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로 한 가슴되어 아낌없이 지내다가

대처로 나간 다섯 아우 언제나 돌아올까

날마다 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뻔득재 넘어서 덕챙이 영섭이 형님 논이 안 있냐 이, 그곳에 엄니가 모를 심으러 갔어, 나는 동생들을 데리고 갈라고 헝께 아침에 일찍 나서도 산길이 험해서 그곳에 늦게 도착을 허면 점심밥을 얻어 묵을 수가 없어,

  육남매가 한꺼번에 나설려고 헝께 복잡해, 나는 둘째 놈 인섭이를 업고, 경애 니를 걸리고, 양순이 등떠리에는 막둥이 창섭이를 업혀서 띠를 띠 주고, 희남이 손을 잡게 해서, 대문을 안 나섰냐. 후산을 지나서 골짜기를 한 여나무 개 돌아서 가면 고무신이 자꾸 벗겨져, 신발 속에 땀이 차서 미끌미끌해서 걸을 수가 없어.

  그때 쯤 되면 참을성이 없는 인섭이란 놈이, 목이 마르다고 낑낑대면 맹감 이파리를 따서 꼬랑에서 물을 떠서 맥였다. 각단지게 물을 묵으면 또 시간이 후딱가부러, 나는 동생들에게 점심밥을 못 맥일까 봐서 속이 탔어. 느그들은 물에만 풀어놓으면 배고픈 줄도 모르고 놀라고 해, 어떻든지 엄니 모심고 있는 거그까지 갈라면 엄청 멀었다.

  그때는 시계가 없어서 해를 쳐다보고 감시로 점심시간을 아는디, 해가 머리 한가운데서 점점 서쪽으로 벗어나면 속이 엄청 타부렀당께, 이렇게 여섯이서 엄니 모 심은 디로 가면서 뻔득재에서부터 엄니를 부르며 갔다. 그러면 엄니는

  ‘오메, 내 새끼들 왔능가 험시로, 논에서 나와 흙이 범벅이 된 채로 막둥이 창섭이부터 덥썩 받아서 젖을 맥였다. 그때 그 인근에서 우리 창섭이만큼 잘 생긴 애기는 없었다. 어쩧든지 달덩어리보다 더 잘 생겼다고 동네사람들은 물론이고 입 달린 짐승들은 다 말을 했다.

  그때 묵은 못밥은 허벌라게 맛있었다. 수제비 미역국도 그때 묵었던 것보다 맛있었던 것은 지금까지 없었응께. 못밥을 얻어 묵고는 집에 올 생각은 허지를 않고 고무신을 벗어 피리를 잡았어. 잡은 피리를 고무신 안에 넣어주면 우리 인섭이, 창섭이가 엄청 좋아했당께. 그때는 그것이 장난감이었어. 갱애야, 이 오빠는 살아가면서 그때가 그렇게 그리운거여,

  또 말허자면 오빠 직업이 순사 아니냐, 직업이 직업인만큼 어쩔 수 없이 모진 일을 안 했냐 이, 죄 지은 사람이 잡혀오면 불쌍해, 그래서 나이를 물어보면 우리 막둥이 친구여! 그러면 또 짠해, 또 사정을 물어보면 잡아넣어서는 안 될 사람이 있어.

  한번은 니 친구가 잽혀 왔어, 나를 잘 안다고 니 친구라고 허드라. 부양가족이 있다고 헐 때 이 오빠 마음이 어쨌것냐, 모셔야 헐 늙은 부모님이 계신다고도 허고, 딱헌 사정이여, 허지만 어쩔 수가 없어. 죄를 지었응께 잡아다 여야 허지 않았것냐, 그럴 때는 또 밤잠을 설쳐, 마음이 편치 않은께 넣어놓고도 자주 들여다 봐, 마음이 안 좋지 이~, 사실상 그런 것들이 살아가면서 항상 마음에 걸렸다. 직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죄 값을 치르게는 했지만 개인적인 감정은 없었지 뭐,

  그 뭐시냐 이 오빠는 그래, 어무니 돌아가실 때는 병으로 돌아가셨는갑다 허고 살았다. 근디 아부지가 돌아가고 나니까 힘이 하나도 없고 앞이 안보여, 한마디로 빽이 없어진 거지, 막말로 각시도 있고, 자식들도 있지만 그것허고는 별개의 감정이었어.

