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에 가면 ‘갈대의 순정’을 마셔라! 순천에 가면 ‘갈목비’ 시를 읊조려라! 순천에 가면 ‘갈대 펜’을 사거라! 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모두 다 갈대에서 비롯된 파생어이고 갈대로 만들어 진 상품들이다.
順天에서 생산되는 “갈대의 순정”과 “갈대 펜” 그리고 “갈목비”라는 시가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선호하는 것일까?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낙연 전남지사가 극찬했던 ‘갈대의 순정’은 순천만 갈대에서 추출해서 만든 전통약주로 힐링 음식이다. 또 갈대 펜은 이문석 대나무명인이 정성을 들여 만드는 펜으로 이 펜으로 결재를 하거나 글을 쓰면 만사가 잘 풀린다고 한다.
그런 연유일까? 순천대학교 문창과에서 시를 가르쳤던 송수권 시인은 순천에 있을 때는 갈밭에 대한 시상이 떠오르지 않았었는데, 순천을 떠나와서야 순천이 그립고 순천만 갈밭정서가 가슴을 적셔 ‘갈목비’라는 연작시를 최근 발표하게 됐다고 한다.
順天灣과 갯강 그리고 갈밭을 휘저으며 호연지기로 학창시절을 보냈던 송시인은 ‘갈대의 순정’과 ‘갈대 펜’ 그리고 ‘갈목비’에 얽힌 이야기들을 보따리로 쌓아두고 있을 것이다. 그가 전하는 갈밭정서는 온통 갈목비 이야기로 갯강과 갯벌의 정서다.
순천만 갈밭은 송 시인에게 있어 문학의 글밭이었는지 모른다. 순천사범학교를 다니면서 대대포구를 들락거렸다. 낚시를 즐기며 문학의 꿈을 키웠었다. 때로는 여학생과 함께 갈밭을 거닐며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기도 하고, 때로는 어머니 품과도 같은 따스함으로 자신만의 글밭을 일구었던 곳이다.
송시인 뿐만 아니라 갯강을 끼고 자랐던 사람들에게는 갈대와 갯벌 그리고 강과 바다에 대한 이야기들이 아련하게 수런대고 있을 것이다.
잠시 송수권 시인의 ‘갈목비1’을 상기해 볼까 한다.
강변 사람들, 대대갈밭* 가에 모여 산다
가을이 오면 갈꽃들이 은빛 물결로 출렁이고
개개비가 시끄럽게 울면 가을장마가 든다고 했다
강변 사람들, 강버들 휘늘어진 그늘을 깔고 앉아
샛강에 낚시를 던지거나 삼강망 그물을 던져 버들치나
붕어, 문조리, 비단 멀뚝장뚱어를 건져 올렸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들고 온 어망을 덜어 갈잎새만한
붕어를 무청 시래기 위에 놓고 양념간장을 자박하니 부어
자박 자박 곰국을 끓여 냈다 곰국 중에서도 나는 붕어곰이 맛있었다
어른들은 또 가을이 가기 전 갈목을 꺾어다 갈목비*를 만들거나
밤에는 도틀*에 고드렛돌*을 넘겨 돗자리를 짜거나 했다
고드렛돌 넘기는 소리가 비를 부르는 개개비 울음소리보다 컸다
우리는 갈목을 찾아 어른들이 한바탕 갈밭 길을 휘젓고 나오면
개개비 알을 한 바가지씩이나 주워 모았는데 그때마다
갈밭은 술렁거리며 개,개,개, 비오 소리로 넘쳐났다
갈목비로 싹 쓸어버리고 싶은 그 갈밭 사잇길에는
오늘도 사람들이 넘실거려 몸살을 앓는다
(*대대갈밭: 순천만 갈밭 *갈목비: 갈대꽃이 피기 전 모가지(갈목)를 뽑아다 엮은 빗자루 *도틀: 짚가마니나 갈대, 왕골 등의 돗자리를 짜는 기구 *고드렛돌: 도틀에 딸린 추와 같은 작은 돌멩이들)
이처럼 송시인은 순천만 갈밭정서를 노래했다. 갯강과 갈대, 갯강과 갯벌, 그리고 갯것에서 비롯된 질펀한 이야기들이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다. 그의 ‘갈목비’ 연작시가 많은 독자들로부터 회자되고 있다는 것은 아마도 대자연의 품에 안기고픈 도시민들의 향수가 아닐까 싶다.
참살이 문화가 형성되면서부터 힐링도시, 정원도시로 불리워진 순천시가 부각됐다. 갈대뿌리가 지하 2미터를 뻗어내려 수많은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정화조역할을 하듯 순천만 대대포구에서 자생하고 있는 갈밭은 순천시민이 버린 수많은 오염물질을 정화시키고 있다. 참으로 환경적 보배가 아닐 수 없다. 사람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 갈밭을 가꾸고 갈밭정서를 일구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아무튼 순천에 가면 “갈대의 순정”을 마시고 “갈목비”라는 시를 읊조리며, 갈대 펜으로 글을 쓰면서 싸인까지 해 줄 수 있는 여유를 가져봄이 어쩔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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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2 09:55 송고
2015-03-12 11:37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