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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품은 영산강/ 김용수
2021-09-26 오후 7:46:11 참살이 mail yongsu530@hanmail.net


    김용수  편집국장




    한가위달이 숨어 뜨고 있다. 어느 한 곳도 부족함 없이, 둥근 모양으로 영산강에 안기고 있다. 물기서린 보름달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재치고서 둥실둥실 영산강을 휘적거리며 살금살금 떠오르고 있다. 어쩌면 둥글고 은은한 세계를 온 누리에 비추려는 달님의 심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 누구라도 한가위 달을 바라보노라면 그리움과 보고픔이 앞서지 않을까 싶다. 고향을 비롯해서 고향동네 고향집 그리고 보고픈 사람들이 달빛에 젖어든다. 특히 부모형제친지들과 친구지인들의 얼굴이 달빛에 실려 오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추석뒷날 우림친구와 함께 보고프고 그리운 이산친구를 찾았었다. 무안군 몽탄면과 동강면에 위치한 이산동네는‘느러지’강이 있다. 게다가 느러지 강은 영산강 물길이 구비치고 굽어 도는 곡강정이 있다. 또 그곳에는 한반도지형을 만드는 비법도 숨어 있다. 게다가 느러지 전망대에는 충효사상을 일깨우는 곡강, 최부 길, 표해록의 이동경로가 돌탑에 새겨져 있다.


    표해록은 15세기에 최부가 쓴 명나라 견문록으로 총 148일 동안의 과정을 생생하게 기록한 세계 3대 중국 기행문중 으뜸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표해록의 시발점은 최부 선비가 태어난 동강면 인동리 성지마을이다.


    이산 친구의 안내를 받은 일행은 영산강변을 따라 풍광을 즐겼다. 넓고 넓은 강폭은 4대강의 위엄을 간직한 채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 이름 모를 수초들이 우거진 영산강어귀는 먹이 찾는 철새무리가 날개를 퍼덕이며 물장구를 치고 있다.


    순간, 이미자의“유달산아 말해다오”가 떠올랐다. 젊으나 젊은 날에 목이 쉬도록 따라 불렀던 그 노래가 어렴풋이 생각났다.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면서 노랫말을 되 뇌였던 영산강, 그 영산강의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꽃피는 유달산아 꽃을 따던 처녀야
    달뜨는 영산강에 노래하던 총각아
    그리움을 못 잊어서 천리 길을 왔건만 
    님들은 어데 갔나 다 어데 갔나
    유달산아 말해다오 말 좀 해다오


    아니다. 영산강에 얽힌 노랫말들이 토막토막 떠올랐다. 송춘희의“영산강 처녀”도 생각났다. 갑자기 이산 친구는“영산강 구비 도는/ 푸른 물결 다시 오건만/ 똑딱선 서울 간 님/ 똑딱선 서울 간 님/ 기다리는 영산강 처녀/ 못 잊을 세월 속에/ 안타까운 청춘만 가네.”의 한 구절을 구성지게 불렀다.


    이산의 효성은 지극했다. 92세의 노모를 모시기 위한 그의 언행은 한가위달이나 다름없었다. 구김살 없는 표정부터 환한 미소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어머님을 위한 효심의 발로였다. 손수 밥을 지어 올리고 군것질을 돕는 효성은 영산강이 품은 달빛이었다. 교교한 달빛아래 영산강변을 따라 걸으며 옛 노래를 불렀었다는 그의 언행이 그려지고 그리워진다.


    이산을 어머니 곁에 남겨두고 영산강을 떠나온 필자는 회산 백련지로 향했다. 한가위달이 숨어 뜨는 백련지는 달빛이 은은했다. 연잎에 부딪치는 달빛이 청개구리 등을 어루만지고 물밑으로 스며든다.


    달빛을 품은 영산강과 어머니를 간호하는 이산친구가 아른거린다.‘꿈 여울’이라는 한자어夢灘의 이산마을은 예부터 충효사상이 깊다. 그래서일까? 임어택 친구는 이산의 아호를 지녔다. 아호의 영향인지, 그의 언행은 남달랐다. 어머니가 즐겨먹는 음식은 물론 언행까지도 바르고 바르다. 몽탄의 생기를 그대로 이어받은 느러지의 후손임에는 틀림이 없다.


    잠시, 몽탄의 전설을 상기해 본다. 꿈속에서 계시를 받아 건넌 여울이란 뜻이다. 고려태조 왕건의 전설에서 비롯된 이름이라고 한다. 역사를 거슬러 후삼국시대 왕건과 견훤이 무안과 나주 인근의 영산강에서 대치하고 있을 때였다. 한낮에 선잠이든 왕건에게 신령이 나타나 ‘바람이 잠잠해졌으니, 이때를 놓치지 말고 강을 건너라’라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잠에서 깬 왕건은 기습 공격을 감행했고, 견훤은 대부분의 군사를 잃은 채 구사일생으로 도망쳤다고 전해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영산강이 휘돌아 만든‘느러지’는 비경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4대강에 속한 영산강은 담양 용추계곡에서 발원해 광주와 나주, 무안 등을 적신다. 또 목포에서 바다와 합류하는 남도의 젖줄이다. 곳곳을 휘고 굽으며 흐르는 동안 곳곳에 빼어난 풍경을 만들었다. 몽탄강 유역에서 가장 풍경이 빼어난 곳은 느러지 일대다.‘느러지’는 물살이 느려진다는 뜻이다. 강물이 이 일대에서 크게 휘어지며 조롱박 모양의 물돌이동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산 마을을 끼고 도는‘느러지’의 비경이 달빛에 젖고 있다. 달빛을 품은 영산강이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 충효사상이 사라지고 있는 세태가 서글퍼진다. 작금의 현실에서도 달빛이 흐르고 물빛이 흐르는 영산강은 변함이 없다.


    낮에는 햇빛이 흐르고
    밤에는 달빛이 흐르며
    세월 거스르는 영산강

    물빛 사이사이로
    별빛이 살아오고
    이산 빛이 젖는다


    나주평야 지나
    동강 느러지는
    한반도지형을 만드는 곡강으로
    풍류를 즐기는 여유의 공간이다


    황금, 소금, 지금을 새기는
    이산 우림 평사의 얼굴에
    저녁 노을빛이 젖어 들고
    용추봉에서 하구언을 이어
    흐르는 영산강물빛이 붉다


    빛이 흐르는 영산강이여!
    나주영산포를 돌고 돌아
    다시학교들판을 굽어 흘러
    명산 몽탄 곡강으로 흘러 

    추억 쌓아 흐르고
    옛정 담아 흐르고
    물빛 받아 흐르는
    충성의 느러지여!
    효성의 곡강이여! 
    이산 강으로 흘러라
    충효 강으로 흘러라
    (필자의“빛이 흐르는 영산강”전문)

    <저작권자©참살이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21-09-26 19:43 송고 2021-09-26 19:46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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