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부평동 동수로 벚꽃나무 길 76- 7
나는 새로 주어진 주소가 너무 좋아
그 주소로 보내진 편지 한 장 얼른 뜯어보았다
아직도 겨울나무들은 움쩍도 하지 않은 채
낡은 회색빛 풍경으로 졸고 있는데
내게 돌아온 도로 명 주소 벚꽃나무 길은
어느 하늘나라의 힘 있는 제왕의 조화이기에
이처럼 좋은가 축복이 되는가
나에게 봄은 언제나 희망이었다
깃발이었다 아우성이었다 불꽃이었다
마침내 터지고 마는 봇물이었다
시가 없어도 시였고 노래가 없어도 노래였고
연인이 없어도 뜨거운 가슴의 사랑이었다
그리하여 봄은 개나리, 진달래, 산다화, 등을 몰고 와
계엄군처럼 장악해 버리는 대지의 반란이었다
언제나 나는 그 봄의 포로가 되어
5.18의 투사처럼 끌려 다니다가
무기징역형을 받고 갇혀버리던 기억
그 기억은 아직도 유효한가
오늘 내게 주어진 청춘의 감옥과도 같은
추억의 이름이 왜 이리 아름다운가
나는 이제 날마다 날아들던 매발톱 같은 독촉장
집행유예로 내몰린 지방세, 국세고지서
그리고 인생을 가불해서 쓴 마이너스 계산서 따위엔
주눅 들지 않고 살아 가려네
인천시 부평동 남부역에서
성모병원 쪽으로 곧장 올라오다보면 닿게 되는
봄의 제왕이 통치하는 나라
벚꽃나무 길 주인이 되어 꽃잎 같은 연애나 하면서
가끔은 은행나무 길에 사는 사람들에게 전할
단풍잎 같은 시나 쓰면서 사려네 살아 가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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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15 09:22 송고