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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서울 크리스마스 선물 / 오양심
2016-01-09 오후 12:01:34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리기 위해 교회에 가려고 하는데, 오늘따라 큰아들이 무척 보고 싶습니다. 아닙니다. 작은아들에게 부탁하여 일본에 살고 있는 큰 아들을 불러들여, 신림동 어느 식당에서 만나 저녁식사를 하고 헤어진 지 겨우, 나흘이 지났을 뿐인데 무슨 주책일까요?
      큰아들이 집을 나간 지 6여 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그 자식 얼굴을 본 것은 겨우 다섯 손가락을 꼽을 정도였으니까 하는 말입니다. 큰아들 생각을 하면 너무 맑아서 몸을 섞지 못하는 대나무 같은 가슴앓이가 아예 습관처럼 외로움으로 터를 잡고 있습니다.
      속 깊이, 가슴속 깊숙이 그리움이 타들어 가면 마침내는 판소리를 부르다가 득음한 것 같은 한숨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아들아! 보고 싶다, 아들아 보고 싶, 아들아 보고, 아들아 보, 아들아, 아들, 아, 그때부터는 서걱대는 댓잎들의 말소리처럼 저는 간절하게 하나님을 찾습니다.
      하나님! 저는 당신께 전혀 자식노릇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발 당신의 손자들을 보살펴 주십시오. 저는 힘이 부족하고, 가진 것이 없어서, 그 아이들에게 아무것도 해 준 것이 없습니다.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습니다. 하고 부탁을 하면, 땅 속에 옹이진 매듭 같이, 대지를 틀어잡는 대나무의 힘 같이, 저는 하나님 아버지를 느낍니다.
      딸아! 천지간에 나와, 빛 몇 줌을 보고 싶어 모든 것을 상실해야만 했던, 땅 속에 묻힌 대 뿌리의 큰 뜻을 알 날이 틀림없이 올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것 같은 착각도 일으킵니다. 하지만 저는 대나무의 근원을 알고자 가느다랗게 몸을 늘입니다. 하늘높이 키도 키워봅니다. 겉으로는 차고 맑게 보인 대나무이지만 속이 비어있는 것을 보면 열이 많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대나무가 날을 세우면, 그것이 닿는 대로 베어져 피를 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있는데, 춘천에 사는 작은아들에게서 난데없이 전화가 걸려옵니다. 엄마! 오늘 시간 있어? 형이 점심먹자고 해서 형한테 왔어, 저는 자식을 마음에서 내려놓았다고는 해도 그 놈들의 목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들뜬 바보가 됩니다. 자식을 향한 피가 뜨겁지만 지상에서 견뎌야하기 때문에 겉으로 차가운 척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엄마! 방화 역으로 와, 공항 부근의 오피스텔이니까 지하철역에 내려서 전화해, 나는 교회에 가려던 발걸음을 김포 공항 쪽으로 급히 옮기고 있습니다. 오직 두 아들을 볼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지하철을 타고 방화 역에 내립니다. 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전화를 걸어, 아들아! 엄마 왔는데 왜 기다리고 있지 않았니? 알았어, 엄마, 1번 출구에서 기다려. 금방 갈게, 그런데 웬일일까요? 금방 온다던 아들은 30분이 되어도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엄동설한 한가운데 서 있는 내 피는 차갑게 날이 섭니다. 자식에게 무슨 변고가 생긴 것이 아닌지 피돌기가 빨라져서 가슴이 점점 뜨거워집니다. 피는 시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나는 자식이라는 뜨거운 것들을 향하여 몸을 부풀리고 있습니다. 만약을 대비하여 머릿속을 하얗게 비워놓고 있습니다. 지상에서 땅을 딛고 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야 지상에 살고 있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 전화가 걸려옵니다. 엄마, 어디 있어? 지하철역, 네가 1번 출구로 나오라고 했잖아. 내가 그랬어? 나는 3번 출구라고 말 한줄 알았어. 둘째 아들이 허둥대고 있는 말끝에서 불안한 일들이 일어났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아챕니다. 길 건너편에서 허허로운 웃음을 웃고 나타난 둘째 아들의 걸음걸이에 맥이 빠져 있습니다.
