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수 편집국장
선암사 “아름다운 천년숲길”은 “삶의 길”이다, 아니다. 나무꾼과 선녀의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는 길이다. 신선들이 노닐고 쉬어 갔었다는 계곡과 길목에는 승선교와 강선루가 보란 듯이 버티고 있다.
그런 까닭일까? 순천 선암사 숲길은 “천년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천년의 물을 흐르게 하며 천년의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푸른 삶을 자랑하듯 당당히 버티고 선 수목들의 행렬에서부터 모진풍파를 견디어낸 바위와 계곡물의 흐름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특히 소낙비가 쏟아지는 여름철이면 신선한 바람과 맑은 물이 끊이질 않는다.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불어난 계곡물은 하얀 포말과 함께 힘찬 물줄기를 일으킨다. 30도를 웃도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도 선암사 “아름다운 천년숲길”은 시원함을 선사한다. 사시사철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대자연의 슬기지혜와 진정한 삶을 일러주는 휴식공간이다.
선암사 천년숲길에는 종합예술이 펼쳐져 있다. 곡선미를 자랑하는 계곡과 물의 흐름은 시인묵객들의 가슴을 내려놓게 한다.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아름다운 그 무엇을 발견 할 수 있는 아름다운 휴식처, “아름다운 천년숲길”이 아닐까 싶다.
선암사 천년숲길은 일상에서 비롯된 삶, 그 삶이 버거 울 때 찾는 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연예, 기타 등 등 얽히고 얽힌 삶의 실마리를 풀고 싶을 때, 심신을 달래는 장소로도 적합하다.
잠시, 코르지브스키가 삶의 철학이 떠오른다. 그는 삶의 3차원을 말했다. 삶에는 길이, 넓이, 깊이가 있다고 했다. 1차원은 식물의 삶이고, 2차원은 동물의 삶이며, 3차원은 인간의 삶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식물의 삶은 길이의 삶이고, 동물의 삶은 넓이의 삶이며, 인간의 삶은 깊이의 삶이다.
이렇듯 길이와 넓이 깊이의 삶, 모두가 자리한 길, 선암사 숲길에는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연예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더욱이 선암사 숲길은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 찾아 온 사람들, 관광과 함께 천년사찰을 찾는 사람들, 조계산 등산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사시사철 사람물결이다.
선암사초입에서부터 맑은 공기와 맑은 물이 넘쳐나고 있다. 짙은 숲과 곡선으로 흐르는 계곡물은 무딘 감성을 일깨우는 활력소다. 또 계곡을 따라 펼쳐진 숲길은 신선놀음이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서늘한 그늘과 더불어 숲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은 신선들만이 느끼는 신선기운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하얀 물거품을 일으키는 계곡물은 온갖 시름을 잊게 하는 멍 때림을 가져다준다. 멍 때림에 덧붙여 빗방울소리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이정표다. 이름 모를 새소리와 야생화에 얽힌 이야기를 되살아나게 한다.
가끔 필자는 승선교와 강선루를 바라보면서 한국의 건축역사를 알고 싶을 때가 있다. 가장 한국적인 건축조형미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한국의 건축사를 읽어 볼 수는 없었다. 아마도 일제강점기가 앗아간 역사성의 부재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건축의 역사는 철학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고 한다. 건축사를 이해한다는 것은 문화사를 이해하는 과정으로 매우 중요한 분야로 여겨진다.
천년사찰로 널리 알려진 선암사의 건축물의 역사성은 물론이고 철학과 문화를 따져 묻는다면 어떻게 답할는지? 알쏭달쏭하다.
“아름다운 천년숲길”초입에서부터 선암사까지는 약 2 키로 미터의 거리다. 이 구간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땅 그리고 숲과 계곡물의 흐름은 3차원을 넘어 4차원의 삶을 연상케 한다. 개개인의 생활철학과 마음의 깊이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일상은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편안함과 평화를 느낄 수 있는 휴식공간임은 틀림없다. 삶의 철학과 역사가 숨 쉬는 선암사 “아름다운 숲길”은 인생휴식처가 되고 있다.
한 달 전이었다. 불치의 병마에 시달리고 있던 ㅈ씨는 선암사 “천년숲길과 조계산 편백나무 숲길”에서 건강을 되찾았다고 한다.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의 영향인지, 그 어떤 작용에 의해서인지는 알 수는 없으나 건강이 회복된 것만은 사실이다.
아무튼 선암사 “아름다운 천년숲길”은 삶의 길이다. 그 길은 모든 삶이 펼쳐져 있으며 심신을 달랠 수 있는 신비로운 기운이 솟아나는 곳이다. 진정한 삶의 길이다.
소낙비 쏟아지는 선암사길
요란한 빗방울소리 구르고
늙은 애마숨소리도 구른다
천년 숲 울리는 빗방울소리
땅을 뚫고 바위 뚫는 소리
조계산 장군봉을 휘 돌아
선암사 강선루를 감돈다
길바닥 씻어 내린 빗방울
윤슬기억을 되 굴려내고
날 굿이 사랑도 굴러댄다
차창 부딪는 빗방울소리
따다 딱 불혹을 굴러내고
생 그리움 빗물로 구른다
빗물 속에 그려지는
물빛 환상을 쫒아
뿌옇게 보이는 길
아득한 계곡 길을
구르고 또 굴리고
또렷하게 그려지는
불빛 오늘을 쫒아
푸르게 보이는 길
이끼 낀 자갈길을
굴리고 또 굴린다
장대비 후려치는 땅바닥
구르고 구른 빗방울소리
천만년숲길 만들고 있다
(필자의 “빗방울 구르는 선암사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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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2 10:1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