藝丁館이 개관됐다. 예술의 정수, 최고의 경지에 이른 사람, 즉 마에스트로를 의미하는 예정관이 전남 순천 청암 고등학교에 들어섰다. 참으로 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한복디자이너로 지구촌 곳곳에 한국의 얼을 심고 한복의 미와 멋을 널리 알리고 있는 김혜순씨의 소망이 힐링도시 순천 땅에 뿌리를 내렸다. 특히 예정관은 순천이 낳은 걸출한 한복의 장인 예정 (허종택 1947-2000)의 선구적 업적을 기리고, 그의 예술을 전 세계에 발현시킨 김혜순씨의 디자인 스쿨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늘 가슴속에 담아둔 그녀의 생각은 드디어 뜻을 이뤘다. “한복의 얼, 한복의 미, 한복의 멋을 후학들에게 전수해야 겠다”는 확고함이 우뚝 솟았다. 더욱이 그녀는 “언젠가는 내 고향 순천에 기여하고 싶다. 내 재능을 후학들에게 남기고 싶다”는 꿈을 오늘에 이룬 것이다. 

무엇보다도 예정관은 전라도 지역에 순결하고 고품격의 한복전통이 계승, 발전될 수 있도록 어린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장소로 각광을 받을 것이다. 교육기부를 통해 패션, 예술분야의 꿈나무들이 장래 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 전수하는 예인들의 정원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19일 오후 3시였다. 淸, 順, 藝, 感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예정관 앞 광장에는 내빈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개관식을 지켜보았다. 젊은 청춘들의 예술 감각을 기르게, 쉬게 살게, 해주는 디자인 공간! 예술적 감각으로 표현해 내는 모든 것들이 순천의 바람과 소리와 빛과 향기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개방된 공간으로 성장해 가길 기원하는 인파다.

이날 이 자리에서 임권택 감독은 “한국의 얼을 기리는 예정관으로 우뚝 솟아야 한다”고 말했으며 강부자 텔런트는 “전라도 순천 청암고등학교에 개관된 예정관은 한국의 예술인을 양성할 뿐 아니라 세계 속의 예술인들을 많이 배출해 줄 것”을 역설했다. 이외에도 채시라 탤런트를 비롯한 많은 연예인과 예술인들이 참석해 열기가 높았다.    

순천 청암 고등학교에 예정관이 개관되기까지는 김혜순 명인의 공헌도가 높다. 자신의 명예와 신념을 바탕으로 낡은 교실 한 칸만이라도 마련해보고 싶은 그녀의 일면을 피력해 본다.

그녀는 전남 순천출신으로 순천여고를 졸업했다. 그녀가 모교 대신 청암 고등학교를 택한 것은 방송 프로그램에서의 인연 때문이라고 한다. 2년 전,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의 취업을 돕는 프로그램 심사위원으로 나갔는데 그곳에서 청암 고등학교 학생을 만나 그들의 애로사항을 들었던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또 그녀는 “지방의 낙후된 환경 속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안타까웠다”며 “이들의 안목을 높여주기 위해 유명 디자이너를 섭외해 작품을 상설 전시하고, 한복뿐 아니라 모자, 벨트, 가방, 신발 등 다양한 패션 분야에서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예술가들을 연결시켜줄 것”을 다짐했었다고 한다. 

특히 그녀는 “교육을 단순히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보고 깨우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예정관은 상설 전시, 교육기부 행사장, 한복명장 전수, 실습실, 패션 디자인 실습실로 사용돼야 한다는 지론이다.

이외에도 그녀는 “자신의 주변 인맥을 총동원해 저명인사들이 청암 고등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재능기부를 할 수 있도록 주선할 예정이다”고 자신의 계획을 밝혔다. 따라서 그녀는 이미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 영화 감독 임권택씨, 탤런트 강부자씨,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 영화배우 채시라씨, 국악인 오정해씨,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씨 등이 재능기부 특강약속을 해 두었다고 한다.

그렇다. 청암 고등학교는 국제기능올림픽 패션분야에서 두 번이나 금메달 수상자를 배출한 지역의 패션 명문학교다. 그녀자신은 모교인 순천여고를 졸업했지만 예능인을 양성하기는 청암 고등학교가 더 좋을 것 같다는 소신을 가졌다. 이후 그녀는 각계인사를 만나 예정관 건립을 피력, 추진했다. 그 결과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예정관이 순천 청암 고등학교에 들어선 것이다.

아무튼 우리민족의 얼과 혼이 깃든 한복은 깃과 섶의 만남, 섶코의 각도, 치마와 저고리의 비례 등선의 아름다움을 잘도 표현하고 있다. 한복의 늘어뜨림은 그냥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민족에 가장 잘 어울리게 만들어진 하나의 과학이다. 혼이다. 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