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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매 / 김용수
2015-03-02 오전 9:08:53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AmnujagChG

     

    얼음 향 머금은 선암매화는
    육백년 거스른 풋 소녀입술이다
    풋풋한 입술 가지마다 매달고
    동자승 놀려대듯 깔깔 거린다

    원통전 각황전을 따라
    운수암으로 오르는 돌담길에
    선암으로 살아온 세월만큼
    이야기보따리 쌓이고 쌓였다
    울퉁불퉁한 몸통 아량 곳 않고
    쭉 뻗은 가시 망 추위 내쫓으며    
    선비 향 풍기는 꽃신으로 
    꽃망울 맺을 때
    꽃잎 활짝 필 때
    꽃잎 휘날릴 때
    세 번의 웃음을 위해
    지조를 지켰고
    절개를 지켰다

    “온갖 근심은 누구보다도 먼저 걱정하고
    온갖 즐거움은 누구보다도 뒤에 즐거워한다”는
    중국북송 때 범중엄의 ‘악양루기’처럼
    그 향기
    그 빛깔
    그 기개
    오늘에 이르렀다
    조계산 장군봉 정기를 내리받은
    선암매는 동갑내기 와송을 지나
    호젓한 흙돌담 양옆에 늘어서서
    붉은 웃음
    하얀 웃음
    푸른 웃음
    가지마다 매달아 봄바람 찾는다

    소리 없는 웃음
    살포시 터뜨린 선암매
    은은한 달 별빛 받아 삼키고
    찬물도 씻어먹는 백학소리 듣는다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5-03-02 09:08 송고
    선암매 / 김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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