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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만발했다. 화사한 꽃잎사이사이로 벌과 나비가 날아든다. 오는 봄을 맞이하려는 듯 상춘객들의 행렬이 줄을 잇는다.
그러나 우리네 정치판은 매우 시끄럽다. 오는 4월 13일 총선을 앞두고 표심잡기에 혈안이다. 티브이를 비롯해서 온갖 언론매체들이 이번 총선만은 국민과 국가를 위하는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이다. 마치 자신들의 선거인양 구관조처럼 지저귀고 있는 처사가 능청스럽다.
어제였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경쟁적으로 경제공약을 발표했었다. 새누리당은 저소득층을 겨냥했고 더민주는 중산층을 겨냥했다. 즉, 현재 6,030원인 최저임금을 4년 내에 8,000에서 9,000원(시급)으로 단계적으로 올리고, 50%까지 벌어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를 20% 수준으로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노후대책이 부족한 계층에 노인기초연금 혜택을 집중하고, 복지사업에 정부가 수익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민자를 유치하겠다는 약속도 했었다. 보편적 복지를 '선택적 맞춤형'으로 바꿔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더민주는 20년 만기까지 보유하면 2배 수익을 보장하는 재형저축국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만 19세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하고 액면은 최소 2만원에서 500만원까지 다양하게 발행할 예정이다. 가입 제약이 많았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제도를 개선해 대상을 확대하고 세제혜택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즉, "ISA 가입대상을 현재 근로ㆍ사업소득자, 농어민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하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야 경제공약에 대해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실현가능성과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더민주의 ISA 가입대상 확대는 필요하지만 재형저축채권에 대해선“20년 후 목표수익률을 보장하겠다는 것은 후세에 재정지원의 부담을 떠넘기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민자로 복지 인프라를 확대하고 수익을 보장하는 새누리당 방안에 대해“수익이 안 나면 정부가 부담을 떠안는 과거 대기업 특혜 방식”이라며“복지 관련 투자를 민간에 맡기면 보육대란과 같은 부작용이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계 역시 새누리당의 비정규직 임금격차해소공약을 두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 없는 장밋빛 목표"라고 평가했다.
그렇다. 벚꽃처럼 화사하고 장밋빛처럼 아름다운 경제공약이었다. 하지만 봄의 화신으로 비쳐진 벚꽃도 비바람과 찬바람에 쉬 떨어진다. 아니 제아무리 아름다운 장미꽃일망정 그 줄기에는 가시가 돋아있다.
필자는 지인들과 함께 봄비내리는 동천벚꽃 길을 걸었다. 비에 젖은 벚꽃송이가 싱그러우면서도 뭔가 석연찮음을 느꼈다. 그것은 오늘의 위정자들이 내 놓은 경제공약과 수많은 정책들이 벚꽃 이파리처럼 흩날릴까 두려워서다.
국민과 국가를 볼모로 한 그들의 행보를 굳이 묻지 않더라도, 그들의 언행은 이미 국민을 실망의 도가니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신의 영달을 꾀한 나머지 당쟁은 물론 당의정 같은 행보를 거침없이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순천만국가정원으로 향하는 동천변 벚꽃 길에 봄비가 내린다. 연분홍빛 벚꽃이 봄비에 젖듯 호남의 민심도 젖고 있다. 광주권을 비롯해 호남권은 아무래도 야당지지세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의 야당끼리의 대립은 광주와 호남인들을 실망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상기해 보자. 지난 2004년 총선 이후 12년 만에 갈라진 야권을 놓고 선택을 앞둔 광주지역의 민심은 안개정국이다. 야권 분열에 싫증을 느껴 부동층으로 돌아선 뒤 어느 쪽에 표를 던질지 고민하는 시민들도 많을 것이다.
무엇 때문에 서민을 위한다는 야당끼리 대립의 양상을 보여야하는지를 알 수가 없다. 정치일번지로 널리 알려져 있고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에서 제1야당의 저력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뭔가 요동치는 물결이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반문재인정서가 민심의 밑바닥에‘깊게 깔려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아무튼 총선정국에 휘말린 서민들의 꽃 나들이가 시들해지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순천만국가정원에 피어나는 튤립, 수선화, 유채와 리나리아 등이 사람 꽃을 기다린다. 그중에서도 3만㎡에 식재된 노란 물결의 유채꽃과 동천 변에 만개한 벚꽃들이 사람 향을 내뿜는 사람 꽃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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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7 09:5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