가락을 꺼버릴 수 있겠는가

     

    그날 학곡리 마을의 어귀에는

     

    마멸을 거부하는 시간들이

     

    봄날의 아지랑이 되어 타오르고 있었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5-04-09 18:09 송고 2015-04-10 10:42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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