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설레는 마음이 앞장서면서 콩닥콩닥 가슴이 뛰는 건 무슨 영문일까? 몸은 타지에 있으면서도 마음은 벌써 고향땅에 가 있나싶다. 왜? 그리도 추석명절은 설레임과 그리움을 듬뿍 안겨주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고향길목에 자리한 돌멩이 하나,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라도 그립고 보고픈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어느 누구나 어린 날의 고향추억은 간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친구들과 뛰놀았던 추억의 한 페이지는 지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딸 막이, 순이, 영희, 철수, 영수, 영철이 그리고 누렁이와 뛰놀았던 골목길은 눈에 선하디 선하다.

그리운 사람들, 보고픈 사람들, 그들 앞에서 수다를 떨면서 못다 한 이야기를 흉금 없이 털어놓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옛말이 떠오른다. 매우 정겨우면서도 풍요로운 말이다. 우리네 추석명절세시풍속의 여유로움을 한마디로 표현하고 있는 명언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어쩌랴! 작금의 세태는 많이도 변했다. 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부터 핵가족제도화 되었고 그 핵가족은 情의 문화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장묘문화와 성묘문화가 급속도로 변화하면서부터 친지는 물론 가족이라는 개념까지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일까? 전남 해남군 현산 면사무소는 노인가구들의 영상편지를 제작해 그 자녀들에게 발송했다고 한다. 매우 잘한 일인 것 같다. “추석명절, 情 문화”가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에서 노인들의 외로움과 고독감을 영상편지로 전한다는 취지에 박수를 보낸다.

그 일면을 살펴보면 “막둥아, 추석에 식구들 델꼬 집에 온나” “내 자식이 볼 것이면 곱게 나와야 혀. 옷 갈아입게 지둘려봐 잉” “막둥아, 손지들 줄라고 용돈 장만 해놨다. 추석 때 식구들 델꼬 얼른 온나”라는 영상편지다.

더욱이 영상편지는 면 직원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가정이나 일터를 방문해 일상생활을 촬영, 제작한 가운데 최근 근황을 전하는 다양한 소식들이 생생히 담겨 더욱 감동을 줬다.

윤시헌 현산 면장은 “바쁜 도시 생활로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늘 걱정인 자녀들에게 안부를 전하자는 의미에서 영상편지를 제작하게 됐다”며 “한가위를 앞두고 부모, 자녀 간의 정을 나누는 큰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해마다 설명절과 추석명절을 통해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은 대처에서 행해지고 있다. 즉, 공기놀이와 투호놀이, 윷놀이, 제기차기, 팽이치기, 줄넘기 등 민속놀이와 국악공연, 노래자랑 등을 준비해서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과 함께 추석의 풍성함을 만끽하고, 즐거운 추억거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금년 추석에도 전남지역 곳곳에서는 민속체험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질 것으로 추정된다.

목포시는 사물놀이, 부채춤, 창극 등 도립국악단 토요공연이 펼쳐진다. 여수시는 이순신 광장에서도 길놀이, 판굿공연, 마당놀이 등 한가위 민속놀이 한마당 행사가 펼쳐진다, 순천시는 조례호수공원에서 주민 화합 노래대회와 불우이웃돕기 바자회 등 한가위의 정과 넉넉함을 나누는 행사가 열린다. 광양시는 서천변 야외공연장에서도 농악놀이, 가야금 병창 공연, 민속장기대회, 버꾸놀이 시가행진 등 추석맞이 세시풍속행사가 다채롭게 열린다.게다가 세월호 사고로 아픔으로 겪고 있는 진도에서는 남도예술은행 특별 그림경매(운림산방)와 진도군립예술단 추석맞이 토요민속여행(향토문화회관)이 펼쳐지는 등 훈훈한 명절 분위기 조성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하지만 세태의 급변화로 다수의 사람들이 추석명절을 틈타 해외여행을 떠나던가, 국내 유명관광지에서 자신만의 쾌락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는 등 산업사회의 단면을 유희하고 있다. 어쩌면 핵가족제도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사라져가는 우리네 전통문화와 情의 문화를 잊어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설명절과 추석명절 때만이라도 우리민족의 혼과 조상의 얼을 상기하는 정의 문화계승,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이 보였으면 좋겠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 달처럼 두둥실 떠서 멀리멀리 비추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