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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럽고 집념에 불탔던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탔다. 문화예술혼을 승화시킨 결정체라 아니할 수 없다. 그것도 세계인들이 지켜보고 있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당당하게 수상했기 때문이다.

지구촌에서의 대한민국, 세계 속의 한국은 참으로 작은 나라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은 세계 속의 한국영화의 혼을 심었고 격을 높였다. 특히 영화계에서는 최고의 영예와 최초의 경사가 아닐 수 없다.

한국영화계에서 상혼에 젖지 않고 영화의 정체성을 고집스럽게 지켜왔던 김 감독이기에 오늘날이 있었지 않았나 싶다.  그동안 김 감독은 한국영화계에서 소외 된 감독으로 가난이 덕지덕지 묻어 있는 감독으로 인지되어 왔다. 

그것은 김 감독의 순수한 영화정신에서 비롯된 문화와 예술의 작품성을 잃지 않으려는 사고력의 비중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한국 영화계에서는 상혼을 배제한 영화는 있을 수 없고 제작할 필요조차 없다”라는 통념이 지배적이었다. 그것은 산업사회에서의 상혼과 문화예술사회에서의 작품성이 맞부딪친 괴리일 것이다, 

또 흥행여부를 떠나서 정치적제제와 영화관확보 등 여러 가지의 이유로 김 감독의 행로는 순탄치 않았음이 방증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김 감독은 체면과 간판 허세로 범벅이 된 이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활동했었다. 흥행의 물결을 따라 움직이는 감독이 아니라 오직 영화의 정체성과 현사회의 문제점을 다뤄 문화예술로 승화시키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런 그가 세계정상에 올라가기까지 얼마나 힘들고 고독했을까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미국에 가면 실리콘밸리가 있고 한국에 가면 고시촌이 있다는 말처럼, 대한민국 한줄 세우기식 교육이 붕어빵처럼 대량 찍어내는 국내경쟁용 고시공시 같은 대학생들이 아니라 당신 같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정신으로 세계 정상에 우뚝 선 김 감독이 진정 영웅이다. 치유하기 힘든 학벌이나 간판 병에 걸린 한국사회에서는 김 감독이 진정 진보주의자 같다.”고 했다.

영화는 문화다. 상위학벌과 상위그룹들이 누리는 영화가 아니다. 그들만의 리그가 영화판에서도 존재한다면 창의성이나 독창성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자신들의 생각과 느낌이 다르더라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순간, 김 감독의 섬이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시각의 차이와 접근의 차이에서 놀라움을 느꼈다. 지금도 그 영화를 생각하면 전율이 느껴진다.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대로 표현한다. 다시 말해 대중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영화계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의 현실에서는 극장이나 투자자들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흥행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위대한 감독들은 상업적 완성도 속에서 예술적 메시지를 담아내려고 갖은 애를 쏟는다고 한다. 하지만 상업적인 흥행과 예술적 메시지를 함께 담을 수 있는 작품, 그러한 작품을 만든다고 하는 것은 우리영화계에서 찾아 볼 수 없을 현실이다.

아무튼 김기덕 감독의 ‘황금사자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한국의 편견에 맞서 혼자 울음 삼키며 자신의 길을 걸어 왔던 김 감독께 박수를 보낸다. 소외되고 그늘진 삶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작품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