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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 어두웠던 경오 년이 꼬리를 감췄다. 발랄하고 청순한 청양 띠인 을미년 해가 떠올랐다. 2015년, 을미년에는 푸른 氣와 밝은 빛을 받아 그늘진 사회에 골고루 뿌려졌으면 좋겠다.
어둠과 서러움에 시달렸던 국민들에게 있어 지난 경오년은 악몽의 시간이었다.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청와대 정윤회 문건유출, 땅콩회황, 토막살해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이 온 국민을 경악케 했다.
특히 세월호 침몰사건은 있을 수 없는 지구상의 초유의 사건으로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고교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진도앞바다에 맥없이 수장시켜버린 기성세대들이 한없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또 청와대 문건유출과 관련, 자살한 최경위의 죽음은 거짓과 진실공방게임의 희생양이었다. 그것은 권력암투에 휘말려 애꿎은 경찰관의 죽음이었다, 아니 힘없는 서민의 죽음이었다. 하지만 위정자들은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정당한 듯 아무렇지 않는 듯 큰 행보를 내 딛고 있다.
게다가 貧益貧, 富益富 사회구조단면을 대변한 대한항공의 얼룩진 땅콩회항은 서민들에게 있어 지울 수 없는 상처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일까? 2013년 교수신문이 뽑은 사자성어는 도행역시(倒行逆施)였다. 교수신문에 따르면 ‘오자서열전’에 등장하는 오자서가 그의 벗 신포서에게 한 말로 어쩔 수 없는 처지 때문에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면서도 부득이하게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설명됐다. 어쩌면 박근혜 정부 1년차인 2013년에는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뜻인 ‘도행역시’인지도 모른다.
2014년, 을미년 사자성어는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선정됐다. 指손가락지, 鹿사슴록, 爲할위, 馬말마자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뜻이다. 사기에서는 윗사람을 농락한다는 뜻으로
풀이했지만 흑백이 뒤바뀌고 사실이 호도되는 것을 일컫는 말도 쓰인다. 사안이 본질에 눈감으면서 이리저리 둘러대는 권력자를 향한 쓴 소리로 들린다. 아마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실에서 유출된 정윤희 동향문건을 둘러싼 권부의 대응방식을 비꼬는 것 같기도 하다. 십상시(十常侍)니 7인회 같은 말이 청와대 언저리에서 어지럽게 맴돌고 있다. 이중에서도 대통령에게 사슴을 말이라고 일컫는 무리가 있는 건 아닌지? 매우 어지러운 형국이다.
상기해 보자. 을미년에 가장 유명한 사건은 역사의 아픔인 을미사변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1895년 8월 20일(양력 10월 8일) 일본공사 미우라 고로가 주동이 되어 명성황후를 시해하고 일본세력 강화를 획책한 정변이었다. 게다가 그해 3월에는 동학농민봉기의 영도자 녹두장군 全琫準(전봉준)이 日帝(일제)에 의해 처형된다. 이로써 東學(동학)도, 농민봉기도 좌절을 곱씹어야 했다.
그러나 2015년 을미년은 청양 띠의 해다. 양처럼 온순한 기운이 퍼져 ‘빛으로 살다’처럼 기분 좋은 소식들만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해 본다.
양(未)은 12지의 8번째 동물이다. 성격이 순박하고 부드럽다. 또 양은 무리를 지어 군집생활을 하면서도 동료 간의 우위다툼이나 암컷을 독차지하려는 욕심도 갖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양은 평화를 연상케 한다.
우리의 옛 조상들도 양의 습성과 특징에서 착하고, 의롭고,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동물로 인식했다. 서양에서는 사람을 징벌하는 신에 대한 희생물로 바쳐졌다. 그래서 희생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양은 반드시 가던 길로 되돌아오는 고지식한 습성이 있다. 그래서 정직과 정의의 상징으로 더 알려져 있다.
아무튼 2015년, 을미년에는 청양의 새로운 기운을 받아 정직하고 정의로운 평화의 물결이 일렁이게 하자. 소
외되고 그늘진 곳을 어루만지는 푸른빛으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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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2 09:1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