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편집국장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그렇다. 우리 민족이 깊이 새겨둬야 할 말이다. 한반도의 역사에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은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아니 될 것이다. 특히 정유재란과 관련된 호남과 순천은 상기해야 할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왜성과 충무사가 있고 검단산성이 있는 순천의 전쟁사를 왜곡되거나 지워져서도 안 될 일이다. 왜냐하면 일본과 조선 그리고 명나라의 3국이 치열하게 전투를 했던 곳이 바로 순천이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에서일까? 순천문화원은 정유재란 인문학 강좌를 실시했었다. 지난 5일, 순천시 보조금 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역사학교 인문학 강좌를 진행했었다. 문화원 2층 강의실에는 40여 명의 순천시민과 문화원 회원들이 참석했었다. 보기 드문 인문학 강좌로 시민들의 관심은 깊어만 갔다.
강의에 나선 이학균 회장은 초등학교장, 교육청 장학사 등을 역임하고 현재 (사)정유재란역사연구회 회장이다. 강의 주제는 “전사불망 후사지사(前事不忘 後事之師)였다. ”이전의 일을 잊지 않으면, 뒷날의 스승이 된다”는 뜻이다.
이 회장의 강의는 숙연하면서도 설득력이 있었다. 큰 단원으로 풀이하면 첫째, 역사란 무엇인가? 둘째, 반복되는 역사? 셋째, 임진 정유재란의 순천? 넷째, 이 시대의 영웅? 다섯째, 전사불망 후사지사? 여섯째, 맺는 말?로 매우 심도 있게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이 회장은 지금의 국제정세를 이야기하면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6,25 동난의 한이 서린 과거사를 비추어 말했다. 다시 말해 사전대비 없이 강대국들의 침략전쟁의 희생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반복되는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뼈저린 교훈의 역사를 강의했었다.
더욱이 그는 순천과 연관된 정유재란 역사를 이야기할 때는 눈빛이 총총했고 말의 온도가 높아졌다. 당시, 장도 전투와 왜교성 전투에서 이순신 장군의 활약성과 순천 지역민들의 활동상 등을 상세하게 이야기했다. 또 명나라 종군화가가 그렸다는 ‘정왜기공도’는 왜교성 전쟁도로써 매우 귀중한 유물임에 틀림없다고 역설했다.
잠시, ‘정왜기공도’를 알아볼까 한다. 왜교성 전쟁도로써 가로 6.5미터 세로 30센티 길이의 두루마리 그림으로 화가는 알 수 없다. 미국 콜럼비아 대학 한국학 케리 레드야드 교수로부터 1968년 11월 순천시에서 사진(필림) 11장을 입수한 후 이를 분석해 복원했다. 당시 왜교성을 중심으로 조, 명 연합군과 왜군 사이에 벌어진 치열한 전투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정유재란을 소재로 한 것 중 유일한 것으로 평가돼 사료로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한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은 일본의 침략 전쟁이었다. 1차(임진년)에 대한 보복 전쟁의 성격으로 호남을 초토화 시킨 전쟁이었다. 토요도미 히데요시는 이렇게 지시했다고 한다. “오래가는 전쟁의 원인은 호남인들의 조직적인 반항이 심했기 때문이다. 전라도로 진격해 한 명도 남김없이 모조리 죽여버려라. 충청도 경기도와 그 밖의 도에서는 알아서 평정하라.” 이 얼마나 무서운 명령인가? 호남인들은 물론 국가적인 측면에서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이 회장은 또 당시 순천 지역민들의 저항을 밝혔었다. 순천의 훈련 첨정 박이량은 복수 의병으로 주암에 주둔해 왜병과 싸웠다. 의병장 소희익, 도원수 별장 김운성, 전주출신 김익웅은 포로를 구출했다. 보인 군관 백비호는 적병 참살과 군량 창고를 불태웠다. 용두마을 강씨 부녀자는 왜군을 칼로 찔러 죽였다는 등 소상하게 설명했다.
어쩌면 그 시대의 영웅을 만든 영웅들은 이들이 아닐까 싶다. 거북선을 만든 나대용, 조선 최고의 해전 전문가인 정걸, 물길 연구에 바친 삶의 어영담, 염초 제조 기술자인 이봉수, 독창적인 조총을 제작한 정사준, 천재 전략가인 이운룡, 전라 좌수사인 이억기 등은 이순신을 만든 사람들이다.
정유재란 이야기를 떠나 이 회장의 강의는 깊어만 간다. 그는 미국 사상가인 랠드월도 에머슨의 말을 인용했다. “영웅은 우리와 다름없다. 거리, 직장, 백화점 등 모든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주위를 둘러보라.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사람, 불리한 상황에서도 옳은 일을 하는 사람, 고통 속에서도 미소를 짓고 결코 불평하지 않으며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위대한 꿈을 가지고 있으며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사람,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 믿음과 용기가 있는 사람, 항상 최선을 찾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 하늘이 캄캄해져도 노래하는 법을 알려주는 사람, 매일 우리 삶에 영향을 주며 우리 삶에 영원한 변화를 주는 족적을 남기는 사람이다. 우리는 누구나 나름대로 영웅이며 다른 사람에게는 조언자이다”를 역설했다.
이외에도 정유재란과 연관된 순천문화원의 활동상은 많다. 그러나 순천시민들의 정신적 지주역할을 해야 하는 문화원의 역할은 광범위하다. 문화역사학교와 인문학 강좌를 비롯해 순천지역에 산재한 유적유물 발굴연구는 물론 사라져가는 미풍양속까지도 계승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문화원은 시민들의 문화향유의 광장으로 모든 시민들이 누려야 하는 공동체 삶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날 정유재란 강좌를 들었던 시민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해룡지구에 살고 있는 정 모씨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이 정유재란 격전지인 줄도 모르고 살아왔다’며 ‘앞으로는 정유재란과 순천에 관련된 사안을 더욱더 관심 있게 관찰하겟다’고 했다. 특히 고흥 석류의 선구자인 김영문씨는 ‘고흥문화원에서도 정유재란 강좌를 했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의중을 피력했다.
아무튼 필자는 현재의 순천문화원의 임원진과 이사진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전한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대목이 있다. 순천문화원은 시민들의 문화향유의 광장이며 휴식공간이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문화원은 어머니 품과 같이 따스하고 고향처럼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해 야 한다. 그럼으로써 모든 시민들의 휴식처가 될 것이며, 삶의 여유도 가지지 않을까 싶다.
새벽하늘을 보라
초롱초롱 초롬하게 빛나는
초록별이 뜨고 있다
푸른빛이 짙어가는 별무리
민족의 혼으로
겨레의 넋으로
오늘의 교훈이다
내일의 역사이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
임진년을 상기하고
역사를 알려는 민족
정유년을 기억하라
의병장인 소희익 별
훈련첨정인 박이량 별
도원수별장 김운성 별
용두마을 강씨여인 별
아니다
거북선을 만든 나대용 별을
판옥선을 건조한 정걸 별을
물길을 연구한 어영담 별을
화약제조법의 이봉수 별을
조총제작을 한 정사준 별을
천재 전략가인 이운룡 별을
전라 우수사인 이억기 별을
임진왜란 정유재란의 푸른빛은
호남의 초록별들이 애워싸고
이순신 장군 초록빛은
순천부의 민초들이 싸워지켜
새벽하늘 초록별로 뜨고 있다
(필자의 “새벽에 뜨는 초록별”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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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8 09: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