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변환_김용수_(2)[0]

채무란 “특정인에게 어떤 급부(給付)를 할 의무”라고 사전은 적고 있다. 반대로 채무부존재라 하면 빗진 것이 없고 따라서 갚을 것도 없다는 얘기가 된다.

여수의 어떤 대형병원은 3년 전에 자신의 병원에서 7년간 위내시경과 조직검사를 받았던 환자를 상대로 느닷없는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밝혀짐으로서 의료계를 비롯한 여수시민사회가 떠들썩하고 있다.

이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다름 아닌 이 병원 재단이사장이었고 피고는 이 병원에서 7년간 검진과 치료를 받았던 환자였다. 원고 이사장은 어리석게도 환자 가족이 소송제기 전에 자신의 병원에 보관중인 7년간의 의무기록 전체를 복사해 발급받아 보관중인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7년간의 의무기록지 공란에 위암의증 또는 진행성위암이라는 엉뚱한 사실을 추가로 기재해 소송을 제기한 우를 범하고 말았으니 속된 말로 소가 웃을 일을 자행한 것이다.

환자는 7년간 이 병원에서 치료를 했지만 위염 위궤양 이상의 증세를 밝혀내지 못하고 통증이 계속되자 화순 전남대 병원을 찾아 진단결과 위암말기라는 판정과 동시에 수술불가 판정을 받고 경기 고양 국립암센터를 찾아 환자가 죽어도 좋으니 수술만 해달라는 애원 끝에 가까스로 수술을 받았는데 위의 3분2를 잘라내고 임파선에서도 암세포를 긁어내는 대수술 끝에 만신창이가 돼 죽느냐 사느냐 판국인데 느닷없는 채무부존재확인 소장이 송달돼 왔다는 것이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가 살아 있다면 기절초풍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사건을 접한 경찰과 검찰 법원은 뻔한 사실을 외면하고 장장 3년간을 끌면서 흐지부지 마무리하고 말았으니 대한민국이 이래도 법치국가인가 의심스럽다.

의무기록에 병명 추가기재사실을 이 병원 내과과장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공란에 위암의증 진행성위암이라고 써넣었다고 진술했다니 애들 장난이라 해도 도가 넘어선 언행으로 보인다.

이쯤되면 내과과장이 아무 생각 없이 위암의중 진행성위암이라고 써 넣은 서류를 이사장도 아무 생각 없이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했다고 해야 맞는데 고소인 이사장은 대법원까지 가면서 자기가 옳다고 물고 늘어져 이 지경에 이른 것이라 한다.

위암의증 진행성위암을 왜 써넣었는지 누구의 지시에 따른 행위였는지 조사하면 금방 밝혀지는데 그걸 외면하고 3년을 끌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추가기재 사실이 백일하에 들통 나자 이를 합리화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병원 측의 장난에 사법당국이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은 아닌지 의아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자신이 아무 생각 없이 추가지재 했다고 선뜻 나선 내과과장이 피고소인으로 여수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됐으니 결과가 관련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혹시라도 우리 병원에서 7년간 위내경과 조직검사를 했던 사람이 우리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으니 우리 병원이 살아남기 위해서 내과과장이 희생정신으로 나와 달라는 병원이사장의 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일을 저지르게 됐다고 실토하는 상황을 기대한다면 성급한 일일까? 내과과장은 앞날이 창창한 젊은 여성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