      ​나는 작은 아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천치처럼 웃어줍니다. 형은? 점심 먹었다고 엄마하고 둘이서만 밥 먹고 오래, 여기까지 말해놓고 작은 아들은 더 속일 자신이 없는지, 엄마! 오피스텔은 핑계였어, 놀라지 마! 라고 말을 해 놓고 목이 메인지 손등으로 훌쩍훌쩍 눈두덩을 훔칩니다. 형 어제 다리 수술했어. 교통사고가 나서 두 다리 다 했어, 엄마 아빠 걱정한다고 알리지 말라고 해서 연락 안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하나님이 보내주셨구나? 이 소중한 선물을, 하고 입속으로 되 뇌였을 뿐, 하나도 슬프지 않았습니다. 걱정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하나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저의 사정과 필요를 친히 아시는 당신께서 크리스마스이브에 저에게 가장 기막힌 선물을 보내주셨군요. 하고 짧게 생각하다가, 두 다리를 다쳐서 구색이 맞아서 좋네! 라고 작은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둘이서 한숨 지며 웃었습니다.
      그 자식이 다리가 멀쩡하면 이 엄마를 찾아오지 않으니까, 한 다리만 작살내도 찾아오지 않으니까, 아예 두 다리를 작살내서 보내주셨군요? 나는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울컥 솟아올랐을 뿐, 눈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감사하는 마음만 목울대를 차고 넘쳤습니다.
      작은 아들을 따라, 방화사거리 서울삼성 정형외과에 들어선 나는, 침대위에 누워 하얀 붕대를 두 다리에 칭칭 감고 있는 아들을 본 순간, 할 말을 잃어 버렸습니다. 가만히 아들의 손만 잡았습니다. 아들아! 너도 이 엄마가 보고 싶었지? 그리움이란 속으로만 있는 것이어서 대나무처럼 속을 끓여야 한단다. 그러다가 이 세상 끝 날에는 네가 감고 있는 이 붕대색깔처럼, 우리 모두 하얗게 죽어가는 거란다. 하고 가슴으로만 말했습니다.
      큰 아들은 엄마! 왜 왔어, 나는 괜찮아, 시간이 가면 금방 나을 거야! 하고, 못난 엄마가 걱정할까봐 안심시켜주며, 을씨년스럽게 웃어줍니다. 나는 아들의 다리를 만지작거리며 무언으로, 그래! 청천벽력 같은 루게릭 병에 걸린 엄마친구 경수는 경희한방병원에 입원한지 단 20일 만에, 산송장이 되어 있던데, 우리 아들은 시간이 가면 원상복귀가 된다고 하니 감사하고 감사하구나! 아들아! 우리 뜨겁게 죽어가기 위하여 겉으로는 차가운 가면을 써야만 했구나.
      내 새끼야! 크리스마스이브에 하나님이 보내주신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의 선물아! 두 다리가 작살이 날 정도로 그동안 지상의 삶이 힘들었지? 주어진 삶이 정 힘들거든 우리 아픔과 슬픔을 ‘울면 안 돼’ 라는 성탄절 노래로, ‘징글벨’이라는 기타의 선율로 위로 삼아보자. 그나마도 힘이 들면 절치부심(切齒腐心) 내면을 가꾸어 보도록 하자꾸나.
      나는 거리마다 캐럴송이 울러 퍼지는 날에, 두 아들을 껴안고, 역경과 시련을 선물로 주시고, 역경과 시련을 극복하게 해 주실 분을 마음속으로 애절하게 부르고 있습니다.
    하나님~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6-01-09 12:01 송고
    2015, 서울 크리스마스 선물 / 오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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