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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 우리나라는 토지와 노동력이 주요자원이었다. 식량이나 생활에 필요한 도구를 자급자족했다. 생산의 중심은 농업에 있었고 보리가 주된 생산의 주체였다. 그때 보릿고개는 가난한 소작농의 연례행사였다.

  지나간 가을에 수확한 양식이 바닥나고 6월이 되어야 수확할 수 있는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아서 소작농의 식량사정이 매우 어려웠다. 풀과, 뿌리와 나무껍질인 초근목피로 목숨을 연명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굶기를 밥 먹 듯해서 부앙 병에 걸려 죽어간 사람이 부지기수(不知其數-그 수를 알지 못하게 많다)였다.

  그때 우리 부모님들은 /가난이야, 가난이야 원수 놈의 가난이야/ 복이라 허는 것은 어찌 하면은 잘 타는 고/ 북두칠성님이 복 마련을 하시는가?/ 삼신제왕님이 집 자리에 떨어질 적에 명과 수복을 점지하느냐/ 몹쓸 놈의 팔자로다/ 이놈의 신세는 어이허여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이냐/ 퍼버리고 앉아서 설리 운다.‘는 ’흥부가‘ 중에 나오는 가난타령을 부르며 뼈가 녹아내린 줄도 모르고 일을 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경제대국이 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뱅이를 지칭하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워킹 푸어와 하우스 푸어이다. 워킹 푸어(working poor)는 직장이 있지만 벌이가 신통치 않아 아무리 일을 해도 빈곤을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이고, 하우스 푸어(house poor)는 번듯한 집이 있지만 무리한 대출과 세금 부담으로 인해 실질적 소득이 줄어 빈곤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목돈마련 수단은 집이고 아파트이다. 워킹 푸어와 하우스 푸어에 부채질을 한 사람은 인권 변호사 출신인 제16대 노무현대통령이었다. 서울 강남의 집값이 떨어지지 않고 계속 오른다는 ‘강남불패’라는 신조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후폭풍으로 ‘부동산 불패신화’라는 신조어가 나돌더니 쌍불이 붙어 집값이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치솟았다. 집값이 오르자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사놓으려는 사람이 많았다. 2006년~2007년에는 부동산 가격이 화룡점정(畵龍點睛-용을 그린 다음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려 넣음-유래, 화가 장승요가 벽에 그린용에 눈동자를 찍으니 하늘로 감)을 이루었다. 하지만 2008년에 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서울의 수도권 집값도 눈에 띄게 하락을 했다.
  주로 아파트 없는 중산층이었다가 부동산 상승기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사람들이 피해를 본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이 지속되면서 하우스 푸어를 감수하고 있는 사람들은 156만 9,000가구로 549만1000여 명이다. 2012년 11월 경향신문이 대법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아파트 경매로 쏟아져 나온 물건만 1만 8천 건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1년의 일이다. 이씨(40)가족은 주택을 담보로 2억 원을 대출받아 용인에 위치해 있는 4억5000만 원 짜리 아파트를 구입했다. 내 집이 생겼다는 기쁨에 가족들은 한동안 행복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경기가 어려워지고 소득이 줄면서 이자 갚기가 버거워진 것이다. 이씨는 3월부터 이자를 연체했고, 7월에는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 한 달 뒤인 8월에 낙찰된 아파트 가격은 3억 원이었다. 그러나 원금과 복리로 불어난 연체이자를 떼고 나니 이씨가  손에 쥔 돈은 없었지만 가족이 있어 그나마 다행한 일이었다.

  2012년의 일이다. 경기도 광주에 사는 김씨 가족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아이엠에프 때부터였다. 김씨는 금융위기로 아파트까지 처분했다. 하지만 김씨는 가족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다가 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비참한 현실을 극복하지 못한 김씨는 어린 아들 둘과 아내에게 집단자살을 종용했지만 아내는 가족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이씨의 아내는 파출부, 보험외판원 등을 전전하며 임대아파트를 장만했고, 3년 후에는 아파트를 분양받는 기쁨도 누렸다. 신협에서 대출을 받아 장사를 하기 시작했고, 3년 동안 단 한 달도 거르지 않고 대출이자를 갚아나갔다. 하지만 집값이 폭락하자 신협에서는 대출 연장을 해주지 않았다. 연장조건은 원금의 70%를 갚으라는 것이었다. 이씨의 아내는 살길을 찾기 위해 청와대, 금융감독원, 한나라당에 살길을 찾아달라고 호소를 했다. 하지만 거래 은행과 잘 해결하라는 싸늘한 통보를 받았을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가게는 부도가 났고, 아파트는 은행으로 넘어갔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그랬다. 국민은 경제가 어려워지자 ‘경제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제17대 이명박 대통령을 선출했다. 어찌된 판인지 지금 대한민국에는 집 한 칸의 우여곡절 때문에 자살을 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서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집을 잃은 가난뱅이들은 어디로 갔는지 소식이 없다. 거처가 없어 정처 없이 떠돌고 있으니 주소지를 옮겨가지도 못하는 실정에 놓여있는 이들이 다반사이다. 살기가 어려우니 부모도 형제도 모르쇠 하는 무지막지한 세상이 되었다. 전화를 걸어 봐도 없는 국번이라는 멘트만 난무할 뿐이다. 그 와중에도 여러 사채업자들은 서민들의 피를 빨아먹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죽고 죽이고 먹고 먹히는 이런 세상에서 대통령은 넋 놓고 불구경을 하고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아! 국민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라고 대답을 했니? 언제까지 너는 이론에만 밝아서 추우강남(追友江南-앞서간 사람을 다음 사람이 흉내 내기, 친구 따라 강남가기)하고 있을래, 보릿고개보다 더 무서운 병균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는 것을 너는 알고 있니? 에라 서라 그러지 말자, 지금까지 딴 세상이야기만 했던 슬픈 교육은 다 집어치우고, 어렵고 힘들 사람들, 너와 나 그리고 우리 함께 감싸주고 보듬어 주고 품어주지 않을래,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대한민국(Korea, 大韓民國)이라고 만천하에 공개할 수 있는 나라를 제발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