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봄빛이 완연하다. “잔인한 4월!” 그 4월의 끝자락은 봄나들이에 좋은 시기인가 싶다. (사)정유재란역사연구위원회가 시행하고 있는 이순신장군 역사탐방나들이 길은 해가 갈수록 진지하다. 우리의 민족성을 키우고 가치관까지 변화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이충무공 480주년을 맞은 해로, 명량해전의 시발지인 장흥 회령진성과 안중근 의사 위패를 모신 해동사를 찾았다. 

역사탐방나들이에 동참한 회원들은“참으로 뜻있는 하루였고, 정말 의미 있는 역사탐방이었다.”며 “이충무공의 애민정신과 안 의사의 애국심을 본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게다가 그들은 “위인들의 훌륭한 업적을 기리는 역사탐구현장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자신들은 물론 후세들에게도 많은 역사공부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6일이었다. (사)정유재란역사연구위원회는 역사탐방 길에 올랐다. 28명의 동참회원들은 순천팔마경기장에서 관광버스에 승차한 후, 장흥 회령진성으로 출발했었다. 휴일의 즐거움을 송두리째 할애한 회원들은 사무국장이 배포한 인쇄물을 읽어보고 메모지까지 준비했다. 이학균 회장을 비롯해 양조승 사무국장과 박성규 감사의 해설을 근본으로 당시의 상황을 마음속에 그려보기도 했다. 

명량해전을 준비했었던 이순신장군의 당시상황을 살펴볼까 싶다. 원균의 패전으로 백의종군 길이던 이순신장군은 경남 진주 운곡에서 삼도수군통제사를 재임명 받았다. 하동- 구례- 곡성- 옥과- 순천- 낙안- 보성 등 육로를 통해 이동 했었다. 그는 당시 지친 몸과 저하된 마음을 달랠 곳조차 없었다. 낙안에서 식량을 얻기 위해 보성군 조성면 고내마을 조양창을 찾았었다. 그곳에서 장정 6백 명이 1년 정도 먹을 수 있는 식량 6백석(1,200가마)을 구할 수 있었다. 힘을 얻은 그는 단 하루 만에 조양포구(지금의 조성역)로 옮겼었다. 그리고 그는 보성군 득량면 송곡리 박실 마을 양산항의 집에서 4일간 머물면서 7통의 장계도 썼었다. 이때 그에게 찾아온 장수가 송희립과 최대성 등이었다. 또 그는 배설이 감춰둔 12척의 전선인수와 수군의 전략 등을 그곳에서 기획했었다. 

하지만 선조의 유지는 뜻밖이었다. 그가 보성군 보성읍 열선루(휴식과 손님접대목적)에 앉아 있을 때 선전관 박천봉이 왕의 분부서를 가져왔다. 내용인즉, ‘전선이 너무 적어 왜적과 맞설 수 없으니 경은 육전에 의탁하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선조에게 장계를 올렸다. “보잘 것 없는 신에게는 아직도 열두 척의 전선이 있습니다. 죽을힘을 다해 맞서 싸우면 오히려 해 볼 만합니다. 지금 만약 수군을 전폐한다면 이는 적들이 만 번 다행으로 여기는 바로서, 그로 말미암아 충청도를 거쳐 한강에 다다를 것이니 신은 다만 그것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비록 전선의 수가 적으나 미천한 신이 아직 죽지 아니하였으니 왜적들이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여기서 참고할 이야기가 있다. 보성 열선루에서 선조의 어명을 받들지 못한 이순신에게는 걱정이 앞섰다. 그것은 선조의 어명을 받들지 못한 자신에게 또 다른 어명이 뒤따를 것인가에 대한 우려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순신장군은 천기와 함께 자신이 세웠던 명량해전의 전략 등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 눈앞에 아른거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시간을 재촉하면서 명량해전을 치루기 위한 전략물자를 모으고 해전을 서둘렀다는 이야기다.

열선루 탐방을 마친 회원들은 군영구미로 향했다. 지금의 보성군 회천면 전일2리 군학마을 앞바다는 이순신이 3대수군 통제사가 되어 처음으로 수군의 전선을 띄운 곳이다. 조선 남방해역 4대 수군기지로 보성에서 가장 활발하게 함선이 출항했다던 항구다. 더욱더 잊을 수 없는 것은 이 마을 출신 김명립과 해상의병 마하수를 얻은 것이다. 당시 그들이 구해온 어선 10척은 식량과 무기를 싣고 장흥 회령포에 도착해 많은 전공을 세운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잠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아버지 한승원 소설가의 작가실인 해산토굴을 탐방했다. 자신이 사용했던 타자기를 비롯해  만년필과 수많은 소설집이 진열돼 있었다. 특히 시대정신과 깊은 철학을 심어주는 주옥같은 양서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또 한강 작가의 어린 시절의 사진은 물론 가족력까지도 엿 볼 수 있었다. 

문인들의 고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장흥의 지명은 길게 흥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천관산의 정기를 받아 문인들이 많이 탄생된다고 한다. 가까운 예로 한강 작가를 비롯해 송기숙, 이청준, 한승원 등 수많은 문인들이 배출되고 있다.  

12시 30분경에 장흥 회진면 ‘바다내음’이라는 음식점에 도착했었다. 그곳은 배설이 감춰둔 12척의 전선을 이순신장군이 인수받았었던 회령진성이다. 왜구를 방어하기 위해 1490년에 축조됐다. 주요 수군 기지로써 동쪽으로 고흥 녹도진, 발포진, 사도진, 여도진이 연결되고 서쪽으로는 마도진(강진 마량), 이진진(해남 북평), 어란진(해남 송지)으로 연결된다. 당시 조선 수군의 군량과 군기를 쌓아두는 보급기지역할을 했다.

이날 마지막 탐방지인 안중근 의사의 해동사를 찾았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쏘아 죽인 안 의사의 행적은 가슴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해동사 실내에 붉은 글씨로 쓰여진 “동포에게 고함”은 아직도 내 마음을 울렁거리게 하고 생생하게 새겨지고 있다. 

“내가 한국독립을 회복하고 동양평화를 유지하기 위하여 삼년동안을 해외에서 풍찬노숙 하다가 마침내 그 목적을 도달치 못하고 이곳에 죽노니 우리들 이천만 형제자매는 각각 스스로 분발하여 학문에 힘쓰고 실업을 진흥하며 나의 끼친 뜻을 이어 자유 독립을 회복하면 죽는 자 여한이 없겠노라” 이 얼마나 민족애와 동포애가 들끓었는가? 우리민족 모두가 가슴깊이 새겨둬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정사연의 역사탐방 길은 조선시대의 암울한 국운을 엿 볼 수 있는 참한 현장공부가 아니었나 싶다. 왜냐하면 남녀노소가 함께 공부하는 역사탐방으로 미래를 기약할 수 있고 오늘을 살찌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학생들의 역사탐방 길로써, 올바른 역사성과 인문성을 기르는 참고사료로 적극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