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영희는 물을 주고

철수는 풀을 메고

바둑이가 뛰어노는

순천만국가정원

그곳은 한 편의 자연 시(詩)

봄에는 황홀한 꽃잎으로 노래하고

여름에는 푸른 잎사귀로 속삭이며

가을에는 붉은 단풍으로 타오르고

겨울에는 하얀 눈꽃으로 피어나는

사계절을 담은 빛나는 시(詩)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가슴 탁 트이는 바다가 그리울 때

언제나 정겹게 반겨주는 그곳,

순천만국가정원을 아는가

바람이 불어오고

봉산 자락이 보고 싶을 때

어렴풋이 떠오르는 동심의 쉼터

순천만국가정원을 아는가

물을 주는 영희도

풀을 메는 철수도

뛰노는 바둑이도

잊을 수 없는 그곳,

순천만국가정원은 우리 모두의 시(詩)

(필자의 “시를 쓰는 뜨락” 전문)

立秋(입추)가 지나고 末伏(말복)도 지났다. 하지만 무더위는 식을 줄 모르고 순천만국가정원을 달구고 있다. 고온다습을 견디지 못한 잔디밭을 비롯한 초화류와 수목들의 이파리가 축축 늘어지는 기현상을 빚고 있다.

그러나 어찌할 것인가? 순천만국가정원 직원들의 비상근무는 물론 긴급대책도 뒤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기후의 재난은 막을 수가 없다. 무슨 방법은 없을까? 고민 끝에 이어지는 업무는 복잡하다. 이기정 정원소장을 비롯한 황학종 운영과장과 김서하 정원시설과장 그리고 직원들은 별의별 연구와 대책을 강구하면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들은 생태와 경관 그리고 문화적가치의 지속가능성 강화를 위한 국가정원 친화형 관리계획을 세웠다. 기후변화에 따른 생물다양성과 환경위기에 대응하는 국가정원역할 강화 등이다. 게다가 효율적인 자원관리를 통한 비용구조 개선은 물론 모든 관람객을 포용할 수 있는 친화형 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주요추진 방침은 다양하다. 크게 분류하면 화훼분야, 조경분야, 시설분야다. 사계절 지속가능한 정원연출을 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하지만 그들은 광활한 순천만국가정원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관광객들은 말한다. 순천만국가정원이 시를 쓰고 있다고 말이다. 서울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은 “순천만의 아름다움에 빠져 자신의 상상력이 승화되고 있다”며 “순천만국가정원이 한편의 시를 쓰고 있다”고 했다. 자연의 언어로 지어진 시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향기를 품고 있을까? 사시사철의 시편이 궁금하다.

봄이 되면 붓꽃의 연보랏빛 속삭임으로 시작된다. 차가운 겨울을 이겨낸 봉오리가 햇살에 미끄러져 피어나는 순간, 정원은 하나의 거대한 시집이 된다. 잎마다 맺힌 이슬은 맑은 운율이 되고,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은 가벼운 춤사위가 된다.

여름은 초록의 환희다. 푸른 하늘아래, 동천 맑은 물은 거울처럼 정원의 모든 것을 담아낸다. 또 바람에 이파리가 부딪히며 내는 소리는 활기찬 리듬이 되고, 해 질녘 노을에 물드는 수련은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시가 된다. 온갖 색과 향이 뒤섞인 여름 정원의 풍경은 그 자체로 초록의 환희가 아닐 수 없다.

가을은 갈대의 왈츠다. 갈대는 은빛 날개를 펴면서 왈츠를 춘다. 잔잔한 바람에도 일렁이는 갈대밭은 파도처럼 일렁인다. 그 속에서 흔들리는 갈대들의 서걱거림은 쓸쓸한 가을 길의 서정을 담고 있다. 갈대의 춤사위는 순천만 위로 펼쳐지는 붉은 노을과 함께 절정의 시를 쓴다.

겨울은 백의천사 명상 터다. 모든 소리가 잠든 깊은 사색 밭은 내일의 꿈을 꾸게 한다. 앙상한 가지에 매달린 하얀 눈꽃은 순결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또 얼어붙은 연못은 시간을 멈춘 듯 평화롭게 펼쳐진다. 게다가 고요함 속의 정원은 스스로를 비워내고, 새로운 생명을 품기 위한 깊은 시를 쓴다.

그렇다. 순천만국가정원은 보고 또 보고 깊은 느낌을 가져야 한다. 순천만국가정원이 쓰는 시는 눈으로 읽고, 귀로 듣고, 코로 맡으며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대자연의 시다. 아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현대인의 건강과 여유를 쓰고 있는 힐링 시 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