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정호승은 1950년 대구출생이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석굴암을 오르는 영희>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첨성대>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정호승 시인은 ‘슬픔’을 인간 존재의 실존적 조건으로 승인하고, 그 운명을 ‘사랑’으로 위안하고 견디며, 그 안에서 ‘희망’을 일구어내는 시편 속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하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시 속에서 말하는 이는 ‘나는 ~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 사랑한다.’라는 문장을 반복하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직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시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이란 ‘그늘(눈물)이 있는 사람/ 그늘(눈물)을 사랑하는 사람/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 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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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5 00:1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