  아부지 돌아가시고부터 마음을 잡을 수가 없어서 거의 산에서 살다시피 안 했냐, 마음 잘 못 묵으면 똑 죽것드랑께, 아무리 잠을 붙여보려고 해도, 잠이 잘 오지를 안 해서 밤중에도 일을 했다. 산에 있는 돌이란 돌은 다 주어다가 돌탑을 쌓았어, 생각해보니 아부지 살아생전에 잘해준 것이 하나도 없는것 같애, 그래서 아부지에게 속죄하는 심정으로 돌탑을 하나하나 쌓고 살고 있다.

경애야! 부모님이 계시면 얼매냐 좋겠냐마는 그나마 다행히도 동생들이 있응께, 이 오빠는 행복허다. 이제 남은 인생은 느그들허고 같이 한 울타리에서 살고 싶은 것이 이 오빠의 소원이여, 그래서 뻔득재 넘어 엄니가 모심으로 다녔던 이곳에다가 땅을 사고 집을 지은 거여. 이 오빠는 죽을 때가지 동생들을 기다리고 살거여, 긍께 너희들이 객지를 떠돌다가 고향이 그립고, 이 오빠가 보고잪으면 언제든지 오란 말이다. 글고 누구들이 지금까지 객지를 떠돌면서 마음에 빚진 것이 있으면 다 말해라. 이 오빠가 염소랑 달구새끼들 몇 마리 잡아갖고 대접해 줄란다.

  이 오빠는 말이다. 항시 동생들허고 함께 살고 싶어, 설명을 허자며 솔찬히 길다마는, 날마다 동생들이 눈앞에 어른거려, 처갓집 식구들허고 맛있는 것을 묵어도 내 동생들 생각이 나, 좋은 디를 구경 가도 또 우리 동생들 보여주고 싶어, 찜질방을 가도 그래, 부모형제가 오순도순 모여서 맛있는 것을 묵고 있으면 부러워서 똑 죽것드라고, 그래서 오빠가 이곳에다가 최고 좋은 옥돌로 찜질할 수 있도록 안 지어부렀냐 이, 솔깽이를 짤라다가 불을 때고 누워있으면 천국이여, 그려면 또 오빠는 내 동생들이 생각나, 나는 언제 쯤이면 내 동생들을 나란히 눕혀놓고 오순도순 이야기한번 해 보까이! 이런 마음이 들어,

  오빠는 그 옛날 부모님 밑에 살면서 순수한 시절, 어렸을 때 고무신 벗어갖고 피리 잡아서 놀고 그럴 때를 기다리고 있는 거여, 여그는 산이 사방으로 감싸고 있응께 여그처럼 포근허고 편안헌디가 없어, 또 여그는 느그들이 어릴 때 아무 걱정 없이 마음껏 뛰놀던 소먹이러 다닌 그 자리여, 동심의 세계 그 자체다 그 말이여, 즉 말허자면 어린 마음 그대로 사는 것이 얼매나 좋것냐 이~ 그래서 이 오빠도 세상의 욕심과 미움과 고뇌와 원망 그런 것 다 버리고 우리 양순이, 갱애, 희남이, 인섭이, 창섭이 느그들을 기다리며 살고 있는 거여,

  거 뭐냐, 요즘은 다 전원생활 허는 것이 소원이라고 그러는디, 이 오빠 소원은 동생들을 한 울타리 안에 잡아 넣어놓고, 정을 나누고 살고 싶은 것 밖에는 없다 이 말이다. 다 직업이 틀리고 사는 곳이 틀링께 지금은 어쩔 수 없어, 허지만 이 오빠는 죽는 날까지 누구들을 기다리고 있을거여. 긍께 오빠가 필요허면 지금이라도 객지에서 힘들게 살지 말고 당장 오란 말이다. 경애, 니부터 내리오니라, 오빠 말 알아 듣것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