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된
개다리 소반위에
삶은 감자와 동치미를 놓고
단출한 저녁을 맞는다

말이 없어도
곁에 있으니까 좋다
보고만 있어도 미덥다
그때는 허구 헌 날 흙 밭에서 뒹굴었다
뜨끈뜨끈한 감자를 젓가락에 꿰어 후후 불고 다녔다 
미끈미끈한 동치미도 젓가락에 꿰어 아작을 냈다 

흰색이 착하다는 걸 
그들과 동고동락 하면서 알게 되었다
젓가락을 보면 파르스름하게
변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나는 머리가 희어지고 억장이
하얗게 무너진 뒤부터 욕심이 없어졌다

우리는 가난해도 외롭지 않다
살아온 날이 부끄럽지 않다
이들과 함께 있으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