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시인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거리에 나붙은 현수막들이 흉물처럼 보인다. 언제부터서인지,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는 곳에는 별의별 현수막들이 혼란스럽게 걸렸었다. 특히 관공서 거리에는 지자체장이나 지자체의 행적들이 즐비하게 걸리고 있다.

글쎄다. 영광스런 일이나 자랑거리를 널리 알리는 것은 즐겁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기념행사나 시민들이 꼭 알아야 할 일은 현수막홍보를 통해서라도 알려야 한다.

하지만 요즘 현수막들은 흉물이 되고 있다. 막무가내로 나붙은 현수막으로 인해 도시미관을 헤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행자의 안전에도 큰 지장을 주고 있다. 승진을 비롯한 합격, 당선 그리고 생일파티와 반대여론몰이 등 별의별 현수막들이 거리마다 홍수를 이룬다.

아무리 현대는 PR시대라지만 해도 너무한 것 같다. 홍보차원으로 보기에는 도를 넘은 홍보물이 아닐까 싶다. 돈을 들여서라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홍보활동을 나무랄 수 없는 산업사회의 흐름이다.

그러나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거리마다 덕지덕지 나붙은 현수막은 오히려 욕을 얻어먹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관공서의 표창 공적이나 지자체장들의 행적들은 가능한 현수막홍보활동은 금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왜냐하면 국가의 공직자로서 국민을 위해 근무하고 표창을 받은 것을 꼭 현수막홍보를 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간다. 그들의 공적업무와 표창은 당연지사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공서 거리에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지자체관련의 표창현수막들이 흉물스럽게 나붙어 지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마도 현수막을 제작해서 거리마다 설치하는 제작비와 소모시간을 계산한다면 꾀 많은 금액이 소요될 것으로 믿는다.

한 위정자는 말한다. 현사회의 흐름은 현수막홍보활동시대라고 말이다. 위정자들은 시대흐름에 발맞추지 못하면 뒤떨어진 생각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그마한 일이라도 침소봉대하고, 그 일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갈 때 비로소 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까? 기초의원부터 지자체장들의 공적들은 무질서하게 거리마다 물결치고 있다. 꼭 현수막홍보를 해야만 하는지 궁금할 뿐이다. 사실 다수의 지역민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위정자들의 현수막홍보를 원치 않는다. 자신들에게는 좋은 홍보물일지 몰라도 남들에게는 귀찮은 홍보물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수막의 유래를 살펴보자. 현수막은 프랑스의 실업자운동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현수막(plaque,플래카드)은 멀리서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눈에 잘 띄어 시위 조직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로써 사용됐다고 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인지, 우리나라도 곳곳에서 다양한 용도로 현수막을 사용했었다. 대학가에서는 홍보나 정보 제공의 목적 하에 현수막이 걸렸었다.

대학가의 한 예를 들어보자. ‘연세대학교 규정집’의 ‘홍보물 게시에 관한 규정’에는 게시범위, 검인, 게시물의 제한 등이 명시돼 있다. 규정에는 외부 단체의 경우 ‘본교 당국의 허가를 받은 외부 단체의 게시물’만 게시가 가능토록 돼있다. 또 ‘모든 홍보물은 검인을 받은 후 게시하여야 한다.’고 언급돼 있다. 그러나 이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수막은 거는 사람, 제거하는 사람, 보는 사람까지 모두의 속을 썩이고 있다고 한다.

실지로 현수막 관리를 하는 지자체담당부서는 불 편법 현수막철거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기간이 지난 것은 물론이고, 찢어지거나 상태가 좋지 않아 보행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현수막은 평소에도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다고 한다. 이외에도 현수막은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다고 한다. 한 연구진에 따르면 폐현수막을 소각할 때 많은 량에 유독물질이 배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매립을 해도 자연분해 되는데 최소 50여년이 소요된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난해 폐현수막을 에코백으로 재활용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 자원절약을 위한 최선의 길이 아닐까 싶다.

 뜻있는 시민들은 현수막 게시는 “어차피 버릴 쓰레기를 공을 들여 제작하는 꼴이다”며 “모두의 인력과 시간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위정자들의 홍보활동과 관공서 공적활동 등 막무가내의 현수막설치는 가능한 금해야 한다고 했다.

이젠 위정자는 물론 학생을 비롯한 국민스스로가 현수막홍보활동을 가능한 피하는 문화를 형성했으면 좋을 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