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양심 시인

“쑥떡 같이 말하면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한다.”는 속담(俗談)이 있다. 교훈이나 풍자를 하기 위해 어떤 사실을 비유 방법으로 서술하는 관용어구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우리는 한글을 한국어로 잘못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인터넷에서는 물론이고 일상생활에서 또한 신문이나 TV에서도 한글과 한국어를 하나의 개념으로 통틀어보는 경우가 있다. 한글과 한국어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우리 나라는 삼국시대부터 한자의 음과 훈(訓:새김)을 빌려 한국어를 사용했다. 한국어의 표기법인 이두(吏讀)와, 한문 원전(漢文原典)을 읽을 때 그 뜻 및 독송(讀誦)의 편의를 위하여 각 구절 아래 달아 쓰는 문법적 요소의 총칭인 구결(口訣)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이두와 구결로는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읽고 쓸 수가 없어서 한자교육이 선행되어야 했다. 어려운 언어생활의 불편은 읽기 쉽고 쓰기 쉬운 새로운 글자의 출현이 절실히 요구되었다.
 
세종 때에 이르러서도 배우기 쉽고 쓰기 쉬운 글자의 필요성은 더 요구되었다. 1443년 음력 12월에 우리나라는 비로소 문자혁명의 결실을 보게 되었다. 훈민정음 창제의 취지에 관하여는 세종이 손수 저술한 ‘훈민정음’ 예의편(例義篇) 첫머리에 잘 나타나 있다. “①한국어는 중국말과 달라서 한자를 가지고는 잘 표기할 수 없다. ②우리의 고유한 글자가 없어서 문자생활에 불편이 심하다. ③새로 만든 글자는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그랬다. 우리 조상님들은 한반도 전역에서 한자를 문자로 사용하고, 한국어를 언어로 사용했다. 세종대왕 정권 이후 우리 배달겨레는 고유 언어인 한국어를 사용하며, 독창적인 문자 한글을 쓰고 있다. 다시 말해서 한국어는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사용해 온 언어(言語)를 말하고, 한글은 일본어의 가나, 중국어의 한자, 영어의 알파벳처럼 우리나라의 말을 우리나라의 글자로 표현한 문자를 말한다.
 
문제는 한국어와 한글을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에서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중국에서는 한글을 조선자모(중국어: 朝鮮字母, 병음: Cháoxiǎn zìmǔ, 차오셴 쯔무)라고 쓰고 있다. 일본에서는 한구루(한글, ハングル)라고 쓰고 있다. 일본 NHK 방송에서는 한국어 강좌를 설립할 때부터 남한의 ‘한국어’와 북한의 ‘조선어’ 사이에서 중립적인 위치를 지키기 위해, 한국어 강좌 명칭을 '한글 강좌'로 사용하고 있어, 많은 일본인들이, 또한 세계 여러나라에서도 한글과 한국어를 동일어로 오해하고 있다. 
 
한글은 언어의 이름이 아니라 글자의 이름이다. 한국어는 글자의 이름이 아니라 언어의 이름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게임 등의 한국어 번역본을 살펴보면 ‘한글판’‘한국어판’이라 써놓은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하물며 국어대사전의 표지에 '한글판' 또는 ‘한국어판’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는 것도 눈에 띈다. 교육기관에서도 '한글지도사' '한국어지도사' 양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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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관용적 표현이라는 말이 있다. 한글을 한국어로, 한국어를 한글로 통틀어 봐도 이해하고, 인정하고, 포용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글과 한국어는 차이가 다르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한국어와 한글의 차이를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또한 외국인에게도 한국어와 한글의 차이를 자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관용적 표현을 써도 무방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