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순천의 겨울산은 시민들의 휴식처다. 쉼의 장소로써 건강공원이나 다름없다. 낭만이 깃들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이색풍경의 오솔길과 산책로도 있다. 나목의 틈 사이사이로 보이는 겨울산의 아름다움은 보면 볼수록 극치다. 특히 순천의 겨울산은 인정과 다정을 품은 산맥으로 이어져 등산객은 물론 휴식을 찾는 사람들의 공원이 되고 있다.

오솔길이 보이는

겨울산

비탈진 계곡 사이사이로

기암괴석 서성대고

야윈햇살 졸고있네

새소리로 머리 식히고

물소리로 온몸 녹이는

하얀 겨울산

오르막이 보이고

내리막이 보이네

갈색으로 웃음 띤

겨울산

이파리 떨군 나목들이 춤을 추고

버석거리는 낙엽들이 노래하며

보이지 않는 산돌들이 모여드네

봄 여름 가을 다 지나온

겨울 산

그 언저리 감싸는 흰구름

그 틈에서 솟구친 물줄기

세월 바다를 떠다니다

밤하늘 별빛을 품에 안고

새하얀 마음밭을 일구고

아버지로 눕고

어머니로 눕네

(필자의 “겨울산” 전문)

그렇다. 순천의 겨울산은 힐링과 함께 희망을 안겨 준다. 조계산을 비롯해 금전산, 봉화산, 첨산, 용산 등 명산들이 많다, 순천만을 바라볼 수 있는 용산의 겨울은 예술인들이 즐겨 찾는다. 눈보라 속에서 춤을 추고 있는 갈대군락의 춤사위는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그래서일까? 시인 묵객과 사진작가들은 용산의 겨울을 잊지 않고 찾아온다. 아마도 훌륭한 작품을 창작하려는 의도가 숨어있지 않을까 싶다.

갈대 그림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손준호 화백은 겨울의 순천만과 용산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활동에서 “순천의 겨울산과 갈대군락 그리고 철새의 군무는 큰 영향을 주었다”며 “언제나 시간이 나면 순천의 겨울산을 찾아 작품활동을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송수권 시인은 순천만과 조계산의 겨울을 잊지 못했었다. 어쩌면 그는 조계산의 눈 쌓인 겨울을 사랑했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암울했던 시절을 조계산 자락인 선암사에서 보내며 한 시절을 풍미했기 때문이다. 송 시인의 작품 중에는 순천의 겨울산을 비롯해 전국각지의 명산들과 강이 많이도 거론된다. 아마도 서정성과 예술성이 풍부한 대자연의 이미지를 자신의 시적 화두로 승화했지 않았는가 싶다.

가끔 필자는 순천의 겨울산을 찾는다. 그 원인은 건강과 함께 시상을 떠올리며, 여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쓸쓸하고 삭막한 겨울산을 무대로 쓰여 지는 시 창작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벼운 마음으로 밝은 시어들을 선택하려고 노력한다. 겨울잠을 자고 있는 나무들과 수많은 야생화를 밤하늘의 달별 빛에 대입하기도 한다. 아마도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싶은 소망일지도 모른다.

한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이제는 산으로 가야 하는 나이여!” 그는 나이가 든다는 게 서글픈 탓인지, 푸념 섞인 목소리로 힘없는 말을 했다. 조금은 서글프지만 옳은 말이었다. 산으로 간다는 말은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하지만 왠지 뜻 모를 물음표와 느낌표가 따라붙는다.

다수의 시민은 봉화산 둘레길을 즐겨 찾는다고 했다. 그들은 겨울의 봉화산을 건강한 쉼터로 여기며 낭만을 즐기는 시간까지 갖는다고 했다. 더욱이 그들은 심신의 허약함을 단련하면서 인심과 다심을 나누는 다정공원을 형성하고 있다고 했다. 순천 도심의 중앙에 위치한 봉화산 둘레길은 겨울에도 시민들이 붐빈다. 평탄한 산책길로써 낭만이 있으며 운치가 있다. 편백 숲과 맨발 걷기운동코스가 마련돼 있어 순천시민의 허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순천의 겨울산은 수많은 사연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하고 생물학적 가치가 높다. 웅장하고 높은 산은 아니지만 사람과 동, 식물에게 유익한 임산물이 자생하고 있다. 특히 오염되지 않는 맑은 공기와 맑은 물이 생성되는 곳이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외지사람들도 즐겨 찾고 있다. 순천의 겨울산은 쉼의 터전으로 문화예술을 꽃피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